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어디갔나…우중충한 3월, 석촌호수는 벚꽃 없는 축제 개막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벚꽃 개화 시기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는 3월 고온 현상으로 벚꽃이 이례적으로 빨리 폈는데, 올해는 서울 등 중부 지방에서 벚꽃이 예상보다 늦게 개화할 조짐이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열리는 '호수벚꽃축제'는 벚꽃이 거의 피지 않은 상태에서 27일 개막했다. 29일부터 열리는 영등포구의 여의도봄꽃축제(윤중로 벚꽃축제)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등포구와 송파구는 지난해 서울 벚꽃 개화일(3월 25일)을 참고해 올해 축제 시작일을 정했는데 이번에도 예상을 빗나갔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지난해는 축제를 시작할 때 벚꽃이 지고 있었는데, 올해는 반대 상황이 됐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벚꽃 없이도 즐길 거리를 많이 마련했다"고 말했다.
“우중충한 3월 날씨, 벚꽃 개화에 영향”
전문가는 3월에 비가 자주 내리면서 벚꽃 개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꽃 개화에 영향을 주는 요소인 햇볕이 구름에 가려진 날이 많았다는 것이다. 서울은 3월 1일부터 26일까지 강수가 있던 날이 8일, 강릉은 9일인데 이는 평년 3월 강수일수보다도 하루 이상 많은 수치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비 오는 날이 많으면 비가 내린 날 앞뒤로 흐린 날도 자동으로 많아진다”며 “꽃나무들이 개화를 위해 필요한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벚꽃 핀 남부 지역, 수도권은 4월 초 개화할 듯
기온도 당초 예상보다 낮았다. 케이웨더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평균 기온은 5.9도로 평년(6.5도)보다 쌀쌀했다. 겨울 기온이 관측 이래 2번째로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기온 변동폭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벚꽃이 개화하려면 나무가 쌓은 열에너지 등 몇 가지 기준이 임계치를 넘어야 하는데, 그만큼 3월 들어 여러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개화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벚꽃은 제주·부산·여수·전주·창원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개화했다. 모두 지난해보다는 하루에서 6일가량 늦게 폈지만, 평년보다는 2일~8일 이른 기록이다. 서울 등 수도권은 3월 말에서 4월 초에 벚꽃이 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로 개화 시기 예측 더 어려워진다
벚꽃 개화 시기를 맞추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기온이나 강수량 등 개화에 영향을 주는 기상 요소들의 변동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기후변화의 특징은 평균 기온은 점차 오르지만 변동폭이 매우 크다는 것인데, 꽃나무는 변동폭에 큰 영향을 받는다. 변동폭이 크면 꽃이 아주 빨리 필 수도 있고, 생각보다 늦게 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축제 담당자들도 이런 점을 고려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있다. 벚꽃이 없어도 즐길 거리를 개발하거나 축제 기간을 유연하게 운용할 방법을 고민한다. 영등포구는 올해 벚꽃 축제 기간 이후 며칠 더 윤중로의 차량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공식 축제 기간은 4월 2일까지지만, 벚꽃이 만개하면 축제 이후에도 윤중로를 찾는 시민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우선 4월 4일까지 추가로 차량을 통제하기로 했다"며 "이번 주 지나면서 개화 상황을 보고 차량 통제 기간을 추가로 연장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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