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의 미래]"서울역보다 커진다"… 용산, 교통 중심지로 재탄생
일제강점기 '물류 허브'로 위상 커져
호남선 열차, 1호선 전철 지나는 교차 지역
GTX·공항철도 등 교통부터 상업 개발까지
편집자주 - '금단의 땅'을 품고 있던 용산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 세기가 넘도록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던 용산미군기지는 국민 모두의 공간인 용산공원으로 탈바꿈했고 대통령실 이전으로 대한민국 권력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며 개발 계획도 본격 시작됐다.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역할 확대 요구도 이어진다. 서울 한복판, 남산과 한강을 잇는 한강 변 '금싸라기 땅'임에도 낙후된 주거지를 여전히 품고 있는 문제도 있다. 서울이 권력과 기업,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용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용산은 한국 도시의 현재이자 미래다.
용산역엔 매일 다양한 사람들이 오간다. 기차역 터미널과 전철역, 대형 백화점, 복합시설이 모여 있어 단순 역사 이상의 역할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교통의 중심지이자 한강을 가로질러 강남·영등포·여의도 지구와 연결되는 교착점이기도 한 용산은 역 안팎으로 늘 사람이 모인다. 이제는 서울의 중심부인 용산구 일대에 다양한 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단순 역사를 벗어나 ‘글로벌 허브’로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물류 허브에서 대형 상업지구로
용산선, 경부선, 경원선이 지나는 용산역은 일찍이 서울역과 함께 전국을 잇는 철도 교통 중심지로서 자리매김했다. 1900년 한강철교 완공과 함께 생겨난 용산역은 처음엔 작은 역사에 불과했지만, 경인선 연장 개통으로 규모가 커진다. 이후 철도화물운송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물류허브로서의 기능을 했다.
그 시작은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용산에 주둔하던 일제는 이곳에 주요 간선 철도가 통과하도록 설계했고 철도국, 철도 공장, 철도 관사 등을 세워 신도시를 조성했다. 당시 용산역은 승객과 화물이 오가는 역일 뿐 아니라 철도차량을 유치하고 정비하는 곳이기도 했다. 지금도 용산역 주변에는 기지창 부지, 철도 관사, 용산역사박물관 등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광복 이후에도 용산은 철도교통 허브라는 기존 역할을 이어갔다. 다만 일제 강점기 때의 역사가 파괴돼 규모가 작아졌고, 화물 수송 거점지라는 역할도 사라졌다. 이후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현대산업개발 민자역사가 세워지면서 그 위상은 다시 확대된다. 용산역에는 아이파크몰, 이마트 용산점 등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상업지구로 탈바꿈했다. 그 덕에 서울역보다 3배 가까이 큰 규모의 역사가 새롭게 탄생한다.
서울의 중심, 한강을 가로지르는 교차로
지금은 대형 상업지구로서의 면모가 부각되고 있지만, 용산역은 여전히 서울역과 함께 전국과 수도권을 잇는 교통 허브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역이 경상도나 충북(부산·마산·진주·포항·제천)으로 가는 열차를 운행한다면, 용산역은 전라도나 서해안(목포·광주·여수엑스포·익산)으로 가는 열차를 운행한다. G-train, 경춘선 ITX-청춘, 호남·전라·장항선 ITX-새마을과 새마을호, 무궁화호 열차들이 시작되고, 대부분의 호남선·전라선 KTX가 용산역에서 출발하고 종착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KTX와 일반열차 등 일평균 용산역 열차 이용객 수는 6만4000명이다.
용산역은 서울을 가로지르는 수도권 교통 허브의 역할도 겸한다. 서울역과 함께 전철 1호선의 대표적인 환승역이자, 경의·중앙선이 교차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용산역은 일평균 이용객이 8만명대로, 수도권 전철 중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 됐다.
그러나 철도역사 자체는 서울역만큼 규모가 크지 않다. 역사의 대부분이 상업시설을 위한 공간인 데다 실제 역무 역사의 규모는 서울역보다 작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열차의 개수도 선로 용량이 부족해 증편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향후 부지개발이 예상되면서 증가하는 이용객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재도 용산역 열차는 포화 상태지만 용산역만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2025년 인천KTX(평택~오송 구간) 개통에 따라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강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용산은 한강대교·한강철교를 비롯해 반포대교·한남대교·동작대교 등의 교량이 걸쳐 있어 도심 관문의 역할도 하고 있다. 용산의 중심도로는 한강로다. 서울역과 한강대교를 잇는 주요 간선도로다. 동작구를 지나 경부고속도로와 1번 국도로 이어지며 용산구를 가로지른다. 용산을 지나 한강을 따라 강남·영등포·여의도 지구와 연결되는 서울 중심지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개척지로 부상한 용산역 일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용산의 지리적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서울의 교통 허브로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의 중심지라는 강점에도 남북을 가로지르는 철도와 외국 군 기지 등의 흔적으로 과거의 낙후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국토연구원이 조사한 전국 도시 쇠퇴 지역 현황(2014년 기준)에 따르면 용산구는 서울 25개 구 가운데 낙후된 지역 3위였다. 용산구는 서울에서 철도가 지상으로 다니는 구간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다. 용산 미군 기지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도로 폭도 왕복 4차선에 불과하다. 용산역 일대에 남아 있는 옛 용산정비창 부지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포함돼 개발될 예정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용산역 인근에 있는 옛 용산정비창(약 50만㎡) 부지를 국제업무·주택·공원 등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용산정비창 부지는 코레일이 70%,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가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 과거 군부대 용지였던 용산 아세아아파트 부지에도 최고 36층 높이의 공동주택 999가구가 건립된다. 이는 지난달 13일 서울시가 용적률을 기존 340% 이하에서 382% 이하로 조정함에 따라 가능해졌다.
용산역 인근의 용산철도병원 부지도 개발될 예정이다. 2011년 중앙대 용산병원 폐원 이후 10여년간 공터로 방치돼 온 이곳에는 지하 6층~지상34층 높이의 복합 건축물이 들어서며, 공동주택 610가구가 공급된다.
정부가 국제업무지구, 용산공원 등 다양한 부지 조성 개발사업을 예고하면서 지상철인 현재 철도의 지하화도 추진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철도 지하화는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까지 철도 지하화 통합 개발 종합계획을 세우고, 서울시는 오는 9월까지 공간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국으로 이어지는 용산역
용산역의 교통 노선도 확장될 전망이다. 용산역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도 개통된다. GTX-B 용산~상봉 구간 기본계획은 총사업비 2조3511억원을 투입하고 용산~상봉 간 19.95㎞ 및 중앙선 연결구간 4.27㎞를 건설하며, 용산역, 서울역, 청량리역, 상봉역 등 총 4개 정거장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부는 이달 GTX-B노선 중 용산~상봉 구간 착공에 돌입하고 2030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한다. GTX-B노선이 개통되면 송도에서 여의도까지 23분, 서울역까지 29분 만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역에는 현재 신사역까지 개통된 신분당선이 연장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신분당선 연장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요 공약이었다. 신사역에서 시작해 강북에 동빙고역을 신설하고 용산역까지 이어지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관련 사업은 좌초된 상태다. 당시 오 시장은 "사업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대안 노선도 검토하겠다"며 재추진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용산정비창 일대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구상을 계획함에 따라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공항철도 신설 방안도 재추진되고 있다. 공항철도 용산역 연장은 지난 2010년 국토부가 ‘공항철도 연계시설 확충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추진했으나 1년 만에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재추진과 함께 용산역 출발 공항철도 신설을 통한 첨단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 의지를 명확히 하면서 공항철도 연장사업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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