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정책은 총선용? “세금 쓴다고 아까워 말아야”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2024. 4. 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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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총선을 앞두고 반려동물 정책이 물밀 듯이 쏟아지고 있다. ▲반려동물 공공진료소 전 시민 대상 운영(김포시) ▲대형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 ▲반려동물 위탁 돌봄 비용 지원 ▲반려동물 배변 처리 자판기 공원에 설치 ▲펫 스타트업 및 창업 지원 ▲유기동물 입양 시 양육비 지원 ▲지자체에 반려동물 동반 여행상품 개발 지원 ▲반려동물 동물 등록 지원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반려동물 정책을 두고선 갑론을박이 많다. 특히 반대 측에서는 ‘동물에게 세금을 쓰는 것은 부당하다’ ‘포퓰리즘성 정책이다’라는 주장을 자주 펼치는데, 이에 대한 법·복지·정책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떨까? 숭실대학교 법학과 윤철홍 명예교수(동물법 전문), 수의사 겸 송파구의회 김영심 의원(국민의힘),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성호 교수(동물복지 전문)에게 헬스조선이 직접 물어봤다.

- 반려동물 정책에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나?
윤철홍 명예교수: 유기동물 보호소나 펫티켓 교육 시설 등 반려동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시설’ 등에는 세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반려동물이나 반려인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은 조세 형평상 부당할 수 있다.

김영심 의원(수의사): 반려동물 정책에 국가 자원을 사용하는 것은 정당하다. 반려동물과의 동행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므로 반려동물을 비롯한 동물의 복지증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철학적으로도 ‘​생각이 있는 생명체’​인 동물의 복지증진과 보호는 보편적인 가치에 해당한다. 다만, 세금은 투명하게 사용해야 비반려인의 수용도도 높아질 것이다.

김성호 교수: 정당하다. 오히려 세금 절감 효과도 낼 수 있다. 반려견이 이용할만한 놀이터를 만드는 등 반려동물을 잘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나서서 조성하지 않으면 사회적 비용이 지나치게 커진다. 반려견과 산책할만한 공간이 없어 산책을 잘 못 하면, 반려견이 실내에서 문제 행동을 자주 보여 이웃과 갈등을 빚는 식이다. 유기동물도 많이 생겨난다. 동물보호소 운영과 유기동물 안락사에도 세금이 쓰인다. 알려진 비용만 해도 1년에 300억 이상이다. 또 반려동물 양육이 홀몸노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도움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반려동물 정책을 잘만 활용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유기동물 관리 비용과 취약계층 의료비용 모두를 절감할 수 있다. 

왼쪽부터 윤철홍 명예교수, 김영심 의원, 김성호 교수/사진=윤철홍 명예교수, 김영심 의원, 김성호 교수 제공
- 반려동물 정책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반려동물 보유세를 걷어서 충당해야 할까?
윤철홍 명예교수: 원칙적으로는 보유세를 걷어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80년대에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덩치 큰 반려견과 함께 버스를 타는 보호자가 반려견 버스비도 내는 것을 본 적 있다. 이는 반려견을 단순한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는 사고에서 비롯한 행동이다. 큰 짐가방을 들고 탄대서 버스비를 더 내진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년 후에 독일 민법전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이 생겼다. 

김영심 의원(수의사): 보유세를 걷는 것 자체는 찬성한다. 그러나 걷은 세금을 정확히 어디에 쓸 것인지 정한 후에 도입해야 한다. 보유세가 비반려인과 반려인의 마찰을 줄이는 데 필요하다는 공감대 역시 도입에 앞서 형성돼야 한다. 또 반려동물 소유에 대해 일괄적으로 세금을 걷으면 일종의 ‘징벌적 세금’으로 여겨질 수 있다. 독일처럼 취약계층에겐 보유세를 면제해주는 등 정책을 세분화해야 한다.

김성호 교수: 반려동물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비반려인에게도 도움되지만,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 비하면 일차적 타겟이 좁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반려동물 보유세를 걷어야 한다. 그러나 ‘보유세’는 거부감이 크므로 ‘등록비’로 명칭을 바꾸고, 현재 시행 중인 동물등록과 연계해 걷기를 권한다. 현재 한국은 반려견 동물등록이 의무지만, 한 번만 등록하고 나면 재등록 의무가 없다. 이를 고쳐 반려견 동물 등록을 주기적으로 갱신하게 하면서 때마다 등록비를 걷고, 등록비를 낸 보호자의 반려동물에 한해 무료 건강검진, 무료 접종 등 유인책을 시행해야 한다.

동물을 기를 준비가 된 사람만 동물을 기르게 해 유기동물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등록비가 필요하다. 물론, 차등 적용은 필수다. 한 마리를 양육하면 두당 3만 원, 두 마리를 양육하면 두당 5만 원 하는 식으로 금액을 늘려 무분별하게 많이 기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맹견은 일반 반려견보다 더 비싸게 받고, 중성화를 마쳤거나 유기동물을 입양한 경우 등록비를 깎아주는 방식도 좋다.

- 반려동물 정책에 사용할 돈으로 동료 시민을 먼저 돕는 것이 바람직할까?
윤철홍 명예교수: 정책에는 경중과 우선순위가 있다. 종차별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나,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희귀질환 환자 등 동료 시민을 돕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반려동물 정책도 때로는 사람 대상 정책보다 중요하고 시급할 수 있으므로 예외는 인정해야 한다.

김영심 의원(수의사): ‘반려동물 정책에 돈을 쓰는 것’과 ‘동료 시민을 돕는 것’은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비반려인도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는 유기동물 보호나 TNR(길고양이 개체 수 유지를 위한 중성화 수술) 역시 공공의 건강·복지와 관련되므로 예산 집행은 불가피하다.

김성호 교수: 반려동물 정책에 쓰는 돈이 이웃이 아닌 동물에게 쓰이는 돈이라는 사고 자체가 잘못됐다. 반려동물에게 쓰는 돈이 곧 동료 시민에게 쓰는 돈이다. 반려동물이 반려인 관리하에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해야 유기동물을 관리하며 더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자유에 따른 선택이므로 의료비를 비롯한 양육비도 보호자 개인이 온전히 부담해야 할까?
윤철홍 명예교수: 개인의 필요나 판단에 따라 반려동물을 키우기로 한 것이므로 의료비나 양육비는 개인이 온전히 부담하는 것이 일차적 원칙이다. 물론 취약계층 등 예외는 있을 수 있다.

김영심 의원(수의사): 반려동물 수의료비는 원칙적으로는 보호자 부담이 맞다. 다만, 개인과 동물이 처해있는 환경이 제각기 다르므로 공공이 어느 정도는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 자치구 중 반려동물 수 2위인 송파구가 시행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반려견 의료비 지원 사업’이 그 예다. 취약계층의 반려동물에 수의료 지원을 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유기동물 증가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취약계층 수의료비 지원은 이를 예방해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에게 좋은 사회를 만드는 장치다.

김성호 교수: 기본적으로는 보호자가 양육비든 수의료비든 다 책임지는 것이 맞다. 그래서 앞으로는 양육비나 수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애초에 반려동물을 못 기르게끔 하는 정책이 생겨야 한다. 그러면 취약계층은 어떡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반려동물을 통한 신체적, 정신적 도움이 절실한 집단이지만, 양육비와 수의료비를 책임질 여력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엔 취약계층 복지의 하나로 양육 지원을 고려해볼 수 있다.

- 반려동물 정책이 포퓰리즘을 피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윤철홍 교수: 동물 보호 선진국인 독일은 동물보호법에 ‘함께 살아가는 피조물(Mitgeschoepf)’이라는 새 단어를 만들어 동물을 보호하고자 했다. 이를 고려하면 공동체적 사고나 기독교적 ‘창조질서의 보전’의 차원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반려동물과 더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정책 정도는 포퓰리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영심 의원(수의사): 수의사로서 보건대,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반려동물 수의료 지원은 완결성이 부족해 안 하느니만 못한 것도 있다. 1~3의 행위가 모두 지원돼야 정책적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지자체에서 1 또는 2만 지원하는 식이다. 과도한 유행처럼 무분별하게 시행되는 반려동물 정책도 분명 있다. 정책을 만들기 전에 효과나 효율성을 철저히 분석하고, 지역수의사회 등 반려동물 업계 전문가들과 합의해야 한다.

김성호 교수: 지금 지역마다 똑같은 반려동물 정책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옆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고 있으니 우리도 하자는 식의 정책 도입은 경계해야 한다. 어떤 반려동물 정책이 가장 필요한지는 지역 상황마다 다르다. 지역 반려동물 업계 종사자와 시민의 의견부터 듣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된 공공동물병원의 경우, 무조건 좋다거나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동물병원이 밀집한 곳에 공공동물병원이 들어서서 이미 운영 중인 동물병원에 피해를 준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동물병원이 거의 없어 수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들어선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의 사회적 지위가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할까?
윤철홍 명예교수: 동물을 물건 아닌 생명체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1990년 말부터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의 민법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Tiere  sind kein Sache)”라는 원칙을 명시했다. 동물이 사람 같은 권리주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물건은 아니므로 오로지 예외적인 경우에만 물건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 민법은 동물에 대해 ‘생명 있는 존재’라는 별도 개념을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 민법은 동물을 ‘원칙적으로’ 물건, ‘아주 예외적으로’ 생명체 취급한다. 법을 개정해 동물이 원칙적으로는 물건이 아니지만, 개인 재산으로 사육하는 등 일부 경우에 한해 물건 취급을 허용해야 한다.

김영심 의원(수의사): 사람 말고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동물에 대한 사회 인식 수준은 ‘동물보호→동물복지→동물권’ 3단계로 발전한다는 이론이 있다. 현재 한국은 동물을 괴롭히거나 학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동물의 행복과 삶의 질을 신경 써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는 만큼 1.5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3단계인 동물권으로 인식이 발전해야 한다. 동물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선 비반려인과 반려인의 대립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성호 교수: 비반려인이 반려동물을 꼭 반려인처럼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 ‘인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동물’ ‘누군가에게는 가족인 동물’로 받아들이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고 나서 서로 안 싸울 방법을 찾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일본엔 엘리베이터에 ‘반려동물 탑승 여부’를 표시하는 버튼이 있다. 11층에서 반려견을 안고 1층으로 내려오는 사람이 그 버튼을 누르면, 아래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이 버튼 표시를 보고 이번에 탈지 다음에 탈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한 거다. 이 밖에도 반려동물 동행이 가능한 산책로를 사람 통행이 비교적 드문 곳에 만드는 등 부딪힐 거리를 최소화할 방법은 많다.

반려동물이 늘어나는 것을 아니꼬워만 하지 말고, ‘경제적 기회’로 보는 것도 좋다. 경기도에는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대형 카페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바깥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의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그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다 반려인은 아닐 것이다. 반려가구의 증가가 비반려인에게 줄 수 있는 이득이 분명히 있다.

- 현재 시행 중인 반려동물 정책에서 아쉽다고 느끼는 점 또는 보완됐으면 하는 점이 있나?
윤철홍 명예교수: ▲수의료비를 지원하는 펫보험 ▲보호자 사망·투병 등으로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때, 대신 돌봐줄 누군가에게 자금을 맡길 수 있는 ‘펫신탁’ 등 다양한 서비스가 더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김영심 의원(수의사): 단순 동물 보호에서 동물 복지 증진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나 두 가지가 아쉽다. 첫째로, 정책이 주먹구구식으로 펼쳐지고 있다. 예컨대, 정책 수립엔 정확한 통계가 밑받침돼야 하는데, 당장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서 각각 발표한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 자료부터가 큰 괴리를 보인다. 현황 파악부터 정확히 해야 한다. 두 번째로, 복지의 핵심은 결국 건강이다. 그동안 수의료 분야엔 공적 지원이나 투자가 거의 없었다. 이제는 수의료에 대해서도 정부 배려가 확대돼야 할 시기다.

김성호 교수: 반려가구가 늘어나는 속도를 정책이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땜질을 하는 식의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반려동물의 생애 끝까지 책임질 여력이 있는 사람들만 기를 수 있도록 정책이 바뀌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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