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정용진, 신세계건설 대표 전격 경질…경영혁신 '시동'

성기호 2024. 4. 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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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본부장·영업담당도 함께 경질 통보
후임에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
재무 전문가 내정으로 '책임경영' 의지 강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를 전격 경질했다. 지난달 회장 승진 이후 첫 쇄신 인사다. 책임경영과 성과주의에 초점을 맞춘 인사제도를 강화해 그룹 전반의 혁신에 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신세계그룹은 2일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고, 신임 대표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고 2일 밝혔다. 영업본부장과 영업담당도 함께 경질하기로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 실적 부진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만 1878억원에 달했다. 이는 모기업인이마트의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의 원인이 됐다.

신임 대표로 내정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은 1962년생으로,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 삼성물산 재무담당과 미주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쳤다. 2011년부터는 호텔신라로 이동해 경영지원장 겸 CFO 등을 거친 뒤 2018년 7월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전략실 기획총괄 부사장보, 지원총괄 부사장, 관리총괄 부사장,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전략실 재무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신세계그룹은 허 내정자가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으로 그룹의 재무 관리를 총괄해온 만큼, 신세계건설의 재무 건전성을 회복시킬 적임자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핵심 재무통인 허 부사장을 신임 건설 대표로 내정한 것은 그룹 차원에서 건설의 재무 이슈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허병훈 신세계건설 건설부문 대표이사 부사장

실제 이번 인사는 정 회장이 승진 이후 그룹 차원에서 단행한 첫 쇄신 인사다. 정 회장은 지난해부터 성과에 맞는 공정한 보상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인사 제도를 강조해 왔다. 신세계그룹은 내부적으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임원진 수시 인사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전통적인 연말 정기 인사 틀을 벗어나 실적에 따라 수시로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한 제도다.

KPI는 성과 측정의 정성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정량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조직 또는 개인의 성과를 계량화한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면서 산하에 'KTF'(K태스크포스)와 'PTF'(P태스크포스) 등 두 개 전담팀을 신설한 바 있다.

그동안 신세계는 주요 그룹 중에서도 성과 보상시스템이 다소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K태스크포스는 구성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신세계식' KPI 수립을 목표로 했고, PTF는 이를 토대로 기존의 인사 제도를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임무를 맡았다. 정 회장도 관련 업무를 수시로 보고 받고 개선을 지시하는 등 개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 인사 철학을 반영한 새 인사 제도는 크게 성과에 맞는 적합한 보상과 '신상필벌'을 두 축으로 한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와 신세계건설을 비롯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SSG닷컴·G마켓 등 e커머스 계열사가 새 인사제도의 1차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의 체질 개선 작업을 전사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25일 전사적 차원의 희망퇴직 공고를 게시했다. 근속 15년 이상 직원으로 수석부장·부장·과장급 등이 대상에 포함된다. 월급여 24개월(기본급 40개월) 이상의 특별퇴직금과 생활지원금 2500만원 등을 지원한다. 앞서 이마트는 올 초 폐점을 앞둔 상봉점과 천안 펜타포트점에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점포별로 진행하던 희망퇴직을 전사적으로 확대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한편, 신세계건설은 최근 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 회사채 발행, 레저부문 양수도 등을 통해 상반기 도래 예정 자금보다 훨씬 많은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허 내정자는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지속적인 추가 유동성 확보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 안정성을 한층 개선하는 한편, 장기적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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