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디단 ‘밤양갱’, 알고 보면 ‘일본 디저트’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2024. 3. 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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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탕후루가 본의 아니게 한국 디저트로 해외에 전해지고 있다고 알려드렸습니다. 이번에는 밤양갱입니다. 한국 전통 디저트로 잘못 알려지고 있지만, 사실 양갱의 시초는 일본이거든요.

밤양갱에 대한 오해는 비비의 신곡 ‘밤양갱’이 3월 국내 음원 차트 1위를 휩쓸면서 시작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외 팬들도 큰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재밌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비비는 그간 직설적인 가사 등으로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던 가수인데요. 외국 골수 팬들은 비비의 ‘밤양갱’ 발표 예고를 보고선 그가 본격적인 ‘힙합’을 선보일 줄 알았다고 합니다. 밤양갱을 영문 표기로 ‘Bam Yang Gang’이라고 썼으니 한국의 ‘밤양’이라는 유명한 갱 집단을 표현한 줄 알았던 거죠.

하지만 막상 공개된 뮤직비디오에서 밤양갱은 그간 비비의 모습과 달리 사랑스럽고 달달한 뮤지컬풍 노래와 판타지 느낌으로 표현됐는데요. 해외 팬들은 여기서 일단 충격을 받았다고 하죠. 또 앞부분에 연인과 헤어진 뒤 마녀와 함께 양갱을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를 독약으로 오해합니다. 비비가 헤어지자던 남자친구에게 독약을 먹여 복수할 거라고 기대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비비가 막대 젤리를 먹으면서 영상이 끝나자 “도대체 아시아 정서는 이해를 못하겠다”며 불평을 한 팬도 있다고 하죠.

해외 팬들이 그가 먹고 싶다는 Bam Yang Gang이 도대체 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는데요. 우리나라 팬들이 유튜브 댓글로 ‘한국 전통 디저트’고 영어로는 ‘Chestnut Red Bean Jelly’라고 설명해줍니다. 그럼에도 팥(Red Bean)과 양갱(Sweet bean Jelly) 모두 생소한 음식이다 보니 그게 도통 무슨 맛인지, 어떤 형태인지 감을 못 잡는 이들이 대다수더군요.

양갱은 일본 화과자의 한 종류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팬들이 한 가지 잘못된 사실을 알려준 것 같습니다. 양갱은 사실 일본 화과자의 일종입니다. 양갱은 중국과 일본에 모두 존재하지만, 완전히 다른 음식입니다. 중국의 양갱(羊羹)은 양고기와 선지를 재료로 하는 국물 요리고, 일본에서는 팥을 삶아 채에 거르고 설탕과 밀가루, 한천을 섞어 틀로 넣고 쪄서 굳힌 화과자입니다. 1589년 처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굳힐 때 그릇 모양이 양 모양이면 양갱(羊羹), 돼지 모양이면 저갱(猪羹), 대나무 틀이면 죽갱(竹羹)으로 불렸는데요. 세월이 흘러 양갱으로 통칭됐고 우리에게 익숙한 막대 모양 연양갱은 1800년대 중반부터 일반화됐습니다. 아마 일본 여행을 할 때 팥 말고도 밤, 고구마 등 다양한 재료로 작게 만들어진 양갱 선물세트를 보신 분도 많으실 겁니다.

우리나라에는 구한말이나 일제강점기에 소개됐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후 양갱은 우리나라 제과 업계에서 꾸준히 생산됐습니다. 워낙 양갱을 찾는 이가 많았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양갱이 우리나라 전통 음식으로 오인된 것 같습니다.

과거에 비해 인기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최근 마라톤과 등산이 인기를 끌며 ‘양갱’ 인기가 조금씩 되살아나던 중이었는데요. 이번 비비의 신곡 성공까지 겹쳐지며 양갱 인기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네요. 당장 저도 노래를 들을 때마다 양갱을 먹고 싶어지니까요. 다만 양갱은 당이 높은 음식입니다. 과식하면 급격히 혈당이 올라가는 ‘혈당 스파이크’가 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오죽하면 노래 가사도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이라며 계속 주의를 주겠어요. 마침 비비의 밤양갱 후속곡이 영어권에서 혈당 스파이크를 의미하는 ‘Sugar Rush’네요. 앞으로도 한류 유행이 또 어떤 음식을 전 세계에 알릴지 참 궁금해지네요.

조홍석 삼성서울병원 커뮤니케이션수석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2호 (2024.03.27~2024.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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