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젠 골프만 하고 끝내지 않는다 [정현권의 감성골프]

2024. 3. 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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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 빠져 숱하게 외국을 들락거리면서 이런 좋은 곳을 놓쳤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반성도 되네요.”

얼마 전 부부 동반으로 중국 윈난성(운남성) 리장(여강) 지역을 여행하는 도중 한 여성이 들려준 말이다. 중국 오지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인 나시족의 삶과 문화를 접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해발 4000m 차마고도에서 오랜 세월 질경이 같은 삶을 이어온 그들의 이야기가 아직도 들리는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외진 히말라야 끝자락에 위치한 차마고도는 장엄한 대자연에 새겨진 인간의 발길이자 인생행로였다.

골프광(Golf nut)이었던 그 여성은 이제는 태국이나 일본에 골프투어를 가더라도 갈 만한 인근 명소 한두 군데는 꼭 끼워 넣는다고 한다. 4박 5일 일정을 골프장에서만 하루 27~36홀 골프로 하면서 소진하고 돌아오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태국 같으면 콰이강의 다리나 치앙마이 소수민족 마을, 일본의 경우 유명 온천이나 사찰, 국립공원 한두 군데 방문하면 일석이조다. 이왕 골프를 하러 온 김에 명소에도 들른다.

필자는 요즘 국내에서도 이런 식으로 융합 골프를 지향한다. 어차피 골프에 하루를 보낼 요량이면 근처나 서울로 오는 길에 명소를 찾는다. 여건이 허용되면 동반자들도 동참한다.

가평 더힐링스테이파크
언젠가 고교 친구들과 경춘고속도로 인근 더플레이어스CC에서 골프를 한 적이 있다. 귀갓길에 설악IC에서 빠져 차로 10분 거리인 더힐링스테이파크라는 곳에 들렀다.

점심은 중간에 위치한 평강네자매라는 유명한 막국수(수육 포함) 집에서 해결했다. 더힐링스테이파크에 들른 동반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목원, 야외 전시장, 카페(나인블럭), 실내전시관(미술, 동서양 고생활용품), 산책로, 파3골프장, 숲속 도서관 등으로 어우러진 고급 테마파크였다. 평일이라 사람도 별로 없어 호젓한 시간을 보내고 귀가했다.

“숱하게 근처로 골프 하러 왔지만 이런 명소를 몰랐고 클럽만 휘두르고 집에 가기 바빴는데 골프보다 여기가 메인이라는 생각이야.” 동반자들도 여건이 되면 이렇게 골프와 명소 탐방을 패키지로 엮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굳이 외국이 아니라도 우리나라 골프장 근처에도 유명한 유적지, 사찰, 전시관, 수목원, 카페, 명승지, 공원, 문학관 등이 수두룩하다. 골프장은 자연 경관이 좋은 곳에 위치하기에 찾아보면 주변에 반드시 명소가 있다.

경부고속도로 라인을 이용한다면 경기도 기흥에 소재한 백남준아트센터를 찾을 만하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의 온갖 기묘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수원신갈IC에서 빠져나오면 차로 금방이다. 남부CC, 수원CC, 한성CC, 태광CC 바로 옆이고 기흥CC 같은 더 남쪽에 위치한 골프장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들르면 된다.

파주 쪽으로는 광탄에 소재한 벽초지수목원이 있다. 2005년 개장했는데 면적 12만㎡로 6개의 각기 다른 테마로 27개 동서양 정원으로 조성돼 있다.

수목원 외에도 보타니 브런치 카페, 갤러리, 화원도 있다. 드라마 빈센조, 호텔 델루나, 태양의 후예, 별에서 온 그대 등의 촬영 장소다. 서원밸리CC, 서원힐스CC, 파주CC, 스마트KU골프장 등에서 가깝다.

포천 방향에서 골프를 하는 사람은 오는 길에 광릉수목원에 들를 만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피톤치드를 내뿜는 크고 작은 나무들 사이로 산책하면 하루 피로를 다 씻고 마음이 정화된다.

단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해야 가능하다. 베어크리크CC, 일동레이크CC, 푸른솔CC, 한림광릉CC에 부킹한 골퍼들이 참고하면 된다. 약간 떨어진 크리스탈밸리CC나 가평베네스트CC를 이용한 골퍼는 봄가을에 아침고요수목원(가평)을 찾을 만하다.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골퍼들은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멀리 이동한다면 문막 소재 뮤지엄산을 이용하면 발품이 아깝지 않다. 작고한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의 요청에 따라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만든 거대한 실내외 갤러리다.

아름다운 산과 자연에 둘러싸인 아늑한 전원형 뮤지엄으로 크게 페이퍼갤러리와 청조갤러리로 나뉜다. 세계적인 유명 작품은 물론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백남준 등 우리나라 근현대 작가들의 걸작도 만난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힐링 공간박물관이다. 휘닉스파크CC, 웰리힐리CC, 오크밸리CC, 성문안CC, 동원썬밸리CC 등에서 오전에 골프를 하고 오후에 오는 길에 들르면 된다.

중국 윈난성 리장시 흑룡담공원
여주 쪽에 골프장을 잡으면 신륵사와 세종대왕릉(영릉), 민비 생가 등을 구경할 만하다. 신륵사는 사찰로는 보기 드물게 강변(남한강) 평지에 위치하며 예스러운 데다 절경을 자랑한다.

세종대왕릉은 보통 일부러 시간을 내어야 찾는데 골프를 겸해서 방문하면 금상첨화다. 스카이밸리CC, 세라지오GC, 여주CC에서 이동하면 멀지 않다.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김유정 문학관(춘천), 이효석 문학관(봉평), 정지용 문학관(옥천), 실학박물관(정약용∙남양주)을 가면 된다. 이런 명소들 주변에는 이름난 맛집도 많아 평일 골프와 명소를 묶은 3종 패키지로 하루 일정을 짜면 알차고 보람 있다.

승부에 지친 영혼을 자연과 문화와 예술로 치유하자.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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