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중장년 남성들에게 칼·도마 쥐여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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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분들 식사라도 한 끼 하시게 하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서울 성북구 동선동 주민들이 막다른 길에 몰려있는 중장년 남성 1인 가구 10여명을 동선동주민센터에 딸린 공유부엌으로 초대한 건 지난해 2월이다.
동선동은 성북구에서 1인 가구 거주 비율이 높기도 하지만, 특히 저소득 중장년 남성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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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혔던 마음의 문 열고 세상 속으로
"어려운 분들 식사라도 한 끼 하시게 하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지난 20일 낮 12시. 서울 성북구 동선동주민센터 지하 1층 공유부엌에서는 ‘색다른 쫑파티’가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요리하는 동선동 남자들’(요동남) 8명과 60~80대 자원봉사자들이다.
14개월의 여정, 너무 달라진 그들서울 성북구 동선동 주민들이 막다른 길에 몰려있는 중장년 남성 1인 가구 10여명을 동선동주민센터에 딸린 공유부엌으로 초대한 건 지난해 2월이다. 이들을 집 밖으로, 사람들 속으로 끌어들인 건 따뜻한 밥 한 끼였다. 동선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총무로 봉사활동을 하는 최점순씨(63)를 비롯한 60~80대 자원봉사자 4명의 특별한 요리교실은 그렇게 시작됐다.
최씨는 "함께 음식을 지어 밥 한 끼 하자는 자리였다"면서 "처음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고, 부엌칼 잡은 손을 떨던 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요동남’이 횟수를 거듭하면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넉넉지 않은 예산 탓에 도움이 절실했던 당시 이 소식을 들은 ‘청년밥상 문간’ 이문수 신부가 후원금 600만원을 내놓으면서 이달까지 14개월의 여정이 가능했다. 청년들을 위한 3000원짜리 김치찌개집을 운영하는 성직자로도 잘 알려진 이 신부가 후원금을 쪼개 정성을 보탠 것이다.
그렇게 벼랑 끝에 있던 요동남은 매월 셋째 주 수요일 공유부엌에서 요리를 배우고 만들며 음식을 나눠 먹었다. 재료를 손질하고, 간을 맞추고, 그러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언제 닫혔는지 모르는 마음의 문을 열었다. 입성 달라지고, 표정이 밝아지고, 걸음걸이가 바뀌었다.
요동남 회원인 홍인태씨(61)는 "예전엔 인스턴트 식품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며 의욕 없이 지냈지만, 이제는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하면서 건강관리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사람 10명 중 8명은 ‘고독사’ 위험군이라는 분석 결과가 있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1월 말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예방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고독사 위험군은 78.8%나 됐다. 1인 가구 9471명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다. 연구진은 고독사 위험군 가운데 중·고위험군에 대해 심층조사를 벌였는데 심층조사 대상 중 남성은 60.9%나 됐다.
정부는 지난해 고독사 위험군을 152만5000명으로 추정했는데 1인 가구 중 고위험군 비중은 50대(33.9%), 60대(30.2%), 40대(25.8%) 순으로 높다.
주민 단체인 동선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동선동에서 요동남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사회적 고립위험도가 큰 중장년층이 이 지역에 많았기 때문이다. 동선동은 성북구에서 1인 가구 거주 비율이 높기도 하지만, 특히 저소득 중장년 남성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곳이다.
요리교실은 이날로 문을 닫았지만, 앞으로도 매월 같은 날짜에 모여 마을 청소와 식사를 함께 하며 요동남 커뮤니티를 이어가기로 했다. 때마침 삼선새마을금고 본점에서 자매결연을 맺고 요동남 커뮤니티를 후원하기로 했다.
이날 참석한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어느 순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요리의 달인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며 요동남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했다. 이 구청장은 "무엇보다 서서히 건강을 찾아가는 모습에 이웃의 정과 공동체의 힘을 느꼈다"며 "성북구 1인 가구가 더 행복하고 건강한 일상을 누리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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