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물 분야 초격차 기술 진수 담아낸 ‘화성 AI 정수장’ [D:로그인]

장정욱 2024. 4.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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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보고서, 한국 ‘물 스트레스 국가’ 규정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 153개국 중 129위
열악한 환경 극복…정수 기술 세계 ‘TOP’
WEF ‘화성 AI 정수장’ 글로벌 등대 선정
화성 AI 정수장 이미지. ⓒ한국수자원공사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물은 산소 다음으로 생존에 가장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마시는 물부터 몸을 씻을 때나 음식을 만들 때도 쓴다. 곡식을 재배하고 기업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게 물이다.

유엔(UN)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현재 세계에서 10억 명 정도가 식수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세계 인구 3분의 1은 연중 최소 한 달은 물을 쓰는 제대로 쓰지 못한다. UN은 2030년이 되면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인구 활동으로 물 수요량이 공급보다 40%를 초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물을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상수도망이 잘 정비된 도심에서는 큰 불편 없이 물을 쓰고 있지만, 상수도가 없는 일부 지역에서는 해마다 극심한 물 부족을 겪기도 한다.

2019년 UN이 내놓은 ‘The United Nations World Water Development Report 2019’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물 스트레스’ 국가다.

참고로 물 부족 국가 분류는 국제인구행동연구소가 매년 1인당 가용 수자원량을 기준으로 정한다. 1인당 가용 수자원이 1000㎥ 미만이면 물 기근(water-scarcity), 1000~1700㎥ 미만이면 물 스트레스(water-stressed), 1700㎥ 이상이면 물 풍요(relative sufficiency) 국가로 분류한다.

환경부가 발표한 국가별로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1453㎥으로 세계 153개 국가 중 129위다. 주변국인 북한(3366㎥), 일본(3362㎥), 중국(2128㎥)에 미치지 못한다.

1986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300㎜로 세계 평균 1.6배다. 수자원총량은 연간 1323억㎥ 수준이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1인당 강수총량은 2546㎥로 세계 평균(1만5044㎥)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화성 AI 정수장 전경. ⓒ한국수자원공사

세계가 공통으로 걱정해야 할 물 부족 문제는 결국 기술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기후변화를 늦추고 물 소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필요한 곳에 최소한의 깨끗한 물을 공급할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은 물 기술 관련 세계 일류 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정수 설비 능력은 이른바 ‘초격차’ 기술을 접목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정도다.

‘글로벌 등대’ 이름 올린 물관리 신기술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경기도 ‘화성 AI(인공지능) 정수장’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세계 물 관리시설 가운데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F)이 ‘글로벌 등대’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글로벌 등대’는 어두운 밤 등대가 빛을 밝혀 길을 안내한다는 의미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도입해 세계 제조업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WEF는 2018년부터 세계 기업 생산시설 가운데 대상을 선발하고 있다.

화성 AI 정수장은 경기도 평택시에 일 최대 26만㎥ 생활용수를 생산·공급한다. 평택시 고덕산단에 최대 22만㎥의 공업용수를 제공한다. 수돗물 생산·공급 과정 전반에 ICT(정보·통신·기술)와 AI 기술을 도입한 국내 최초 광역상수도 시설이다.

2021년 시범 구축 후 3년 동안 기술혁신을 거친 화성 AI 정수장은 현재 AI와 디지털 트윈(가상 모형) 기술을 적용해 4가지 핵심 기술을 구현 중이다.

먼저 착수와 혼화 응집, 침전, 여과, 약품 투입, 소독·오존 등 모든 정수 처리 과정에 AI를 도입해 자율 운영을 한다. 이상 수질의 원수 유입을 스스로 감지해 정수 약품량을 알아서 조절한다.

시간대별 물 수요량을 예측하고 실시간 전력을 분석해 최적의 전력 제어·관리 기능도 갖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최적화 기술은 가동에 필요한 가압펌프 용량을 AI가 스스로 정해 전력 낭비를 줄인다.

화성 AI 정수장 운영 시스템 이미지. ⓒ한국수자원공사

예지보전, 즉 설비고장을 사전에 예측하고 정비 필요성을 알리는 기술도 있다. 주요 설비 상태진단을 통해 고장 이전에 이상 징후를 감지해 관리자가 사전 정비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돕는다.

마지막으로 CC(폐쇄회로)TV 영상과 공기 질 등을 분석해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경보 체계를 통해 알린다.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근로자 안전성을 높이는 데 효과를 보인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발맞춰 4차 산업혁명 핵심 혁신 기술을 물관리에 접목해 왔다. 이를 통해 인적·물리적 자원을 최적으로 활용하고 한층 높은 수준의 관리체계를 구축한 게 바로 화성 AI 정수장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올해 안으로 화성 AI 정수장 기술을 전국 43개 광역정수장으로 확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안정적인 수돗물 생산·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수돗물 생산 운영혁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매년 약 95억원 생산원가 절감 효과도 기대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기후변화 시대에 국민 삶과 직결하는 수돗물 서비스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급변하는 대내외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운영 효율은 높이고 인적 오류는 줄이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며 “이를 위해 화성정수장에 AI 기반 운영체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대세일 수밖에 없는 AI…남은 과제는

최근 정수장 핵심 설비인 펌프 등 인프라(기반시설)의 노후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수질 변화 등으로 물관리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사람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줄여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가 AI 정수장에 힘을 쏟는 이유다.

2020년부터 시작한 해당 사업은 AI 분야에 물 관련 전문가가 부족해 수자원공사 소속 전문가가 직접 관련 기술을 배웠다. AI 정수장은 알고리즘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만큼 알고리즘 분석과 에너지 최적화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과 협업해 사업을 구체화했다.

화성 AI 정수장은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사고 가능성을 미리 살피고 예방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근로자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사업 시작 3년 동안 기술혁신을 거친 화성 AI 정수장이 앞으로 정수 관련 세계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뒷받침해야 할 정책 과제도 많다.

우선 지속적인 기술 업그레이드다. AI 정수장 특징상 지속해서 기술력을 키우는 것은 필수다. 수자원공사는 이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챗 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하는 정수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AI 정수장 도입 인센티브(혜택)도 알려야 한다. 전국에 AI 정수장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시설 도입 지자체에 혜택을 주고 AI 기술 수준에 대한 자격 기준도 만들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AI 전문 인력 육성이다. 사람이 할 일을 AI가 대신하는 만큼 물 관련 AI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전문가를 키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수질관리 정보(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술표준도 만들어야 한다. 정부 차원 예산은 물론 외교와 행정 지원이 필수다.

이 밖에도 에너지 낭비가 심한 송·배수펌프를 고효율 시설로 교체하고, 정수처리 주요 공정에 대한 진단과 평가, 자율 운영, 에너지관리와 설비 예지보전, 지능형 영상 안전 시스템 등에 대한 표준모델 ·통합플렛폼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화성 AI 정수장은 물관리 시설 가운데 세계 최초로 글로벌 등대에 선정된 사례”라며 “기후테크분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우리 물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입증하여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안전하고 스마트한 물관리를 통해 국민 모두에게 고품질의 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라며 “대한민국 대표 물관리 기관으로서 차질 없는 용수공급으로 산업과 국민 생활에 이바지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해 국가 상수도 서비스 전반의 품질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화성 AI 정수장에서 관계자로부터 시스템 운영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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