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동 홀린 LIG넥스원의 무기들···방산에서 금맥을 찾다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4. 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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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천궁-Ⅱ 수주는 시작에 불과’ ‘근거 있는 자신감’ ‘확고해진 중장기 성장’….

국내 대표 방산 업체 LIG넥스원에 대한 증권가 보고서는 호평 일색이다.

최근 LIG넥스원 내부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지난해 실적이 날개를 단 데다 무려 20조원에 달하는 넉넉한 수주 잔고까지 쌓은 덕분이다. 여세를 몰아 유럽, 중동뿐 아니라 방산 강국인 미국 수출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LIG넥스원 수주 잔고 20조

중동 이어 미국 수출까지 기대

방산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19조5934억원으로 전년 대비 60%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 10개 포대 물량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를 수출하는 4조2500억원 규모 계약을 성사한 영향이 컸다.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Ⅱ는 탄도탄, 항공기 등 공중 위협에 동시 대응이 가능한 유도무기 체계다. 유도탄 최대 사거리는 40㎞로 요격 고도는 15~20㎞에 달한다.

특히 사우디는 인접국인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위협에 처한 만큼 세계에서 방공요격 실전 경험이 가장 많은 국가로 손꼽힌다. 그만큼 천궁-Ⅱ 같은 무기의 필요성이 크다는 의미다. LIG넥스원은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에 35억달러(약 4조6200억원) 규모의 천궁-Ⅱ 수출 계약을 따낸 데 이어 사우디 수출까지 달성하며 탄탄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방산업계에서는 LIG넥스원이 중동 추가 수출 물량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동 분쟁 등으로 글로벌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세계 각국 방산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국가가 이라크다. 최근 방한한 모하나드 카리브 모하메드 이라크 방공사령관이 천궁-Ⅱ 사양을 점검하면서 향후 도입을 논의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사우디 역시 천궁-Ⅱ 추가 도입을 검토 중이다. 현재 10포대 분량의 천궁-Ⅱ를 도입했는데 국토 면적을 고려하면 24~30포대까지 물량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우디는 UAE에 비해 영토가 넓고, UAE의 3배에 달하는 국방 예산을 쓰고 있다. 천궁 수출액은 올해 3000억원에서 2027년 1조4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 감산 문제 등으로 중동과 미국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 LIG넥스원을 비롯한 한국 방산업계에 호재다. 사우디, UAE 등 중동 국가들은 지금까지 미국 무기를 주로 수입해왔는데 최근 미국 이외 국가를 무기 수입국으로 채택하는 만큼 한국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방산업계 관계자 귀띔이다. 이 밖에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천궁-Ⅱ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주 잭팟을 터뜨리면서 LIG넥스원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매출 2조3086억원, 영업이익 1864억원, 순이익 1440억원을 기록했다. LIG넥스원 매출이 2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전년 대비 4.1%, 17.2% 늘어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LIG넥스원은 1976년 금성정밀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국내 1세대 방산 기업이다. 1999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LIG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LIG그룹이 2004년 LG이노텍 시스템(방산)사업부를 인수해 넥스원퓨처로 출범했다. 2007년 LIG넥스원으로 사명을 바꾼 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과 함께 국내 ‘방산 빅3’로 입지를 굳혔다.

LIG넥스원 사업 부문은 크게 유도무기(PGM), 감시정찰(ISR), 항공·전자(AEW), 지휘통제(C4I) 등으로 나뉜다. 특히 유도무기 사업에 강하다. 천궁-Ⅱ를 비롯한 유도무기 부문에서만 지난해 1조1421억원 매출을 올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

여세를 몰아 방산 강국인 미국에 유도로켓 ‘비궁’을 수출해 탄탄한 기술력을 인정받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비궁은 한국이 개발한 유도무기 중 최초로 미국 국방부의 해외비교성능시험(FCT) 프로그램을 통과하며 첫 미국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궁 미국 수출을 위한 성능 평가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LIG넥스원이 국내 방위 산업 역사상 최초로 미국 무기 수출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향후 잠수함 사업에 거는 기대도 크다. LIG넥스원은 최근 HD현대중공업과 ‘수출형 잠수함 독자 모델 개발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두 회사는 수출형 잠수함에 탑재될 통합전투체계 개발에 힘을 모은다. 잠수함 통합전투체계는 표적 탐지, 분석, 식별, 교전에 필요한 전투체계, 그리고 음파를 이용해 표적을 탐지하는 음향탐지체계로 구성된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전체 임직원의 60%가량이 연구원으로 단일 방산 기업으로는 국내 최대 수준의 연구 인력을 보유했다. 그간의 연구개발(R&D) 경험과 핵심 기술 간 융합을 통해 차세대 첨단 기술 확보에 힘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호재가 몰리면서 주가도 연일 상승세다. 지난 3월 8일 주가가 18만33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연초 대비 상승률만 40%에 달한다. 머지않아 20만원 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LIG넥스원은 역대 최대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향후 4~5년간 매출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 시장에서 LIG넥스원의 유도무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수출 품목이 점차 확대될 것이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의 장밋빛 의견이다.

LIG넥스원 수주가 날개를 달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LIG넥스원 유도미사일 ‘천궁-Ⅱ’. (LIG넥스원 제공)
싱가포르투자청 3대 주주 올라서

트럼프 대선 등판 수혜 기대도

LIG넥스원이 K방산 대표 주자로 급부상하면서 해외 큰손들도 LIG넥스원 주식을 쓸어 담는 모습이다. 싱가포르투자청은 최근 LIG넥스원 지분을 6.37%까지 늘려 LIG(42.54%), 국민연금(13.53%)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싱가포르투자청은 운용 자산 규모가 7700억달러(약 1016조원)에 달하는 세계 6위 국부펀드로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가 의장을 맡고 있다.

호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LIG넥스원이 최대 수혜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중심 집단 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를 부정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각자도생’을 위한 세계 각국의 방산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선거 유세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이 2%를 넘지 않는 국가를 채무불이행자로 규정하고 “나토를 해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LIG넥스원 방산업이 안착했다지만 향후 고민은 신사업 성과다. LIG넥스원은 최근 로봇 등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국 사족보행로봇 개발 업체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3150억원에 인수하고 미국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2015년 설립된 고스트로보틱스는 ‘로봇 군견’을 미국군에 공급한다. 로봇에 이어 위성 분야로도 투자 보폭을 넓힌다. 최근 군인공제회, IBK캐피탈과 공동 조성한 ‘방산혁신펀드’를 통해 국내 인공지능(AI) 위성영상 분석 플랫폼 업체 ‘다비오’에 투자했다.

“LIG넥스원 방산업이 본궤도에 올라서면서 로봇, 위성 등 신사업에 힘쓰지만 당장 넉넉한 수익을 낼지는 미지수다. 지금은 분위기가 괜찮지만 글로벌 정세가 안정돼 방산 수주가 꺾일 경우 신사업이 실적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경영에 복귀한 구본상 LIG넥스원 회장이 방산, 신사업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재계 관계자 촌평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3호 (2024.04.03~2024.04.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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