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1위하고 우승 놓친 아쉬움 털어낸 강성형 감독
강성형(54) 현대건설 감독이 마침내 웃었다. 최다 승률 기록을 세우고도 챔프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던 아쉬움을 털었다.
현대건설은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2로 흥국생명을 이겼다. 3연승을 거둔 현대건설은 2010~11, 15~16시즌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정규시즌·챔프전 통합 우승은 10~11시즌 이후 13년 만이다.
강성형 감독은 현대건설을 맡은 지 3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강 감독은 "오늘도 5세트까지 갔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는데 잘 버텼다. 선수들에게 고맙다. 중간중간 정규시즌 생각하면 승점 1점이 소중했는지 생각이 난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2위로)플레이오프에 갔다면 부상자가 많아서 힘들었을텐데, 쉴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서비스 시절 뛰어난 선수였던 강 감독은 코치를 거쳐, 2015년부터 2년 간 남자부 KB손해보험 감독직을 맡았다. 하지만 두 시즌 연속 6위에 머물렀고,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후 라바리니 감독이 이끈 여자 배구 대표팀 코치를 지냈고, 최하위로 추락한 현대건설 사령탑에 올랐다.
강성형 감독은 부임 첫 해 큰 성과를 냈다. 28승 3패로 역대 최고 승률(90.3%)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포스트시즌 없이 정규시즌 1위만 인정받았다. 21~22시즌에 또 한 번 악몽이 이어졌다. 이번엔 정규시즌을 모두 마쳤으나 코로나 확진 선수가 쏟아져 또다시 봄 배구가 열리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는 순항하다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부상을 당하면서 결국 2위를 하고도 챔프전에 오르지 못했다.
강성형 감독은 "부임하고 좋은 기록을 내고, 승률도 좋았다. 하지만 운도 안 따랐고, 지난해엔 외국인선수 문제가 생기는 등 운도 안 따라줬다. 삼세번만에 해내서 더 의미가 큰 것 같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전엔 우승후보로 꼽히지 않았다. 선수단도 자신감을 보이진 않았다. 강성형 감독은 "외국인선수가 바뀌고, 아웃사이드 히터 출혈(고예림 이적)도 있었다. 연습경기를 해봐도 어렵지 않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실제로 1라운드가 힘들었다. 그걸 잘 넘어가서 끈끈해진 것 같다. 모마가 어려움이 있었는데 튼튼하게 잘 지켜줬다"고 말했다.
강성형 감독은 "라바리니 감독과 지내면서 색다르게 많이 호흡한 게 도움이 됐다. 우리 선수들이 어느 정도 구성되어 있지만, 당시 최하위여서 부임했는데 구성원들 하나로 모은 게 힘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강 감독의 강점은 부드러움이다. 모마와 양효진도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화를 내지 않고 인내심을 보인다. 처음엔 소통을 하지 못했지만, 점점 받아줬다"고 말했다. 강성형 감독은 "지금은 화를 많이 내고 싶은데 이미지 때문에 안 된다"고 웃으며 "3년째 하다 보니까 더 어려운 것 같다. 집에 선수들 나이만한 딸(1999년생)도 있다. 딸에게 '이런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성형 감독이 내린 선택은 결과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 아시아쿼터로 위파위 시통을 데려오고, 단신이지만 힘이 좋은 모마를 선택했다. 강 감독은 "(정)지윤, (고)예림이 시즌 초반에 부상으로 힘들었는데, 위파위가 오면서 안정감이 생겼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문에 3일 밖에 훈련 못해서 1라운드 힘들었는데 잘하는 선수여서 빨리 녹아든 것 같다. 신의 한수였다"고 말했다.
모마에 대해선 "2년 동안 봐왔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 큰 부상 없었고, GS에서 그만큼의 성공률을 냈다. 우리가 미들블로커에서 높이가 있기 때문에 호흡적인 문제가. 장점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2001년 현대 트레이너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강 감독은 감독으로서 다섯 번째 도전만에 정상에 올랐다. 강 감독은 "지도자로 우승 못 할 확률이 많다. 현대차서비스 시절 선수로 2번 우승했고, 코치로 김호철 감독님 모시고 2번 우승했다. 감독으로 하는 게 어렵긴 어렵다. 선수들 잘 만나서 영광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고마워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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