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에 설렌다… 미소 짓는 여인 벚꽃

남호철 2024. 3. 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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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고 싶은 나만의 꽃 동산

올해 일찍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던 벚꽃 개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3월 초반 꽃샘추위가 심했고, 비가 자주 내려 일조량이 부족한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벚꽃 없이 개막했지만, 국내 대표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에는 많은 관광객이 찾았다. 북적이는 유명한 벚꽃 명소에서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수많은 인파가 걱정된다면 ‘숨은 벚꽃 명소’에서 벚꽃 낭만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선비 고장에 내리는 꽃비, 덕천서원

올해 일찍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던 벚꽃 개화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북적이는 유명한 벚꽃 명소 대신 한적한 ‘숨은 벚꽃 명소’에서 벚꽃낭만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경남 거창의 덕천서원.

선비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서원을 세워 후학을 양성하고 산세 좋은 곳에 누정(누각과 정자)을 세워 학문을 논하고 풍류를 즐겼다. 서원과 누정에 봄바람이 살랑거리면 봄꽃들이 만발한다.

거창읍 장팔리 웅곡마을 덕천서원은 도로 옆 둔덕진 터에 자리잡았다. 단종복위를 꾀하다 사사된 세종의 여섯 번째 아들 금성대군과 충장공(忠壯公) 이보흠(李甫欽)을 기려 세운 서원이다. 충장공의 18세손인 영천이씨 학두(學斗)가 부지 3만3000여㎡에 조성했다.

서원에서는 먼저 하얀 목련꽃이 피어나고 시기가 약간 늦은 자목련이 뒤를 잇는다. 자목련이 절정을 이룰 때 벚꽃도 최고의 시기를 맞는다. 서원 앞 웅곡천에 나란히 놓인 약수교, 호산교, 폭포교는 황홀한 벚꽃 스폿이다.

얕은 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를 터널처럼 벚꽃이 뒤덮는다. 꽃이 만개해 물 아래로 떨어지면 다리 위와 물 위에 벚꽃이 가득해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연인과 사진가들이 인생사진과 작품을 남기는 곳이다.

벚꽃 만개 시기보다 조금 이르게 방문해도 좋다. 벚꽃이 피기 전 목련이 서원 전체를 수놓는다. 서원 내에는 아담하지만 봄 풍경이 아름다운 연못도 있으니 놓치지 말자.

마리면 고학리에 있는 용원정(龍源亭)도 빼놓을 수 없다. 기암괴석이 흩어져 있는 용계에 좁은 돌다리가 놓여 있고 그 너머에 벚나무가 웅장하다. 그 뒤에 용원정이 자리한다. 계곡을 가로질러 용원정으로 이어지는 돌다리인 ‘쌀다리’가 벚꽃 시즌 줄 서서 기다리는 포토존이다.

1억년 신비 말의 귀 벚꽃엔딩, 마이산

전북 마이산 십리벚꽃길.

‘북은 개마고원, 남은 진안고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북 진안은 고원 마을이다. 덕분에 뒤늦은 ‘벚꽃엔딩’도 즐길 수 있다. 벚꽃 시즌을 놓치더라도 마이산이 기다려준다.

진안의 대표적인 산 가운데 하나로, 말의 귀를 닮았다는 기이한 봉우리인 마이산(馬耳山) 남부주차장 주변이 벚꽃 포인트다. 입구에서 주차장을 지나 탑영제까지 U자 형태로 돌아가는 십리벚꽃길이 봄의 화려함을 장식한다. 탑영제 호숫가에는 나무 데크가 이어져 있어 유유자적 벚꽃 속을 산책하듯 거닐 수 있다. 마이산 벚꽃길은 ‘내 딸 서영이’ ‘남자가 사랑할 때’ 등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잔잔한 호수에서는 오리 배를 타고 분홍빛으로 물든 마이산을 둘러볼 수도 있다.

비단 고을의 연분홍 꽃물결, 보곡산골

충남 금산 보곡산골.

충남 금산은 ‘비단 금(錦)’ ‘뫼 산(山)’을 쓴다. 봄이면 이름처럼 꽃 비단 같은 아름다운 산이 봄 풍경의 절정을 풀어놓는다.

금산군 군북면의 보광리·상곡리·산안리 세 마을을 합쳐 만들 이름이 ‘보곡산골’이다. 충남 최고봉인 서대산(904m)과 천태산(715m)이 휘둘러 폭 안고 있는 아늑한 곳이다. 국내 최대의 산벚나무 자생지 중 하나로 600만㎡의 산자락에 산꽃들이 피어난다. 평지보다 기온이 낮은 산골의 꽃들은 한걸음 늦다.

4월 보곡산골에는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진해의 벚꽃이 풍성하고 화려하다면 산골에 피어나는 산벚꽃은 수줍은 듯 소담스럽다. 요란하지 않은 아늑한 풍경이다.

‘산꽃나라’로 걸어 들어가는 길은 산안(山安)2리인 자진뱅이 마을에서 시작된다. ‘보이네요 정자’ 이정표에서 임도가 시작된다. 이 길이 산을 한 바퀴 돌아 산안2리 마을을 통과해 원점 회귀하는 3코스로 9㎞ 남짓한 자진뱅이 둘레길이다. 똑같은 코스를 역으로 돌아도 된다.

자진뱅이 마을에서 보는 풍광이 한 폭의 그림이다. ‘보이네요 정자’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솜사탕 같은 연분홍 꽃무리가 운무처럼 펼쳐진다. 산벚꽃이 연두색 치마를 두른 미인처럼 곱다. 산벚꽃이 모두 떨어지고 없더라도 푸르름을 더하는 신록 속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충만해진다.

봉황으로 변한 솔개 연못, 연화지

경북 김천 연화지.

경북 김천시 교동에 ‘연화지’가 있다. 조선시대 저수지로 쓰이던 못으로, 벚꽃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름의 ‘연’자는 연꽃이 아닌 솔개 연(鳶)이다. 솔개가 못에서 날아오르다 봉황으로 바뀌는 1707년 김천 군수의 꿈에서 비롯됐다.

연화지는 원래의 기능을 상실한 뒤 1993년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변모했다. 저수지 가운데 3개의 섬과 정자는 ‘삼산이수’를 형상화해 놓은 것이라 한다. 달걀 모양의 아담한 못 주변에 벚나무가 식재돼 있다.

연화지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명소는 인근 아파트 옥상이다. 연화지 벚꽃은 언제 봐도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지만 해 질 무렵 극치의 풍광을 내놓는다.

나무 아래에서 위로 비추는 조명이 고리 모양의 벚꽃을 화려하게 수놓고 알록달록 조명 속에서 분수가 황홀하게 춤춘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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