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남부지검 출신 변호사 "증권 범죄 죄목당 최대 25년 징역 선고 가능"[주가조작과의 전쟁]

김민영 2024. 3.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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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1)화이트칼라 범죄·소송 전문 변호사 인터뷰
미국, 개별 범죄 형량 합산…범죄 억제 탁월
부당이득 철저하게 몰수…한국, 사실상 환부 어려워

"증권 관련 범죄로 형사 기소된 경우, 사법부는 유죄 판결을 받은 개인에게 각 죄목당 최대 25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D. 프레이(Christopher D. Frey) 래덤 앤 왓킨스(Latham & Watkins LLP) 변호사.

크리스토퍼 D. 프레이(Christopher D. Frey) 래덤 앤드 왓킨스(Latham & Watkins LLP)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27일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이 증권 관련 범죄를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조치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징역형을 선고받은 개인은 벌금을 내야 하고, 사법부는 부정하게 얻은 이득을 몰수해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주식의 경우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액수에 따라 최대 징역 15년형이 선고된다. 반면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기기 때문에 100년 이상의 징역형까지 부과할 수 있어 증권 범죄 억제에 효과적이다. 미국은 동시에 여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개별 범죄의 형량을 모두 합산해 양형을 결정하지만 우리나라는 합산 방식을 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불공정거래 전력이 있는 전과자가 종목만 바꿔가며 주가 조작 등을 또다시 일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증권 범죄 시 형사·민사 제재 조합한 강력한 처벌…증권 범죄 억제 효과적

프레이 변호사는 뉴욕남부연방검찰청(SDNY)에서 6년 반 이상 보조 검사로 근무했다. 검사 시절 증권 및 상품 사기 태스크포스(Securities & Commodities Fraud Task Force)와 복합 사기 및 사이버 범죄 부서(Complex Frauds and Cybercrime Unit)의 일원이었던 그는 해외부패방지법(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위반 등 광범위하고 복잡한 화이트칼라 문제를 조사하고 기소했다. 그는 "검사로서 회계 사기, 내부자 거래, 주가 조작, 복잡한 금융 사기, 돈세탁, 사이버 범죄 등을 포함한 다양한 화이트칼라 사건들을 다루었다"고 경력을 소개했다.

이후 2014년부터 2015년까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고문실에서 변호사로 근무했으며 미국 법무부(DOJ)의 존 마셜 상(John Marshall Award for Outstanding Legal Achievement)을 받기도 했다. 그는 현재 래덤 앤드 왓킨스 로펌의 화이트칼라 범죄 방어 및 조사 실무팀의 멤버로 샌프란시스코 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가 몸담았던 SDNY는 주가 조작을 비롯한 화이트칼라 범죄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곳이다. 미국에선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프레이 변호사는 "SDNY는 증권 및 상품 시장의 운영과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에 대한 사기와 관련된 범죄를 조사하고 기소한다"며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물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도 긴밀히 협력한다"고 했다.

SDNY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억만장자,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힘이나 권력이 있는 자도 서슴없이 수사한다. SDNY가 부정부패 및 내부자거래 등 비리 척결에 앞장설 수 있었던 이유다. 프레이 변호사는 "SDNY는 사실과 법률에 따라 편견과 외부 영향 없이 공공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며 "누구를 조사하고 누구를 기소할지,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결정은 정치, 당파성과 상관없이 사실과 법률에 기반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화이트칼라 범죄 사건들은 대형 법률 회사의 변호사를 내세워 검사와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인다. 이에 대해 프레이 변호사는 "연방검사 시절 합리적 의심을 넘어 피고의 유죄를 재판 중 배심원 앞에서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믿지 않는 한, 사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대형 법률 회사가 방어하는 복잡한 화이트칼라 범죄 사건들은 특히 도전적일 수 있지만, 모든 단계에서 철저히 준비하고, 올바른 결과를 얻기 위해 법과 모든 적용 가능한 규칙을 동원한다"고 전했다.

나날이 진화하는 증권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미국 사법부는 데이터를 분석해 혐의를 입증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프레이 변호사는 "은행 거래, 비즈니스 기록, 다른 문서 증거를 얻기 위한 소환장 사용, 비밀소식통, 협조 증인에 의해 제공된 정보 등을 사용해 조사한다"며 "최근엔 증권 범죄를 탐지하고 조사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관계 기관 간 협업 수사 시스템은 금융 범죄를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데 일조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미국의 엔론 회계 사기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미국 정부가 법무부, 재무부, 노동부, SEC 등 관련 기관을 모아 기업 사기 TF를 설립한 점을 거론하며 "이러한 TF는 일반적으로 조사자, 변호사, 회계사, 규제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재능과 경험을 결합한다"며 "그러한 자원과 전문성의 헌신은 기업 사기를 대처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이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사법부가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한다면 SEC는 증권 범죄 가해자에게 민사책임을 묻는다. 프레이 변호사는 "SEC는 법원 명령을 통해 개인이 증권 법규를 더 이상 위반하지 않도록 명령할 수 있으며, 민사 처벌 및 불법 행위로 얻은 모든 이득의 환수를 요구할 수 있다"며 "또 SEC는 가해자 또는 관련 증권사가 역할을 하는 것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이사 또는 임원으로 활동하거나 관련 회사가 증권사, 투자자문사 등으로 활동하는 데 제약을 가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증권 범죄에 연루된 자라면 형사 제재 및 민사 처벌(벌금), 즉 두 가지 유형에 대해 처벌받는다. 혐의 입증 과정과 이에 따른 제재 절차는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프레이 변호사는 "형사 기소는 SEC의 민사 조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마찬가지로 SEC 조치는 일반적으로 법무부가 진행하는 형사 기소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형사 및 민사 처벌을 조합한 이 같은 제재가 증권 범죄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봤다. 프레이 변호사는 "형사 및 민사를 조합한 제재가 개인이 증권 관련 사기 행위에 참여하는 것을 억제하고 행위에 연루된 자들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한국도 다른 나라들이 증권 관련 사기 행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모델로 삼아 자체적으로 법 체계를 확립하거나 제재를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美 부당이득 철저하게 몰수해 피해자에게 배분…한국, 증권 범죄 피해자 구제할 환부 절차 無

미국은 범죄로 취득한 부당이득을 철저하게 몰수한다. 몰수된 자금은 피해자에게 배분해 돌려주고 있다. 프레이 변호사는 "자산 몰수는 범죄자들로부터 범죄 수익을 박탈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할 수 있는 자금과 재산을 회수하려는 목적으로 설계됐다"며 "피고가 유죄로 판결된 후 선고 단계에서 법원은 기소장에 나열된 특정 재산, 판결금 또는 대체 자산에 대한 몰수를 명령할 수 있다. 법원은 또한 피고가 그의 범죄의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한국은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아도 향후 환부 절차에서 피해자를 구제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범죄수익과 관련된 환수 절차도 더디게 진행된다. 몰수·추징 보전된 범죄수익 금액을 사기 피해자들에게 '범죄수익 환부' 절차를 통해 돌려주기까지 형사 재판이 확정된 이후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한편 그는 가상자산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법적 제재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은 아직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성이 입증되지 않아 관련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법적 제재 수단이 전무하다. 프레이 변호사는 "가상자산과 기타 디지털 자산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 사용자 증가는 투자자, 소비자, 사업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사기, 도난, 자금 세탁 등의 범죄 위험을 증가시킨다"면서 "미국의 법무부(DOJ)는 강력한 국제 법 집행 협력이 디지털 자산 관련 범죄를 탐지, 조사, 기소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보고 반복적으로 이를 표명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 간 협력에 있어서 규제 기준과 집행이 덜 엄격한 관할 구역에서 범죄자들이 미국 및 국제금융시스템에 위협을 주는 부분에 대한 규제와 감독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프레이 변호사는 "범죄와의 전투는 국경을 넘어서는 협력 없이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며 "국가 간 지속적인 협력과 정보공유는 이러한 범죄에 대응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편집자주 - 주가조작 관련 범죄 중 역대 가장 큰 규모(부당이득 합계 7305억원)의 '라덕연 게이트'가 발생한 지 1년(2023년 4월24일)이 되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피해자들의 악몽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자본 시장에 실효성 있는 피해자 방안은 없습니다. 소송밖에는 답이 없으나 비용 부담과 피해입증 어려움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라덕연 게이트'로 형사처벌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실효성 높은 금전적 제재를 도입한 자본시장법 개정은 의미가 크지만 다양한 형태로 지속해서 증가하는 증권 범죄를 근절하려면 이를 효율적으로 적발·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속·엄정한 제재를 위한 추가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아시아경제 증권자본시장부 특별취재팀은 해외 자본시장 선진국의 제도를 살펴보고, 증권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우리 시장의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해봅니다. 또한 지능적·조직적인 범죄행위가 발생하는 만큼 투자자의 피해구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 시세조종, 보고의무 위반 등 각종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 다양한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할 예정입니다. 자본 시장 범죄 근절을 위한 종합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보(lsa@asiae.co.kr)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팀장 이선애 부장 △김민영 황윤주 차민영 김대현 기자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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