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메의 하늘

김지회 2024. 4. 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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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비상하는 새의 날갯짓처럼.
제비의 우아함을 형상화한 ‘발레’.

240년 넘는 세월 동안 자연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헌사를 바탕으로 탁월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여 온 쇼메. 나폴레옹과 조세핀 황후의 전속 주얼리 세공사로 활약했던 메종의 창립자 마리 엔티엔 니토와 그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프랑수아 르뇨 니토 역시 그렇다. 이들은 무한한 자연, 특히 조류에 대해 조예가 깊었던 조세핀 황후의 뜻에 따라 ‘날개 달린 세계’를 탐구하며 새를 테마로 자연주의적 시각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늘과 대지 사이를 누비는 자유롭고 우아한 날갯짓, 종(種)에 따라 구별되는 다채로운 외모와 색깔로 놀람을 안기는 조류의 특성은 한계 없는 아름다움을 품은, 자연이 선사한 선물로서 쇼메에 빛나는 영감을 선사해 왔다. 2023년 ‘르 자뎅 드 쇼메(Le Jardin de Chaumet)’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 이어 올해 새롭게 선보인 ‘쇼메의 하늘(Un air de Chaumet)’ 컬렉션 역시 쇼메 아카이브에서 채집한 자연과 새를 향한 헌사로 탄생했으며, 메종의 역사적 가치와 독창성을 동시대 감성으로 풀어낸 완성도 높은 컬렉션으로 평가받는다.

화이트골드와 브러시드 로즈골드, 다이아몬드로 황금빛 깃털을 표현한 ‘플룸도르’.

조세핀 황후가 사랑한 ‘날개 달린 세계’에 대한 탐구는 20세기 초 쇼메의 아카이브에서도 꾸준히 발견되는데, 니토의 후계자 쥘 포생이 연구한 새의 머리와 다리의 흔적부터 1870년경 프로스페 모렐이 공작새의 깃털을 변형 가능한 ‘드방 드’ 코르사주와 티아라로 만든 것까지 다양한 형태로 기록돼 있다. 오늘날 브랜드의 이름이 된 조제프 쇼메(Joseph Chaumet)가 20세기 초에 디자인했던 ‘허밍버드 아그레뜨’와 ‘날개 달린 방도’는 새를 향한 메종의 애정과 철학을 보여준다. 60~70년대에 선보인 진주 꽃 가지에 앉아 있는 새, 공중을 유영하는 물총새를 모티프로 한 주얼리는 지금 봐도 완벽하고 매혹적이다. 오랜 시간 날개 달린 세계를 찬양해 온 메종의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쇼메의 하늘’은 총 네 개의 테마로 구성돼 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새의 비상을 더없이 우아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그것도 정교한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대범한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새의 비상에서 영감받은 ‘앙볼’ 브로치와 헤어 오너먼트.
화이트골드와 브러시드 로즈골드, 다이아몬드로 황금빛 깃털을 표현한 ‘플룸도르’.
황금빛 깃털을 의미하는 ‘플룸 도르(Plumes d’Or)’는 볼수록 놀라운 메종의 금세공 기술을 보여주며,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화이트와 브러시드 로즈골드 깃털이 번갈아 장식된 걸작으로 메종의 시그너처인 티아라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트랜스포머블 디자인이 깃든 주얼리답게 브로치와 헤어 오너먼트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 여성상의 상징이자 길조로 사랑받는 제비의 우아한 비행을 형상화한 ‘발레(Ballet)’는 아홉 마리의 제비가 자유분방한 형태로 장식돼 있다. 자연주의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메종의 야심과 장인 정신이 뚜렷하게 돋보인 결과물로 제비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극락조를 의미하는 ‘퍼레이드’ 브로치.
새의 비상에서 영감받은 ‘앙볼’ 브로치와 헤어 오너먼트.
화이트골드와 브러시드 로즈골드, 다이아몬드로 황금빛 깃털을 표현한 ‘플룸도르’.
한편 극락조를 의미하는 ‘퍼레이드(Parade)’의 화려한 자태를 그려낸 브로치와 이어 커프, 비상(飛上)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실감 나게 구현한 ‘앙볼(Envol)’은 표표히 날아오르는 새의 날갯짓에 머리카락이 스치는 듯 가벼움을 연상시킨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인류의 관심사는 늘 자연을 향해 있었다. 아무리 최첨단 기술이 발달해 AI 같은 고도의 인공지능이 우리를 잠식해도 자연이 선사하는 탁월한 아름다움과 무한한 가능성을 넘어서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240여 년 전에 역사를 시작해 끊임없이 자연에 대한 헌사를 내비쳐온 쇼메 또한 뚜렷한 행보로 나아갈 것이다. 하늘을 자유롭고 우아하게 날아오르는 새들의 몸짓처럼 날개 달린 세계를 향한 탐구를 통해 힘차게 비상하는 ‘쇼메의 하늘’은 낯익고 순탄한 리듬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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