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깔깔’ 소리 끝없어…교회의 이유있는 ‘토요일’ 사랑

김동규,이현성 2024. 3. 3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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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부산 광안중앙교회 ‘토마토’ 가보니
‘새터데이 처치’ 뜬다…한산한 토요일 활용해
아이들 섬기고 복음도 은은하게 전해
유치부 아이들이 30일 부산 수영구 광안중앙교회에서 마련한 '토마토' 교육 현장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작동하고 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오늘도 왔어요.”

토요일이었던 30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중앙교회(김상수 목사). 입구에서부터 아이들의 인사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열댓 명의 아이들이 자리에 앉자 강사로 나선 송은주 집사가 시편 23편을 가사로 한 영어찬양을 불렀다. 아이들은 제법 능숙한 발음으로 곧장 따라 불렀다. 교회가 마련한 ‘토마토(토요일에 마음을 같이해 모인 토요모임)’ 교육 현장의 풍경이다.

유치부 아이들이 30일 부산 수영구 광안중앙교회에서 마련한 '토마토' 교육 현장에서 원어민과 함께 영어 교육을 듣고 있다.

‘새터데이(토요일) 처치’가 뜨고 있다. 일부 교회에서는 비교적 한산한 토요일을 활용해 유치부 영어교실을 운영하는가 하면 코딩과 로봇을 활용한 놀이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다. 최근 저출산 문화와 더불어 팽배해지는 축소사회 흐름 속에서 다음세대를 아우르고자 하는 한국교회의 섬김과 분투가 엿보인다.

광안중앙교회가 2020년부터 이어온 토마토 프로그램은 기독교를 믿지 않는 가정이 교회 문턱을 자연스레 넘어올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가 담겼다. 실제로 올 상반기 프로그램을 신청한 24가정 가운데 기독교를 믿는 가정은 5가정에 불과하다.

아이들이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영어찬양을 부르고 있다.

수강 과목은 원어민과 함께하는 영어 교육을 비롯해 코딩을 활용한 자율주행 자동차·드론 교육 등으로 구성됐다.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이날 가장 인기를 끈 과목은 ‘자율주행 자동차’였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코딩을 입력하면 자동차는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실수를 반복·학습하면서 마침내 도착 지점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수연(38)씨는 2022년 토마토 강의를 통해 교회를 처음 접했고 이듬해 교회에 등록했다. 지금은 교육 보조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아이가 교육에 참여하기 위해 교회에 오는 것을 좋아하니 자연스럽게 교회에 호기심이 생겨 등록했다”며 “교회에서 받은 만큼 아이들을 섬기기 위해 보육교사 자격증도 땄다”고 밝혔다.

토마토는 교회학교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축소사회 여파를 지나갈 수 없었던 교회로서는 유치부 인원이 줄면서 유아부와 유치부를 통합하려 했다. 하지만 토마토 프로그램으로 되레 아이들의 출석이 늘어나면서 유치부 존치를 이어가도록 만들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토요일을 적극 활용하는 교회는 또 있다. 영유아를 위한 신앙교육부터 성품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서울 한성교회(도원욱 목사)는 지난 23일부터 5~7세 유치부 아이들을 대상으로 말씀 놀이학교 ‘놀쉐토’를 진행 중이다. 매주 토요일 5주간 열리는 놀쉐토는 ‘놀면서 새기는 하나님의 말씀 쉐마, 교회에서 신나게 노는 토요일’에서 따온 말이다. 아이들은 보드게임 동화 오감 놀이 악기연주 등을 통해 요한복음 골로새서 에베소서 말씀을 익힌다. 현재 어린이 53명이 참여하는데 타교회 교인이거나 교회에 다닌 적 없는 아이들도 10명 있다.

놀쉐토 사역 담당자인 김신숙 전도사는 “어렸을 적 믿음의 추억이 있는 청년들은 방황하더라고 결국 교회로 돌아오는 것 같다”며 “놀쉐토에서도 겉으로 보이는 건 놀이지만 그 속엔 전부 복음이 담겨 있다. 아이들이 교회에서 주님의 사랑을 누리고 믿음의 자녀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수영로교회가 마련한 '미취학 성품학교'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수영로교회 제공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엔 반기마다 5주씩 ‘미취학 성품학교’가 열린다. 예배·놀이를 통해 기쁨 감사 배려 순종 정직 절제 등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수영로교회 다음세대 사역 총괄자인 송기식 목사는 “프로그램엔 학부모들도 함께하고 있다”며 “15년간 신앙의 세대 계승을 위해 이어지고 있는 사역”이라고 밝혔다.

서울 상도중앙교회(박봉수 목사)는 20년 전부터 토요일마다 6~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열매 놀이터’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꼬리잡기 숨바꼭질 등 놀이에 ‘다윗과 골리앗’ ‘잃어버린 드라크마’ 등 성경 이야기를 접목해 말씀을 배우는 비블리오 드라마 형태의 사역이다.

부산=글·사진 김동규 이현성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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