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과’ 사태, 공급만 파고들면 문제 못 푼다

맹찬호 2024. 4.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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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가격 여전히 평년 2배 이상
‘애플플레이션’ 초가을까지 지속
“정부의 ‘단기처방’ 적절치 않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사과를 구입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기상악화, 재배면적 감소 등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반년째 치솟은 사과 가격 때문에 다른 과일값까지 연이어 오르는 ‘애플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한 해 동안 사과를 재배했던 농민들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군다. 불가피한 이상기후를 대응할 방도가 없어서다. 정부가 수입 과일을 확대하고 납품단가 지원에 나섰으나 공급에만 초점 맞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들어 사과값이 급등했던 근본 원인은 날씨다. 작년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진 일조량 부족과 여름철 잦은 비 등 이상기후는 사과나무에 열매가 맺히지 못하는 치명상을 입혔다. 작황이 좋지 않자 사과 생산량이 전년보다 30% 감소했다. 평년 대비로는 22% 줄었다.

생산량이 줄었음에도 도·소매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사과(부사·상품) 10㎏ 상자당 도매가격은 7만1424원으로 1년 전(3만5960)보다 2배 넘게 급등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에서 파는 소매가격(10개)은 지난 29일 기준 2만4707원으로 1년 전보다 8%가량 올랐다. 특히 사과 한 알에 5000원까지 급등하자 정부가 230억원 규모의 할인 지원을 5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려 낮춘 상승률이다. 제수 용품으로 쓰이는 특상품은 개당 1만원 선을 웃돌기도 했다.

사과뿐만이 아니다. 감귤 10개당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2월 기준 6000원정도 1년 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뛰었다. 겨울이 제철인 딸기도 날씨가 좋지 않자 가격이 전년 대비 12% 치솟았다.

수입 과일인 바나나와 오렌지, 파인애플 가격도 이달 기준으로 전년보다 4%씩 오른 상황이다. 정부는 수입 과일의 관세를 낮춰 수입을 늘렸지만, 정부의 ‘무관세’ 조치에도 작년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역부족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수입 과일 가격이 오른 배경에는 주산지인 미국에서 작황이 안 좋았고, 저장단가와 물류비가 높아진 탓”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과실물가 상승률을 40.6%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3.1%보다 37.5%p(포인트) 높았다. 과실류 물가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정부가 농산물 가격 상승세를 제어하지 못해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줬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과일값 급등을 촉발한 사과값은 올여름까지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고공 행진하는 사과 가격이 햇사과가 출하되는 초가을 무렵까지 10개당 3만원이 넘는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과값 증가세는 올해 햇과일 사과가 나는 추석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과의 경우 조생종인 츠가루(아오리)가 7월 말 정도부터 출하되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4개월간 가격 안정화는 어려운 셈이다. 가격 폭등 배경에는 유통과정이 복잡한 요인도 적지 않다. 사과 업계 관계자는 “유통 업계에서 우리가 내놓은 가격에 2~3배가량 올려 마트나 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다”며 “복잡한 유통구조를 단순화하면 소비자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1080억원) 중 690억원을 올해 설 성수기에 투입했다. 다음 달까지 더 사용해 모두 920억원을 소진할 예정이다. 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직수입 과일을 11개 품목으로 확대하고 6월 말까지 총 5만 톤을 할인하는 등 농산물 가격안정대책을 추진한다. 직수입 과일로 선정된 품목은 바나나·오렌지·파인애플·망고·체리·자몽·아보카도·만다린·두리안·키위·망고스틴 등 총 11종이다.

다만 수입 과일 공급과 할인지원 등은 결국 물가 상승 연쇄작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농대 교수는 “가격은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설 경우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며 “정부의 단기 처방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일각에서 유통구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관계부처 합동 실태점검단을 구성해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제도 개선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농축수산물 가격안정 대책이 3월 중순 이후로 본격 시행되면서 소비자가격 하락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며 “4월에도 물가안정 노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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