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판 CES' 뭐길래... 한종희 "올해부터 글로벌 3국 동시 '원 론칭'"

임채현 2024. 3.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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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신제품 몰아서 선보이는 '원 론칭' 전략 스타트
기존 계절별 전략 폐기... 미국·프랑스·한국서 동시 출시
한종희 "새판짜기로 기존 전략보다 높은 마케팅 효율 기대"
"LG전자 비교 의미없다... 그저 삼성의 로드맵대로"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 현장에서 열린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모습.ⓒ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향후 '삼성판 CES'가 글로벌 주요 3국에서 동시 개최될 것임을 시사했다. 통상 신제품을 순차 출시했던 그간의 전략과 달리 한해 신제품을 한 번에 대거 공개하는 이른바 '원 론칭' 마케팅이다. 업계에선 이례적인 삼성의 행보를 두고 경쟁사인 LG전자의 '가전 명가' 마케팅을 뛰어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으나 한종희 부회장은 "이건 삼성만의 로드맵이고 새로운 청사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2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을 계절별로 순차적으로 내놓는 것이 신제품 효과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원 론칭' 전략을 올해부터 미국, 프랑스, 한국에서 동시에 실시할 예정"이라며 "기존 순차 제품 출시의 효과에 비해 높은 마케팅 효율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한해 신제품을 모아 놓고 한번에 볼 수 있는, AI 가전 연결성을 누릴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론칭'이란 신제품 출시를 특정 시기에 몰아서 한다는 뜻으로, 이미 한 부회장은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 전시회에서 이를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는 상당히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 '전 가전의 AI화'를 표방하면서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TV, 청소기 등 가전 제품 전반에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고, 이를 비슷한 시기에 연속으로 공개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글로벌 3국 동시 '삼성판 CES' 개최 배경과 관련해 "AI도 그렇고 새로운 신제품이 이번에 좋은 것들이 많이 나왔다. 새 제품 출시 관련해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까 집중적으로 고민했다"며 "기존 방식은 한국 도입 후 2~3개월 후 미국에 출시하는 등의 방식을 썼는데, 이번에는 한해 신제품을 모아 놓고 좀 더 넓은 사용자 경험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단일 제품 판매보다 여러 제품을 동시에 보여주고 이들 간의 연결성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한 번에 구매 가능하도록 소비자를 유인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되고 있다. 한 부회장은 최근 있었던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도 "앞으로 삼성의 전 제품과 서비스에서 생성형 AI와 온디바이스 AI가 만들어가는 변화와 혁신을 경험할 것"이라며 가전 체질 강화는 물론 디바이스경험(DX) 통합 효과를 예고한 바 있다.

삼성의 'AI 힘주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글로벌 최초 AI 스마트폰 갤럭시S24가 흥행하자 최근 전작 9개 주요 모델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시작했다. 업데이트를 통해 올해 신제품이 아닌 전작 주요 모델에서도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용자들은 실시간 통역, 채팅 어시스트, 서클 투 서치, 노트 어시스트, 생성형 편집 등 삼성의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이를 두고 "어떤 제품은 AI가 되고, 어떤 건 안되고 이런 것보다 소비자들이 기존 디바이스를 쓰면서도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대폭 강화하거나 연결성을 경험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부터 'CX·MD(Customer Experience, Multi-Device Experience)' 사업부를 별도 운영할 정도로 '연결 시스템'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모바일 AI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침 역시 이같은 기조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LG전자의 H&A(생활가전) 사업부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으로 이같은 마케팅을 들고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LG전자 H&A사업부는 사상 최초 매출 30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삼성은 지난해 VD(영상디스플레이)-가전 사업부를 합쳐 총 5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양사 가전 품목이 사업부별로 완전히 겹치는 것이 아니기에 일대일 비교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도 가전에서는 26조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 LG전자 생활가전 매출을 다소 밑돌았다.

아울러 LG전자는 여전히 신제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하는 기존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경쟁사와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 우리는 우리만의 로드맵대로 꾸준하게 가는 것이고, 매출이란 것은 소비자의 선택에 따른 결과"라고 답했다. 단순히 가전 영역에서 경쟁사와의 비교를 넘어, 모바일을 활용한 연동성이라는 경쟁력을 가진 삼성전자만의 자신감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회사의 최근 신제품 출시 행보를 보면 이같은 기조를 읽을 수 있다.

삼성은 지난 29일 '비스포크 인덕션' 신제품을 내놨다. 주목할 점은 국내 최초로 '원격 제어 기능'이 탑재됐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외출 시에도 언제든 바깥에서 인덕션 화구 버튼을 잠글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선 안전상 이유로 인덕션 원격 제어 관련 기능 탑재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삼성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혁신 기술'에 대해 현행 규제를 한시적으로 예외 적용하는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 실증특례 허가를 받았다.

현재까지 삼성의 'AI 명가' 마케팅에 대한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최근 모바일에 이어 출시된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는 출시 2주 만에 3000대 판매를 돌파했다. 회사는 TV 신제품에도 AI를 탑재해 출시한 상태다. 2024년형 Neo QLED 8K에 3세대 AI 8K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인데 AI 기술을 적용해 저화질을 8K급 영상으로 바꿔줄 수 있다는 것이 제품의 핵심이다. AI 뿐만이 아니다.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올인원 로봇 청소기 시장을 공략할 '비스포크 제트 봇 콤보' 출시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신시장 주도권 잡기에 나서며, 지난해 4분기부터 침체기에 돌입한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전통 백색 가전에 대한 시장 지위 변화를 넘어, AI라는 핵심 포인트를 집어 넣어 삼성이 가전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단순한 기능과 외관 디자인을 넘어선 스마트한 연동이 포인트인데, 향후 관건은 AI를 통해 삼성이 어떻게 심리스한(Seamless : 끊김없는) 가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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