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얄궂어래이"…사드 괴담 극복한 성주참외 한숨, 무슨 일 [르포]
“인자 날 좀 따뜻해지나 캤디만 또 비가 살살 내리네. 아이고 얄궂어래이~”
3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읍 한 비닐하우스에서 참외 농사를 짓고 있는 홍기철(49)씨는 하늘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내와 함께 아침 일찍 비닐하우스에 온 홍씨는 한 손에 분무기를 들고 있었다. 꽃가루 수정액이 들어 있는 분무기였다.
홍씨는 “날씨가 좋고 기온이 높으면 비닐하우스에 한 통씩 넣어둔 벌통에서 꿀벌이 나와 돌아다니면 자연스럽게 수분(受粉)이 되는데, 이렇게 비가 오거나 기온이 낮으면 꿀벌이 꼼짝을 안 한다”며 “어쩔 수 없이 아내와 함께 일일이 수정액을 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꿀벌 수분 안돼…일일이 인공수정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김모(45)씨는 “참외는 햇빛을 좋아하는 작물인데 겨울부터 비나 눈이 너무 많이 내렸다”며 “지난해엔 날씨가 좋아 ‘사드 괴담’이 무색할 정도로 연간 최대 매출을 달성했는데 올해는 어떨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가락시장 참외(상등품) 도매가격은 10㎏에 8만9674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 같은 날 가격인 6만4365원과 비교하면 39.3%나 높은 금액이다.
“참외 도매가 작년보다 40% 비싸”
경북도가 성주 지역 참외 공판장 5곳의 참외 출하량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출하량은 349만8850㎏으로 최근 7년(2017~2023) 평균인 379만7580㎏보다 7.9%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 2월 하반기 수확량(90만9550㎏)은 7년 평균 출하량(114만3222㎏)보다 20.8% 적었다.
성주 지역 지난 2월 강수일수는 12일로 전년 같은 시기보다 열흘 늘었다. 강수량도 11.5㎜에서 105.5㎜로 9배 이상 뛰었다. 경북도는 성주·김천·고령·칠곡서 4344농가, 1577㏊ 규모 참외밭이 일조량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다.
궂은 날씨는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저급과(低級果) 발생으로 이어졌다. 올해 들어 지난달 14일까지 성주 지역에서 발생한 저급과 수는 46만1582㎏으로 최근 7년 평균 18만8007㎏보다 145.5% 많았다. 특히 작황이 좋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 13만4394㎏보다 243.5%나 증가했다. 특히 2월 26~29일 기간은 전년 대비 2.8배나 저급과가 많이 나왔다.
사과·배 대체 과일 기대했는데…
사과 배에 이어 참외 가격까지 오르자 정부도 비상이다. 과일 가격 상승이 장바구니 물가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과와 배 가격이 1년 전보다 80% 이상 급등하는 등 현재 두 자릿수 상승 폭을 기록한 농산물이 24종에 달하는 상황이다.
성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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