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주역 백호 & 이지혜

2024. 4. 1. 09: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ove and Tragedy, 비극에서 피어난 페르젠 백호와 마리 이지혜의 뜻밖의 사랑.
시스루 셔츠, 와이드 팬츠 모두 드리스 반 노튼.

Q : 무대 아래서 서로의 색다른 모습을 보니 어땠어요?

A : 이지혜 (이하 ‘지혜’) 저희가 환생한다면 이런 옷을 입고, ‘마리 앙투아네트’(이하 ‘마리’)와 ‘악셀 폰 페르젠 백작’(이하 ‘페르젠’)의 사랑이 이뤄질 수도 있겠구나 하고 희망을 느꼈죠. 극 중에선 저희의 서사가 꽤 비극이거든요.

A : 백호 아무래도 화보 촬영 자체가 새롭지는 않지만, 첫 커플 화보라는 게 의미 있었어요. (이지혜)누나와 함께 한다고 들었을 때부터 약간 기대가 됐어요. 저희가 연습 때부터 워낙 합이 잘 맞았거든요. 누나가 잘 챙겨주기도 하고요. 그 비하인드를 화보로 보여줄 수 있어 좋았어요.

A : 지혜 사실 백호가 저희 캐스트 중에서 막내예요. 다들 백호를 ‘우쭈쭈’해주는 분위기인데, 이런 화보 촬영에서 본업 하는 모습을 보니 되게 프로페셔널하고 멋있네요. 저희끼리 있을 땐 밥 먹을 때 숟가락 잘 놓는 막내인데.

A : 백호 맞아요.(웃음) 물도 따르고요.

Q : 어쩌다 데뷔 12년 차가 숟가락을 놓게 된 거죠?(웃음)

A : 백호 그러니까요. (지혜에게) 누나도 데뷔 12년 차지? 나도 사실 그때 데뷔했어.(웃음)

A : 지혜 어머, 2012년이요? 그럼 데뷔 동기네! 그래서 우리가 잘 맞는구나?

시스루 셔츠 드리스 반 노튼. 데님 미니드레스 블루마린 by yoox.

Q : 〈마리 앙투아네트〉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죠. 뉴 캐스트로 합류하게 된 소감이 궁금해요.

A : 지혜 이번 시즌이 그랜드 피날레예요. 이 버전으로 볼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죠. 그래서 10주년다운, 10주년에 걸맞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라이선스 뮤지컬이지만 창작극을 하는 마음으로 연습했죠. 정말 모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함께 고민했어요.

Q : 그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있지는 않았나요?

A : 백호 아무래도 라이선스 뮤지컬이라 큰 줄기를 바꿀 순 없으니, 같은 장면이라도 표현을 더 하냐, 덜 하냐 정도의 개인차가 있기는 했죠. 저 같은 경우엔 유튜브에 ‘마리 앙투아네트’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거의 모든 영상을 다 본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 영화는 물론 앙상블 (장)원령 형이 빌려준 만화책까지 섭렵했죠. 그렇게 이 극을 공부하며 저만의 캐릭터를 찾아갔어요.

A : 지혜 의견이 갈리는 부분도 있었죠. 모두 시도는 해봤어요. 근데 결국 사람이 느끼는 게 다 비슷하더라고요. ‘이건 별로인 것 같다’, ‘이게 좋겠다’ 하는 생각들이요. 그렇게 서로 옳은 방향으로 맞춰나갔죠.

톱 한나신.

Q : ‘마리’는 2명, ‘페르젠’은 3명의 배우가 연기하죠. 다른 캐스트와 비교했을 때 서로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요?

A : 백호 지혜 누나는 하얀 도화지 같은 사람이에요. 제가 연기를 조금씩 다르게 해도 언제나 잘 받아줘요. 티키타카가 잘돼 누나랑 합을 맞추면 되게 재밌어요. 그리고 누나가 디즈니상이라서, ‘마리’를 바라볼 때 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게 돼요.

A : 지혜 백호야말로 동화에 나오는 것 같은 눈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눈물을 흘릴 때요. 뮤지컬 경험이 쌓이다 보면 무대에서 눈물을 기술적으로 제어할 때가 있거든요. 눈물을 머금기만 할 때도 있고, ‘왼쪽 눈에만 눈물을 흘려 보내야지’ 할 때도 있고요. 그런데 연습할 때는 런 스루로 하는 게 아니라 장면장면 끊어서 하다 보니 감정이입이나 눈물 연기를 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백호가 연습을 하다 처음으로 눈물을 보인 적이 있어요. 신에 완전히 몰입해서 진심으로 울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색다른 자극을 받았고, 촉촉한 눈망울을 보는데 정말 동화 같더라고요.

A : 백호 아마 그때가 처음으로 장면을 연결해서 연습해본 날이었을 거예요. 마지막 에필로그 장면에서는 거의 노래를 못 할 정도로 너무너무 많이 울었던 것 같고….

A : 지혜 ‘페르젠’이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에필로그의 감정으로 프롤로그를 시작해야 하니까.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연습해보고 감정을 극한까지 끌어올려본 게 도움이 됐을 거예요.

Q : 어떤 장면에서 그렇게 감정이 주체가 안 되던가요?

A : 백호 ‘마그리드 아르노’(이하 ‘마그리드’)가 단두대에 오르는 ‘마리’에게 처음으로 예의를 갖추고 왕비 대접을 하는 장면이에요. 짧은 신인데 제겐 주체가 어려울 정도로 슬픈 신이었죠. 첫공 때도 그 장면에서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 아마 매 공연 그럴 것 같아요.(웃음)

시스루 셔츠, 팬츠 모두 돌체앤가바나. 로퍼 크리스찬 루부탱.

Q : 〈마리 앙투아네트〉는 철없는 10대 소녀의 모습부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왕비의 모습까지, 소화해야 하는 연기 폭이 넓어요.

A : 지혜 철부지 소녀 ‘마리’를 표현하기 위해 영화 〈금발이 너무해〉나 미드 〈가십걸〉 속 캐릭터를 참고했어요. 제스처나 특유의 바이브를 녹여보려고 애썼죠. 평소의 저에겐 거의 없는 모습이라서요.(웃음)

Q :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에서는 ‘마리’가 치장할 때 분홍색 캔버스화를 옆에 놓아뒀죠. ‘마리’가 아직 어린 소녀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요. 뮤지컬에선 그런 디테일의 힘을 빌리기 힘드니, 배우가 짊어질 부담이 더 클 거라 생각해요.

A : 지혜 맞아요. 영화는 흔들리는 눈빛만으로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만 뮤지컬은 3시간 동안 온몸으로 쏟아내야 한다는 부분이 가장 다르죠. 그것도 라이브로요. 그래서 관객에게 더 큰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뮤지컬이 가진 힘이죠.

(이지혜)레더 드레스 이자벨 마랑. (백호)재킷, 팬츠 모두 참스.

Q : 가장 와닿는 넘버는 뭔가요?

A : 지혜 재판 신에서 아이들에게 남기는 메시지가 있어요. “복수로 삶을 버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라는 내용이죠. 그 넘버는 가창력을 뽐내거나 완벽하게 불러야 완성되는 노래가 아니에요. 숨이 차고, 음정이 나가더라도 슬픈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죠. 극 초반에는 드러나지 않던 왕비 ‘마리’의 품격과 강인함이 느껴지는 장면이라 가장 애착이 가는 신이에요.

A : 백호 ‘마리’와 ‘페르젠’의 듀엣곡인 ‘단 하나 후회 없는 일’을 꼽고 싶어요. 정말 속상한 장면이기는 한데 ‘마리’를 구해야 한다는 ‘페르젠’의 절박함이 가장 극에 달한 순간이기도 하고, 늘 현실을 외면했던 ‘마리’가 처음으로 “나쁜 왕비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며 떠나기를 거부하거든요. 두 인물의 가장 ‘나다운 순간’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아하는 신이에요.

Q : 행색이 가장 초라한 순간임에도 위엄이 느껴지는 그 장면을 보며 감탄했어요. 〈마리 앙투아네트〉를 처음 보는 관객이 알면 좋을 관전 포인트가 또 있다면요?

A : 백호 인물에 완전히 몰입해보는 걸 추천해요. 사전 정보조차 없이 그냥 와서 봐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는 캐릭터가 있을 거예요. ‘마리’나 ‘마그리드’가 아닌 아예 다른 인물일 수도 있죠. 결국에는 어떤 캐릭터가 옳고 그른지 따지는 게 무의미해질 거예요.

Q : 〈마리 앙투아네트〉의 캐치프레이즈기도 하죠. “우리가 꿈꾸는 정의는 무엇인가.” 각각의 인물이 믿어왔던 정의가 박살나는 순간 뒤통수를 맞듯 몰려오는 후회와 깨달음이 객석까지 전달되죠.

A : 지혜 맞아요 초반엔 주인공인 ‘마리’와 ‘마그리드’ 중 어떤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느냐에 따라 극이 완전히 달리 보여요. 가치관에 따라서 유독 공감이 안 되는 인물이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극이 끝나면 캐릭터 하나하나 애정이 생기실 거예요. 정말 매력적인 뮤지컬이죠.

Copyright © 코스모폴리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