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 교회로 번진 성오염 파도… 교단까지 갈기갈기
영국 성공회는 최근 이틀에 걸친 내부 격론 끝에 동성 커플을 위한 축복기도를 허용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40%가 반대해 내홍을 겪어야 했다. 미국연합감리교회(UMC) 역시 동성애자 안수 문제 등에 관한 이견으로 지난 4년간 7600여 교회가 탈퇴하면서 교단 분열을 피하지 못했다.
성오염(성혁명)의 파도는 이미 세계 곳곳의 교회로까지 번졌다. 반성경적이고 편향된 인권을 내세우는 성오염 세력에 전 세계 교회가 힘을 모아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은 내부 분열을 봉합하기에 급급하다. 교계 전문가들은 해외 선례를 참고해 교회 내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독교 세계관 교육과 각성 운동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영국 성공회는 지난달 9일(현지시간) 주교, 성직자, 평신도가 참여한 시노드(교회회의)에서 동성 커플을 위한 축복기도를 허용했다. 이에 올 여름부터 동성 커플이 결혼식 뒤 사제의 축복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시노드에서는 441명 중 250명이 찬성(56.7%)했고, 181명(41.0%)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 과정에서 18차례에 걸친 투표가 이어지면서 극심한 내부 갈등을 드러냈다. 지난 20일 영국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세계성공회의 보수 모임인 글로벌사우스성공회펠로십(GFSA)은 영국 성공회의 동성결혼 축복 결정을 비판하며,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의 세계성공회 수석주교직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전 세계 42개 지역 성공회로 구성된 세계성공회는 1867년 창립된 이후 캔터베리 대주교를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는데, 캔터베리 대주교의 리더십이 공식적으로 거부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성애 문제로 미국 교회 역시 분열가도를 걷고 있다. UMC는 오랜 기간 동성결혼과 동성애자 안수 허용을 놓고 진통을 앓아왔다. 현지 한인감리교회까지 탈퇴 행렬에 합류한 실정이다.
미국 UMC의 동성애 갈등은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 총회에서 동성애자 목사 안수를 놓고 복음주의 신학과 자유주의 신학이 충돌했다.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UMC 내에서도 동성결혼과 동성애자 목사 안수, 동성결혼 주례 등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UMC는 2018년 열린 총회에서 찬성 461표, 반대 359표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전통주의 플랜’을 채택했으나 이후 친동성애 물결이 급물살을 타면서 교단이 찢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2022년 5월 감리교 내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는 교회가 떨어져 나와 글로벌감리교회(GMC)를 만들었다. 교회 재산을 포기하면서까지 UMC 탈퇴를 불사한 것이다.
감리교 매체인 연합감리교뉴스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3년에만 5643개 교회가 지역 총회로부터 교단 탈퇴 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2019년 이후 교단을 탈퇴한 교회는 7660개로 늘어났다. UMC 전체 교회 수(3만543개·2019년 기준)의 25.1%가 빠져나간 셈이다. 탈퇴한 교회 대다수는 동성결혼과 동성애자 안수를 반대하는 보수주의 교회다. 교단을 탈퇴한 교회 가운데 절반이 넘는(약 54%) 4100곳은 GMC에 가입했다.
UMC는 오는 23일부터 5월 3일까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총회를 개최한다. 6년 만에 열리는 총회인 만큼 동성애 관련 안건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실제로 이번 총회를 앞두고 교단 장정 속 결혼의 정의를 일부 변경하고 동성연애 행위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안이 상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UMC 장정(2016년 기준)은 “동성애는 기독교의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다만 “동성애자의 기본적인 인권에 대해서는 정의 실현 차원에서 보호돼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한다”고 밝힌다. 또 결혼에 대해서는 “우리는 혼인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으로 규정짓는 일반 사회의 법률을 지지한다”고 정의한다.
하지만 올해 총회에서 상정될 사회원칙 개정안에는 “우리는 결혼이 믿음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 연합하고, 하나님과 교회 공동체와 더 깊은 관계를 맺도록 이끄는 성스러운 평생의 언약이라고 믿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 아닌 ‘두 사람이 서로 연합함’의 개념으로 제시하면서 더욱 포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동성연애 행위 금지 조항’이 삭제됐다는 점이다. 대신 ‘국가에 의한 동성결합의 법적 인정에도 동의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전문가들은 교계가 세속적 가치관에 편승해 동성애에 관한 하나님의 교리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면 다음세대에 교회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또 교계가 도덕과 윤리의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반동성애 운동가인 안드레아 윌리엄스 크리스천컨선(Christian Concern) 대표는 “성공회 주교가 동성애를 인정하는 발언을 버젓이 하면서 다른 분야도 소위 동성애 지지 명분을 얻었다”며 “이런 현실 속에서 전 세계 교인들의 일치·단결된 행동만이 친동성애 물결의 거센 파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보혁 유경진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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