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경원, 동작에 진심인 후보” VS “류삼영, 꼭 尹정부 심판해달라”

이동환,정우진 2024. 3. 2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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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동작을 나경원 후보가 26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 앞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류삼영 후보가 같은날 동작구 남성역 앞에서 유세에 나선 모습. 권현구 기자


‘한강 벨트’ 중심에 있는 서울 동작을은 거대 여야의 핵심 승부처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야권 텃밭인 남서부 3구(관악·금천·구로)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역대 총선에서 어느 한 정당에 표를 몰아주지 않는 스윙보터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2004년 17대 총선까지는 주로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깃발을 꽂았다. 이후 18~20대 총선에선 정몽준·나경원 전 의원 등 국민의힘 계열 정당 후보들이 내리 당선되며 분위기를 뒤집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선 다시 민주당 이수진 후보가 4선 현역이었던 나경원 후보를 꺾었다.

국민의힘은 동작을 지역구에서 두 번 당선된 나 후보를 일찌감치 공천했다. 민주당은 영입인재 3호로 윤석열정부 심판의 상징성을 지닌 류삼영 전 총경을 내세웠다.

국민일보는 지난 26일 두 후보의 유세현장에 동행했다. 민심은 팽팽하게 갈렸다. 지역 현안을 잘 알고 정치 경험이 풍부한 나 후보가 지역 발전의 적임자라는 의견과 오만한 정부에 경고를 보내기 위해선 류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진심이 이깁니다…류삼영은 뜬금없는 후보”

국민의힘 동작을 나경원 후보가 26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 앞에서 한 시민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권현구 기자

나 후보는 매일 새벽 5시 예배를 시작으로 출·퇴근길 인사와 거리유세, 경로당과 학교 방문, 지역모임 참석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나 후보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상도동 일대에서 진행된 거리유세 도중 평소 나 후보와 자주 마주친 주민들은 “저 기억하시죠? 이번엔 꼭 당선되세요”라며 먼저 다가와 손을 건넸다. 나 후보는 교복을 입은 중학생들이 “저희 상현중이예요”라고 소리치며 달려오자 “알아. 너희 엄마·아빠가 찍어줘야지”라고 친근감을 드러냈다.

나 후보 명함에는 지역맞춤형 공약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과학중점학교 설치와 학군 조정 등을 담은 ‘교육특구 동작’을 포함해 버스노선 신설·연장 등 교통정책을 담은 ‘사통팔달 동작’, 문화·체육시설 인프라를 15분 이내 거리에서· 즐길 수 있게 하는 ‘15분 행복 동작’ 등이 대표적이다.

나 후보는 “주민들과 수년간 소통하며 마련한 공약”이라며 “사람들을 만나 인사하고 명함만 돌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나 후보는 “이번 총선이 혐오 정치를 부추기는 ‘정부 심판론’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특히 맞상대인 류 후보에 대해 “동작 주민들 입장에서는 뜬금없는 후보”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류 후보는 정치에 나선 이유로 해병대 채상병 사건을 언급하면서 정작 그의 이름도 제대로 모르지 않았느냐”라며 “정권 심판을 위해 동작을을 이용하려는 것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동작을 주민들은 나 후보가 지난 4년간 원외에 있으면서도 지역 현안에 꾸준히 관심을 쏟아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숭실대 앞에서 만난 주부 김모(66)씨는 “나 후보는 낙선하고도 ‘토요데이트’라고 매주 주민들의 민원을 들어왔다”며 “상도동에 30년 살면서 수많은 국회의원을 지켜봤지만 나 후보만큼 동작구 현안에 진심인 정치인은 못 봤다”고 말했다.

남성역 퇴근길에서 만난 직장인 조모(33)씨는 “정부 심판이 곧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정치적 경험과 역량이 있는 나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냉랭한 시선도 적지 않았다. 거리유세 도중 “해병대 채상병 사건 똑바로 해결하세요”라거나 “그동안 보수에 표를 계속 줬는데 이번에 정말 많이 실망했어요”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죄송합니다. 한 번 더 믿어주시면 잘해보겠습니다”라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나 후보는 기자와 만나 “최근엔 면전에서 명함을 찢어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며 “여권에서 벌어진 일들로 실망한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 후보는 이어 “그럴수록 겸손하게 몸을 낮추고 더 가까이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학부모에게 다가가 “교육 때문에 이사가지 않아도 되는 동작, 나경원이 꼭 해내겠습니다”라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판사 출신의 나 후보는 4선 의원 출신으로, 2018년엔 보수정당의 첫 여성 원내대표를 지냈다. 그러나 2020년 총선에서 정치 신인이던 이수진 민주당 의원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나 후보는 “여의도 중앙 정치에서 떨어져 있던 지난 4년 동안 지역 민심을 더 세심하게 살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정권에 맞설 것”
더불어민주당 동작을 류삼영 후보가 26일 서울 동작구 남성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동작구 사당동 남성역 1번 출구 앞. 류삼영 후보 거리 유세 현장에 모인 주민들은 ‘정부 심판론’을 외쳤다.

트럭을 몰고 가던 자영업자 윤모(67)씨는 차를 멈춰 세우고는 “꼭 윤석열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며 “나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아 안타깝다. 좀 더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류 후보는 “조금만 기다리면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나라가 더 망할 수 있으니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류 후보에게 다가가 ‘셀카’를 요청한 사당3동 주민 박모(75)씨는 “류 후보의 ‘찐(진짜) 지지자’”라며 “윤석열정권의 경찰 장악 음모에 맞선 류 후보가 나 후보를 꺾어 본보기를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류 후보도 정부 심판의 적임자를 자임하고 있다. 류 후보는 울산중부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22년 윤석열정부의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뒤 정직 징계를 받고 사표를 던졌다.

류 후보는 “저는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윤석열 정권의 압력에 맞섰다”며 “국회의원에 면책특권, 불체포특권을 주는 이유가 권력에 맞서 싸우라는 것인데, 권력에 꺾인다면 국회의원으로서 쓸모가 없다”고 주장했다.

동작을은 민주당 차원에서도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2∼13일에 이어 26일에도 동작을을 찾아 류 후보 지원 유세를 벌였다.

류 후보는 이 대표 지원 방문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유세 때마다 류 후보를 “제가 직접 선발해 영입한 인재”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유튜브 방송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저는 동작(을)이 신한·일전의 중심 격전지라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나 후보가 2004년 일본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일을 상기시키며 반일 정서를 자극한 것이다.

류 후보는 “제가 선거 초년생이라 이 대표가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테크닉을 자세히 알려줬다”며 “인사할 때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악수할 때 시간이 걸리더라도 눈을 끝까지 맞추며 충분히 교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말했다.

나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류 후보의 약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동작을에선 야당을 지원하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지만 후보 지지율은 나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 후보도 이런 상황을 의식해 류삼영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동네 구석구석을 돌고 있다.

류 후보는 “저는 40일 준비했고 나 후보는 4년을 준비해 여러모로 불리하다”면서도 “처음엔 저도 주민들도 서먹서먹했지만 지금은 응원하고 염려해주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류 후보는 경찰 출신임을 살려 총선 공약으로 ‘안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동작을은 흑석동을 중심으로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아이들이 공사판을 가로질러 등교해야 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다.

또 지난해 집중호우로 남성사계시장이 침수되는 등 재난·재해 대응도 급선무다. 관내에 고지대가 많아 궂은 날씨에 사고가 빈발하는 것도 문제다.

이에 류 후보는 흑석동 소방안전센터 신설과 재개발·재건축 지역 방범 CCTV 확대 설치, 초등학교 통학로 교통안전지도사 확대 배치, 관내 고지대 도로열선 확대 설치 등을 안전 공약으로 제시했다.

류 후보는 “노인보호구역이나 어린이보호구역을 보면 ‘30’(㎞)이란 안전속도가 적혀있다”며 “제가 바로 ‘안전 삼영(30)’”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환 정우진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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