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사는 것보다 정비에 돈이 더 든다? MRO에 힘주는 대한항공·KAI
항공업계가 새로운 수익 모델을 키우느라 분주하다. 600만개에 달하는 항공기 부품을 정비하고 수리하는 MRO 사업에서 성장성을 본 것이다.
MRO란 정비(Maintenance), 수리 Repair(수리) 분해조립 Overhaul의 줄임말로, 국내 항공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인천 영종도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고, 후발 주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역시 경남 사천을 중심으로 MRO 사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항공기에는 통상 600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자동차 부품(약 3만개)의 200배가 넘는다. 항공 MRO는 항공기 기체와 엔진에 있는 부품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보수하는 일이다. 항공업계에선 신규 항공기 도입 비용보다 도입후 수십 년 간 들어가는 MRO 비용이 최대 4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대한항공이 대량 구매하기로 한 에어버스350-1000의 도입 가격을 대당 6000억원으로 계산할 경우 정비 비용은 최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합병 앞둔 대한항공 MRO 추가 투자
대한항공은 최근 MRO 투자 금액을 3346억원에서 5780억원으로 확대했다.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엔진정비 클러스트를 조성할 예정이다. 정비 가능한 엔진 대수는 연 100대에서 360대로 늘어나고, 정비 가능한 항공기 엔진도 현재 6종에서 9종으로 다양해진다. 회사 관계자는 “정비 능력을 강화함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의 해외 정비 의존도를 낮추고 외화 유출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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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 주자 KAI도 투자 확대
KAI도 MRO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2017년 항공 MRO 사업자에 지정된 KAI는 2018년 7월 MRO 산업을 전담하는 한국항공서비스(KAEMS)를 설립했다. KAEMS는 사업비 2481억 원을 투입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제주항공 등 국내 주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MRO를 담당한다. 경남도와 사천시도 MRO 산업단지에 1759억원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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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4.9% 성장
대한항공과 KAI가 앞다퉈 MRO 사업에 투자하는 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 MRO 시장은 2022년 786억 달러에서 2032년 1266억 달러로 연평균 4.9%씩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이보다 증가 폭이 더 크다. 아태 지역은 2022년 241억 달러에서 2032년 474억 달러로 커져, 세계 MRO 시장의 37.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선 싱가포르가 세계 시장의 10%, 아시아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선두주자로 꼽힌다. 싱가포르 정부가 세계 물류 허브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항공 MRO 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한 영향이다.
이에 비해 국내 MRO 산업은 세계 시장의 1.5%에 불과한 수준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은 “국내 MRO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비 인력 확충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고급 정비 인력 육성과 함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자격을 부여해야 국내 MRO 산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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