'편법 대출'에 멘붕온 안산갑... "뭐 이런 경우가"-"그래도 민주당"

류승연 2024. 4. 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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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민주당 '텃밭' 흔들려... 경쟁자 장성민 어부지리?

[류승연, 박종현 기자]

 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역 앞. 건물 밖으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안산갑 국회의원 후보의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 류승연
 
"지역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도대체 이런 X 같은 경우가 어디있냐고요."

경기도 안산 지역의 중심가인 4호선 상록수역 앞. 선거구로 따지면 '경기 안산갑' 지역구인 이곳에서 수십 년간 택시를 운전해 온 60대 이아무개씨는 2일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안산갑 후보에 대한 민심'을 질문받자 곧장 육두문자를 쏟아냈다. 

무수히 걸려오는 여론조사 전화에서 스스로를 '민주당 지지자'로 선택해왔다고 밝힌 그였다. 심지어 현역 전해철 의원이 세 번 '배지'를 달 동안, 매번 전 의원을 응원할 만큼 그는 오랜 지지층이었다. 그런데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씨는 '변심'했다. "중앙 정치에 치중하며 지역에 소홀했던" 전 의원을 향한 불만에, 막말·편법 대출 등 논란의 양 후보에 대한 분노가 보태진 결과다.

"난 진짜 민주당은 다시는 안 뽑을 거예요. 이번엔 무조건 (국민의힘) 장성민이에요."

"사죄한다"던 양문석, 그러나... 

양문석 후보는 과거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31억 원대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대학생 딸을 '사업자'로 꾸며 새마을금고에서 11억 원의 사업자 대출을 일으킨 뒤 아파트 대출금 일부를 대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 아파트를 재산신고하며 실거래 가격(31억 2000만 원)이 아닌 공시가격(21억 5600만 원)으로 낮춰서 신고한 일이 알려지면서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양 후보는 지난 1일 늦은 오후, 본인 소셜미디어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이번 '편법 대출'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문제의 아파트 처분 계획을 밝히는 등 '극약 처방'을 내놓은 것(관련 기사: 양문석 "한번 더 사죄…아파트 처분하겠다" https://omn.kr/28323 ).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이날 만난 경기 안산갑 민심은 싸늘했다. 상록수역과 본오동에서 인터뷰에 응한 유권자 6명 전원이 양 후보를 향한 '심판 의지'를 드러냈을 정도였다. 참고로 상록수역은 양 후보 캠프 사무실이 위치한 곳으로 지난 3월 28일 양 후보가 선거출정식을 열 정도로 지역 주민들이 많이 오가는 장소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가 3월 1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 후 차량에 오르고 있다. 양 후보는 2008년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인 노무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는 등 내용의 칼럼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 연합뉴스
 
"전해철이 와도 될까 말까인데 양문석이 되겠어요? 그럼 지역 작살나는 거죠. 기자님도 아실 거 아니에요."

상록수역에서 도보 10여 분 거리에 있는 우성아파트. 이곳에서 20년 이상 거주했다는 60대 김아무개씨 역시 양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의 분노는 특히 '편법 대출' 사건에 더해졌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막말 사건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았는데 대출 사건으로 더 나빠졌다"라고 덧붙였다. 

본오동 H부동산의 공인중개사 지아무개씨는 양 후보를 둘러싼 대출 논란에 보다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지씨는 "개인이 사업자 대출을 끌어와 부동산 대출을 메우는 경우는 드물다"며 "제3금융권에서 편법적으로 쓰는 방법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업자 대출은 사업자 등록증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번엔 (딸이) 아파트 매입 자금의 일부를 대환하기 위해 사업자 등록을 한 것 아니냐"며 "완전히 편법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당원 정도의 극성 지지층만 '그래도 양문석'이라고 하지, 일반 시민들은 (양 후보가 안산갑 후보로 낙점된 걸 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유권자들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이야기해요. 한마디로 '깃발만 꽂으면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고. 그래서 '이번엔 표로 심판하자'고들 얘기해요."

기권 선언한 민주당 지지자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안산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의 선거사무소에 걸린 대형현수막.
ⓒ 연합뉴스
 
그렇다면 분노한 유권자들의 표심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본오동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이아무개씨는 이번 총선 '기권'을 선택했다. 스스로를 민주당 지지층이라고 소개한 그는 "양 후보는 딸 대출 사건 때문에 도저히 못 뽑겠다"면서도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찍을 수 없으니 딜레마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아무도 찍지 못할 것 같다, 기권"이라고 이야기했다. 

국민의힘 장성민 후보를 '역선택' 하겠다는 지역민들도 있었다. 

앞서 만났던 우성아파트 주민 김아무개씨는 "내 주변 여론을 보면 현재로서는 장 후보가 유력하다"며 "옛날에는 무조건 당 보고 후보를 많이들 찍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장 후보가 국회의원이 돼야 할 이유'를 설명하진 못했다. 김씨는 "(장 후보) 공약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그런데 전해철이나 양문석이나 '도찐개찐(도긴개긴)'이니까, 장 후보에게 특별한 매력이 없더라도 어부지리로 찍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의 부동산 중개업자 지씨는 "장성민 후보에 대해 호감이 있거나, 장 후보가 잘해서가 아니라 어부지리로 뽑겠다는 정서가 생기고 있다"며 "어차피 두 명(양 후보와 장 후보) 모두 이쪽 지역 사람들이 아닌 '낙하산' 출신 아니냐"고 말했다.

지씨는 한 발 더 나아가, 이제라도 민주당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 후보에 대한 공천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권자 입장에서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의석 수 하나가 중요하겠지만, 국민의힘에 한 석을 내어주게 되더라도 대의를 위해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상록수역 근방에서 만난 또 다른 택시운전사 60대 인아무개씨 역시 "민주당이 (양 후보를) 계속 안고 가면 안 된다. 완전히 (지역주민들에게)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문석 측 "후보 '유세 동선' 당분간 공개 안 한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양 후보와 만나기 위해 이날 오후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그의 선거캠프를 찾았지만 직접 만날 수는 없었다.

양 후보 캠프 관계자는 "내일(3일) TV토론회가 있다, 양 후보가 토론회를 준비하느라 오늘 공식 유세 일정이 없다"면서도 "이후에 유세 현장에 합류하겠지만, 그 일정은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취재진과의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캠프 측은 양 후보 관련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까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해왔던 '안산갑 지역의 현장유세 동선'도 당분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양 후보를 둘러싼 논란 이후 유권자 반응을 묻는 질문에 "별반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반감을 가진 분들이 있지만 극소수"라며 <오마이뉴스>가 현장에서 접한 민심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내놨다.

그는 "한편에서는 양문석이 세니까 (국민의힘이) 양문석을 잡으려고 그러는(논란을 퍼트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승리한다는)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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