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에서 보는 희망

남호철 2024. 3. 2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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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닿은 전남 해남
전남 해남군 화원면 목포구등대 너머로 지는 태양이 바다와 어우러져 황홀한 풍광을 펼쳐놓고 있다.


육지가 마침표를 찍는 땅끝. 그곳에서 바다가 시작된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땅이 시작된다. 끝은 곧 시작이다. 인생의 고단함을 벗고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하루를 불태운 태양을 보내고 다음 날 다시 맞이할 수도 있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한반도 땅끝’ 전남 해남에서 새롭게 출발해 보자. 한적한 분위기에서 바다구경, 꽃구경, 드라이브 여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땅끝의 또 다른 땅끝은 해남의 최서북단 목포구등대(木浦口燈臺)다. 해남군 화원면 매월리와 목포시 달리도 사이 폭 600m 바다 옆 언덕에 있다. 하나의 등대에 두 개의 지역명이 등장한 것이 흥미롭다. 지도상 목포에서 35㎞ 떨어진 해남에 있지만 사실상 목포항으로 들어가는 배들을 위해 불을 밝히고 있어서다. 목포항의 입구에 위치해 ‘목포구’로 명명됐다.

등대로 가는 화원면 일대 도로는 대부분 바다를 끼고 달리는 해안 길이다. 매월리에서 등대에 이르는 구간은 아주 한적한 마을 풍경과 해변 절경이 어우러진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이다.

등대로 가는 길목에 강강술래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해남군과 우수영 강강술래진흥보존회의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가로 5m, 세로 3m 크기의 실물모형으로 제작하고 등대 앞 바다 낙조와 잘 어울리는 곳에 설치했다.

그 옆에 1908년 세워져 소임을 다하고 물러난 구(舊)등대와 바로 그 아래에 2003년 12월 세워져 목포항으로 입·출항하는 배를 위해 열심히 불을 밝히고 있는 신(新)등대를 함께 볼 수 있다.

두 등대 모두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한다. 근대 건축기술이 집약된 구 등대는 전체적인 비례가 조화롭고 아름다워 우리나라 등대건축의 기본적인 전형이 됐다. 무인등대로 첫 불을 밝히기 시작했고 1964년부터 직원이 상주하는 유인등대로 전환됐다.

등대는 원형 평면에 등롱부가 등명기를 받칠 수 있도록 2층으로 구성돼 있다. 지붕이 돌출된 건물 출입구인 포치 상부가 둥근 아치형이고 돔형 지붕에 풍향계가 있는 게 특징이다. 등롱 위에는 계단과 손잡이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다.

힘차게 항진하는 범선을 형상화한 높이 36m의 신 등대 역시 조형미가 뛰어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당당하면서도 우아한 자태를 품은 하얀 등대가 짙푸른 바다 위로 흩뿌려져 있는 서해의 섬들과 조화를 이룬다. 새 등대는 태양광발전장치를 통해 축전지에 전류를 충전해 불을 밝힌다. 등탑 안은 등대전시실과 선박 항해 체험시설, 여행자들이 앞 바다를 여유롭게 조망할 수 있도록 전망대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연간 4만여 명이 찾는 이곳 등대에는 국내외 특색 있는 등대 모형들도 볼거리이자 기념촬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에서 보는 탁 트인 서해와 붉은 낙조가 장관이다. 배들이 오가는 저녁 무렵 해가 떨어지면서 온통 태양 빛으로 물들어가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추억을 사진과 함께 남길 수 있다.

‘세계 최초·최고·최대’ 우항리 공룡서식지.


등대에서 멀지 않은 황산면 우항리에 ‘공룡들의 땅’이 있다.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세 종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한꺼번에 발견되면서 ‘우항리 공룡·익룡·새 발자국 화석 산지’라는 천연기념물 명칭을 얻었고, 세계 최초·최고·최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익룡의 발자국 크기는 20~35㎝로, 발견된 화석 가운데 세계 최대다. 1000여 점의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은 약 8300만년 전에 생성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이다.

이곳 금호호 일대는 선사시대 바다였던 곳이다. 영암금호방조제 조성으로 수면이 낮아지면서 발자국 화석이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화석지마다 조각류 공룡관(1보호각) 등 보호각이 세워져 있다. 익룡·조류관인 2보호각엔 실제 크기로 재현된 익룡 모형이 반기고 대형초식공룡관인 3보호각에는 별 모양 발자국과 용각류 발자국 등이 호기심을 끌어낸다. 언덕 위엔 공룡박물관이 우뚝하다. 타임머신 타고 중생대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상어의 입을 통과하는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해남에서 또 가봐야 할 박물관은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이다. 상어의 입을 통과하는 출입문과 문어가 건물 옥상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건물의 외관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박물관은 원양어선 선장 출신인 임양수 관장이 40여 년간 채취·수집한 해양 생물 표본 1500여종, 5만 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화석류 어류 상어류 갑각류 남극생물과 육지생물까지 전부 모형이 아닌 실물 표본이다.

스카이워크로 리모델링된 땅끝탑.


땅끝에 와서 땅끝전망대와 땅끝탑을 들르지 않을 수 없다. 땅끝마을 사자봉 정상 횃불 모양의 땅끝전망대에 서면 북쪽 달마산으로 이어지는 첩첩산중, 동쪽으로는 흰 물살을 일으키며 노화도와 보길도를 오가는 여객선, 드넓게 펼쳐진 양식장 사이를 오가는 어선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제주에 속하는 추자도도 시야에 잡힌다.

한반도의 최남단 땅끝탑 앞 전망대는 기존 뱃머리 모양에서 바닥 일부가 강화유리로 된 스카이워크로 리모델링됐다. 지난해 9월 땅끝해안처음길에 개통된 스카이워크도 가보자. 전 구간을 투명유리로 채워 땅끝바다를 걷는 인상을 준다.

여행메모
지방도 개통으로 더 가까워진 목포구 등대

행정구역상으로 전남 해남군 화원면 매봉길 582에 있는 목포구 등대는 목포에서 자동차로 40분, 해남 땅끝마을에서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양화마을에서 목포구 등대로 이어지는 지방도 803호선 2.6㎞ 구간이 지난해 5월 개통돼 더욱 편해졌다.
긴 해송림과 잔잔한 파도의 송호리해수욕장.


인근 화원면 주광리·화봉리 일원에 펼쳐진 오시아노 관광지는 골프장, 오토캠핑장 등을 갖춘 휴양레저 숙박 관광지다. 송호리해수욕장 인근 땅끝오토캠핑리조트에도 캐러밴과 오토캠핑장, 야영장 등이 운영되고 있다.

땅끝 봄 마중도 식후경이다. 가성비 높은 닭(갈비) 코스요리, 보리쌈밥, 해남식 떡갈비, 남도로 유배 온 한양의 수라간 상궁이 남도 요리법과의 조화를 도모하며 개발했다고 전해지는 해남 한정식, 해남 삼치회, 생고기, 해남 황칠오리백숙, 산채정식이 해남 8미(八味)다. 감자빵·고구마빵 등 특산 디저트 음식도 해남의 명물이다.

해남의 봄축제도 이어진다. 철쭉이 피는 시기에 맞춰 4월 26∼27일에는 흑석산 힐링축제가 계곡면 흑석산 자연휴양림 일원에서 개최된다. 5월에는 4일 황산면 연자(연호)마을에서 우리밀축제도 열린다.

해남=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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