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원룸 월세 평균 101만원…전세시장 무너지자 벌어진 일
최근 서민 주거의 한축인 신축빌라·오피스텔·소형아파트 등 소형주택 월세가 크게 오르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세사기로 빌라(다세대·연립주택·도시형생활주택) 전세 시장이 무너지면서 수요가 소형 주택 월세 시장으로 몰려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월세지수는 지난 2월 기준 100.14로 지난해 5월(99.66) 이후 9개월 연속 상승했다. 부동산원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8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세와 반대로 매매가격은 내려가면서 오피스텔 수익률은 2020년 6월(5.4%) 이후 최고치인 5.28%까지 뛰었다.
서울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 이하)의 월세 점유율도 63.8%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역시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1월 기준) 가장 높다. 이 비중은 2020년 1월 55.2%였고, 2023년 1월 61.7%를 기록하면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경제만랩 분석) 소형 아파트의 월세지수 역시 지난해 8월 이후 오름세다. 부동산 매매 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지만, 월세만큼은 수요가 공급을 훨씬 웃돌고 있다는 얘기다.
대학가 등의 신축 빌라 원룸 월세 가격도 치솟고 있다. 전세사기 이후 빌라 임대 수요는 신축 월세로 이동 중이다. 지난 2월 준공 5년 이하,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서울 지역 신축 빌라 원룸의 평균 월세는 101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올랐다.(다방 분석)
서울 안암동 인근 원룸에서 거주 중인 20대 직장인 백모씨는 보증금 2억3000만원짜리 원룸 전세에 살다 지난 2월 전용면적 26.4㎡(공급면적 기준 8평) 신축 원룸 월세로 거주지를 옮겼다.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70만원이며, 관리비 10만원은 별도다. 백씨는 “월급의 3분의 1가량을 주거비로 써야 하지만 전세는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커 월세를 선택한 것”이라며 “회사 근처(종로) 오피스텔보다 대학가 근처 신축 빌라의 월세가 훨씬 저렴한 수준이라 취업을 했는데도 졸업한 학교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1~2인 가구가 급증해 소형 주택에 수요가 몰리는 것도 월세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서울 1인 가구는 지난 2월 기준 199만9999가구로 전체의 44.6%를 차지했다.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36.4%(연말 기준)에서 10년 새 8%포인트가량 꾸준히 상승했다. 2인 가구 역시 지난달 처음 100만명(100만1422명)을 넘었다.
소형주택 월세 상승으로 저소득 1~2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소비지출 중 주거비 지출 비중을 계산한 ‘슈바베 지수’가 지난해 4분기 평균 11.4%로 나타났다. 직전 3분기 10.3%에서 1.1%포인트 오른 것이다. 고소득층인 5분위의 경우 슈바베 지수가 8.2%에 그쳤지만, 저소득층인 1분위는 17.5%에 달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전세사기에 대한 공포가 청년 1~2인 가구의 거주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당분간 월세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실효성 있는 청년 주거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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