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전기차 출시 4분만에 1만대 팔렸다…매장 직접 가보니

신경진 2024. 4. 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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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베이징 왕푸징 쇼핑몰 둥팡신톈디의 샤오미 매장에 전시 중인 샤오미 전기차 SU7를 고객들이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휴일을 맞아 가족단위 고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신경진 기자

31일 방문한 베이징 왕푸징의 쇼핑몰 둥팡신톈디(東方新天地)의 샤오미(小米) 플래그십 매장. 20여분을 기다린 뒤 지난 28일 정식 출시한 샤오미 1호 전기차 SU7(Speed Ultra 7)에 탑승할 수 있었다. 샤오미 스마트 생태계의 지능형 음성 인식 서비스인 “샤오아이퉁쉐(小愛同學)”로 창문·백미러·애플리케이션(APP)을 음성으로 조작이 가능했다.

기자가 “샤오아이퉁쉐, 창문 반만 열어”라고 명령하자 차량 유리창이 반쯤 내려갔다.레이쥔(雷軍·55) 회장의 지론인 사람-자동차-가정을 연결하는 현실이 현실로 다가와 있었다.

31일 베이징 왕푸징 쇼핑몰 둥팡신톈디의 1층 중앙에 자리한 샤오미 매장. 매장 바깥에서는 샤오미 차량 3대가 사전 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시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신경진 기자


매장에서 만난 30대 고객은 전날 SU7 맥스 모델 예약 구매를 마치고 이날 실제 차량을 보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는 생애 첫차로 샤오미차가 가격과 디자인 모두 적당한 것 같다면서 "차를 받기까지 넉 달을 기다려야 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첫 전시를 시작한 왕푸징 매장은 28일 정식 발표회 전까지는 외관만 공개했다. 베이블루, 엘레강스 그레이, 올리브 그린 세 가지 색상과 최상위 트림인 맥스와 기본 트림까지 다섯 대가 고객을 맞고 있었다. 매장에는 만삭의 아내와 나온 부부를 비롯해 가족 단위 고객이 많았다. 고객 50~60여명이 SU7 내·외관을 자세히 살펴보며 구매 여부를 고민하고 있었다. 매장 직원은 본사 방침에 자세한 숫자는 밝힐 수 없지만 28일 가격 공개 후 구매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31일 베이징 왕푸징 쇼핑몰 둥팡신톈디의 샤오미 매장에 전시 중인 샤오미 전기차 SU7의 차체 모습. 차량 바닥의 충전지와 모터 엔진 등 주요 부품을 고객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신경진 기자


휴대폰과 가전제품을 동시에 판매하는 매장 한쪽에는 차량 충전지와 엔진 모터를 노출한 차체 골격도 전시하고 있었다. 천안문을 가로지르는 창안대로와 마주한 매장 앞 도로에는 시승 차량 세 대가 분주히 운행하고 있었다. 전문 직원은 하루 50팀까지 시승을 받고 있다면서 "오늘 예약하면 열흘 쯤 뒤에 시승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8일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1호 전기차 SU7 발표회에서 재킷과 티셔츠 차림으로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패션은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를 모방했다고 로이터가 지적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28일 레이 회장이 자동차 업계 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에 샤오미 1호 전기차 SU7을 정식 출시했다. 레이 회장은 회색 재킷에 검은색 티셔츠 차림으로 발표회를 진행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패션과 비슷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지난 2011년 샤오미 첫 스마트폰 발표회 당시 스티브 잡스의 터틀넥에 청바지 패션과 같은 패턴이다.

이날 생방송은 누적 1억 명 이상이 시청했다. 신제품 발표회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가 31일 보도했다. 31일 오후까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검색 해시태그 #샤오미SU7#는 트래픽 38.3억 건을 기록 중일 정도로 중국에서 샤오미차의 인기는 뜨겁다.

31일 베이징 왕푸징 쇼핑몰 둥팡신톈디의 샤오미 매장에 전시 중인 샤오미 전기차 SU7의 내부 모니터. 차량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을 음성 조작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신경진 기자

샤오미차는 애플을 모방하면서 테슬라를 정조준했다. 가성비 제품으로 이름난 샤오미는 발표회 직전 회의에서 최종 가격을 테슬라의 모델3보다 3만 위안 낮게 책정했다. 레이 회장은 “업계 선배인 테슬라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고 말했다. 모델 라인업을 표준·프로·맥스로 구분하면서 애플 아이폰의 라인업을 모방했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중국의 전기차 업계에 출사표를 던진 레이 회장의 승부수는 가성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제로백이 5.28초에 1회 충전 주행거리 700㎞인 기본 트림은 21만5900위안(4009만원)으로 책정했다. 제로백 5.7초에 주행거리 830㎞인 프로 트림은 24만5900위안(4566만원), 제로백 2.78초에 주행거리 800㎞로 고성능 차에 맞먹는 맥스 트림은 29만9900위안(5569만원)을 자랑한다.

예약 판매 성적도 호조세다. 레이 회장은 웨이보에 출시 4분만에 1만대, 7분 2만대, 24시간에 8만8898대의 예약 판매를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샤오미 전기차 전용 APP에 따르면 예약부터 차량 인도까지 13~16주가 걸린다.

애플이 10여년 만에 포기한 전기차 시장에 샤오미가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에 베이징시가 있었다. 발표회 직후 레이 회장은 인터뷰에서 “베이징시 당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3년 만에 자동차 출시는 불가능했다”라며 “베이징은 지금도 혁신과 창업의 옥토다. 이제 샤오미 자동차를 낳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샤오미 전기차 탄생까지 가장 큰 난관은 차량 생산 자격 문제였다. 관련 감독 관리 부처가 비준하기 전부터 샤오미는 베이징의 판교 격인 이좡(亦莊)에 연 생산 20만대 능력을 갖춘 차량 공장을 건설했다. 국유기업으로 현대차와도 합자관계인 베이징자동차(BAIC)가 지난해 11월 샤오미 전용 차량 공장 건설 사실을 발표했다. 테슬라의 메가 팩토리가 상하이 당국의 지원을 배경으로 했다면 샤오미는 베이징차의 라이센스를 빌리는 방식의 특별한 지원을 받은 셈이다. 베이징시는 지난 2022년 정부업무보고에 샤오미 자동차 공장 프로젝트를 포함했고, 2023년 중점 프로젝트 리스트에 샤오미 스마트 공장을 상위권에 올려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레이 회장은 최근 애플의 차 사업 포기를 언급하면서 “잠재적 경쟁자가 한 곳 줄어 안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샤오미 차량은 애플 생태계를 지원한다. 애플 사용자 역시 샤오미 차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현재 샤오미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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