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AI투자, 암호화폐처럼 사기 불러" 딥마인드 창업자의 경고

"어떤 면에서는 너무 과장됐다."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인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챗GPT 열풍 이후 인공지능(AI)에 쏟아지는 막대한 투자에 대해 경계감을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과학적 진보의 의미는 묻히고 한때 암호화폐처럼 과대광고, 사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하사비스 CEO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개된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생성형 AI 스타트업과 제품에 수십억달러가 쏟아지고 있다면서 "암호화폐 등에서 볼 수 있었던 과대광고와 사기(grifting) 등이 수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암호화폐에 쏟아지던 자금 중) 일부는 AI로 흘러 들어갔는데, 이는 조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놀라운 과학, 연구 업적들을 흐리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면에서 AI는 충분히 과장되지 않았으나, 또 어떤 면에서는 너무 과장됐다"면서 "우리는 현실이 아닌 모든 종류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챗GPT 출시 후 각국에서는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한 투자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분석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탈 그룹들은 무려 2500개의 AI 스타트업 투자 라운드에 425억달러를 투자했다. 증시 투자자들 역시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알파벳, 엔비디아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기술기업들에 몰리며 AI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S&P500지수는 10% 이상 치솟아 5년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I와 관련된 것처럼 사람들을 속여 이윤을 얻고자 하는 이른바 'AI 워시(AI wash)' 사례들도 확인되고 있다. 이미 규제당국은 AI 관련 허위 주장을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선 상태다. 게리 렌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그린워시도 안되고, AI 워시도 안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하사비스 CEO는 이러한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AI가 인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발명 중 하나임을 확신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다음 10년에 걸쳐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는 일의 표면을 긁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과학적 발견의 새로운 황금기, 새로운 르네상스의 시작에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AI가 어떻게 과학적 진보를 가속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최고의 증거로 2021년 딥마인드가 개발한 단백질 구조 예측시스템 알파폴드(AlphaFold)를 제시했다. 그는 딥마인드가 생물학, 수학, 기상 예측, 핵융합 기술 등에 대한 연구를 가속화하기 위해 AI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목표는 항상 AI를 '과학을 위한 궁극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딥마인드는 인간 지능을 웃도는 범용인공지능(AGI)을 구현한다는 목표로 2010년 런던에서 설립됐다. 하사비스 CEO는 이러한 AGI 구현까지 몇 가지 주요 돌파구가 더 남아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앞으로 10년 내 실현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약 50%의 확률"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지난해 개최된 '글로벌 AI 안전 정상회의' 이후 한국과 프랑스 간 후속 정상회담, 영국과 미국의 AI 안전 연구소 설립 등 지속적인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는 "이는 중요한 첫 단계"라며 "해야 할 일이 많고 기술이 빠르게 발전되고 있기에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오픈AI의 챗GPT, 구글 제미나이 등 생성형AI가 잘못된 정보를 사실처럼 내놓는 이른바 환각(Hallucination) 현상에 대해서는 교차 점검 등을 통해 사실 근거 등을 확인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는 알파고가 동작할 때와 약간 비슷하다"면서 "네트워크가 생각하는 첫수를 그냥 뱉어내지 않는다. 생각할 시간을 갖고 계획을 세운다"고 말했다. 최근 딥마인드는 이러한 환각 현상의 오류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 SAFE를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