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현장] 처음부터 끝까지 부각된 HBM…SK하이닉스 "1등 유지"(종합)

조인영 2024. 3. 2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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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회복 일등공신 HBM 기술 상세한 소개…"내년 수요도 타이트"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26일 오전 10시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 7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실적을 설명하고 있다.SK하이닉스 주총 온라인중계 캡처

SK하이닉스 주주총회 주인공은 HBM(고대역폭메모리)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실적을 설명하고 올해 계획과 중장기 비전을 소개하는 자리 모두 HBM 경쟁력을 빼놓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 7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은 AI(인공지능) 메모리 선두주자 입지 강화의 일등공신이 HBM, DDR5였다며 그간의 개발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2023년 4월 업계 최초로 12단 적층 HBM3를 개발했고, 8월에는 세계 최고 사양인 HBM3E를 개발해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했다"며 지난해 HBM3 매출액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성장,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작년 SK하이닉스는 수요 부진으로 연결 기준 매출액 32조8000억원, 영업손실 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AI 인프라향 메모리 수요 급증에 힘입어 D램 영업이익은 2개 분기 만, 전사 영업이익은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빠른 회복은 10여년간 투자한 HBM 기술 개발 덕분이라고 곽 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성과를 달성하기까지 10년 이상의 노력이 있었다. 2000년대 초 우리 회사는 컴퓨팅 발전에 따라 향후 메모리가 직면하게 될 대역폭 한계를 고민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TSV 기반 적층 기술을 가장 선제적으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TSV 기술은 수천 개의 미세 구멍을 뚫은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적층된 칩 사이를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초기에는 원가가 높고 시장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사업성이 그리 높지 않았으나 SK하이닉스는 HBM 기술 확신을 갖고 포기하지 않았다고 곽 사장은 강조했다.

올해에도 AI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 HBM 수요가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곽 사장은 "챗GPT로 촉발된 AI 서비스 경쟁은 짧은 기간 동안 텍스트 서비스에서 이미지 제작을 넘어 최근에는 영상 제작까지 확장되고 있다"며 "AI 서비스가 멀티 모델로 진화할수록 이를 구현하기 위한 메모리 용량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컴퓨팅 요구사항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고객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HBM에서는 기존 MR-MUF(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 보다 방열 특성이 10% 개선된 어드밴스드 MR-MUF를 통해 12단 HBM3를 개발했고, 현존 D램 최고성능이 구현된 HBM3E는 이달부터 제품을 공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HBM 1등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이다.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방식 대비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SK하이닉스의 어드밴스드 MR-MUF는 기존 공정보다 칩을 쌓을 때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고, 휨 현상 제어(Warpage control)도 향상해 HBM 공급 생태계 내에서 안정적인 양산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이 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이어 앞으로 고객 요구에 맞춤화된 커스터마이즈 HBM 등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 연구개발 및 투자도 이에 맞게 진행하겠다고 곽 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과도한 CAPEX(설비투자) 지출은 지양해 현금 수준을 높이고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겠다"면서 "고수익 제품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신규 제품은 적기 개발하겠다. 양산 규모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수익성과 투자 효율성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고수익 제품에서는 차세대 HBM4, 고용량에 적합한 CXL D램, AI 추론에 특화된 PIM 제품을 들었다.

D램에 비해 부진한 낸드는 데이터센터의 AI 서비스 확장에 대응할 5세대/6세대 PCIe 인터페이스 기반의 고성능 엔터프라이즈 SSD와 온디바이스 AI에 필요한 초고속 UFS 5.0 제품, NAND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26일 오전 10시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 7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실적을 설명하고 있다.SK하이닉스 주총 온라인중계 캡처

이어진 주주총회 질의응답(Q&A) 시간에서도 HBM 질문이 이어졌다.

엔비디아가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동안 SK하이닉스는 9조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는 한 주주의 지적에 곽 사장은 "엔비디아는 매출 대부분이 AI용 서버 내지는 GPU(그래픽처리장치) 관련 제품인데 비해 작년 우리 전체 D램 판매량 중 HBM 판매 비트 수는 싱글 디짓(한 자릿수, %)이었다"고 설명하며 "올해는 싱글 디짓의 HBM 비트 수가 전체 D램에서 더블 디짓(두 자릿수)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HBM 수주 전망을 묻는 한 주주의 질의에는 "내부 분석을 통해 내년도 공급을 준비중"이라며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내년도 HBM도 수요가 타이트하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HBM 장기계약 가능성에 대해서는 "HBM은 커스텀화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범용에서 탈피하게 된다. 그러면 중장기적 계약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첨단 공정 업그레이드 시 제약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사내이사·사외이사·기타비상무이사·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직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승인 등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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