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현습지 법정보호종 추가 발견... 도보교 건설은 생태 테러"
[정수근 기자]
▲ 팔현습지 현장조사에 참여한 시민과학자들이 팔현습지 하천변에서 발견된 수달똥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1.5㎞에 이르는 보도교 공사를 준비하고 있는 팔현습지에 '시민과학자들'이 모여들었다. 대구의 3대 습지이고, 금호강의 핵심 생태 구역이자 절대보전지역으로 평가받는 이곳이 생태계 파괴 위기에 놓이자 생태조사를 벌이기 위해 온 것이다.
전국에서 온 생태전문가, 아마추어 생태조사자, 작가, 환경단체 활동가 등 40여 명으로 구성된 '팔현습지시민생태조사단'은 지난 23일~24일 양일 간 2시간씩 생태조사를 벌였다.
▲ 팔현습지에서 목격된 멸종위기 2급 매의 아름다운 비행 모습 |
ⓒ 박세형 |
▲ 팔현습지 창공에서 목격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큰말똥가리의 아름다운 비행 |
ⓒ 박세형 |
그 결과 많은 생물종들이 팔현습지에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기존에 알려진 14종의 법정보호종에 더해 3종의 법정보호종이 추가로 확인됐다. 멸종위기종들인 매와 잿빛개구리매 그리고 큰말똥가리가 이날 목격됐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지난 2년 동안 조사해서 확인한 14종(수달, 삵, 담비, 하늘다람쥐, 남생이, 얼룩새코미꾸리, 흰목물떼새, 원앙, 황조롱이, 새매, 참매, 수리부엉이, 큰고니, 큰기러기)에 이르는 법정보호종까지 합치면 팔현습지에만 무려 17종에 이르는 법정보호종 야생생물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 팔현습지 북벽 하식애에 자리잡고 살아가는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번 조사에 함께한 김종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수리부엉이 부부가 둥지를 튼 금호강 하식애 북향 비탈은 "지역 생태계의 가장 은밀한 야생의 서식처로 하루 중에 어둠이 가장 길게 짙게 깔리며, 그러한 어둑어둑한 생활환경은 지역 야생동물의 최적 은신처이며 피난처"이다. 김 전 교수는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이자 저명한 생태학자이다.
▲ 추적자학교 하정옥 대표가 담비가 머문 흔적을 찾아 팔현습지 수직 절벽을 오르고 있다. |
ⓒ 팔현습지시민생태조사단 |
▲ 현장에서 수거한 담비의 배설물 |
ⓒ 팔현습지시민생태조사단 |
조류는 꿩,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원앙, 쇠오리, 알락오리, 홍머리오리, 비오리, 흰죽지, 댕기흰죽지, 민물가마우지, 논병아리, 깝작도요, 흰목물떼새, 왜가리, 중대백로, 쇠백로, 물닭, 수리부엉이, 매, 황조롱이, 새매, 잿빛개구리매, 큰말똥가리, 큰부리까마귀, 박새, 쇠박새, 알락할미새, 백할미새, 청딱다구리, 붉은머리오목눈이, 오목눈이, 방울새, 검은머리방울새, 오색딱다구리, 후투티, 동고비, 참새, 까치, 직박구리, 멧비둘기, 집비둘기, 제비, 상모솔새, 어치까지 총 45종이 확인됐다.
▲ 팔현습지 금호강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있임이 확인된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 얼룩새코미꾸리 |
ⓒ 팔현습지시민생태조사단 |
▲ 팔현습지는 대구의 보석 같은 생태공간 .... 지키자 팔현습지! 함께살자 팔현습지!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번 조사는 금호강 화랑교 바로 위 왕버들군락지에서부터 시작해서 범안대교 직전 제방공사 현장까지 대략 3㎞에 이르는 구간에서 이뤄졌다. 이 구간이 팔현습지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생태 구간이자 핵심 생태 공간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해 조사결과를 정리 발표한 시민과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곳에 보도교를 건설한다는 것은 마치 "가정집의 안방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고가 길을 집 바로 앞에 낸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 설명한다. 즉 "생태학적 가장자리효과(edge effect, 건조, 바람길, 외래종 및 외지종 침투, 빛 조건 교란, 피신 공간의 대폭 축소 등등) 때문에 서식처의 구조와 기능을 일거에 잃고 만다"는 것이다.
▲ 이틀간의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소장.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들은 조사를 모두 마치고 24일 정오 현장에서 즉석 기자회견을 가지고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팔현습지의 생태계를 파괴하고야 말 보도교 공사를 강행하려는 환경부를 강력히 성토"한다며 보도교 공사 철회를 요구했다.
포유류 조사 결과 발표에 나선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은 "여기 팔현습지에는 대략 한 20여 종의 포유류가 있을 걸로 추정이 되는데, 무엇보다도 가장 팔현습지가 생태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은 수달도 있지만 담비의 출연(때문)"이라 강조한다. 그는 "(담비는) 우리나라 백두대간의 산악지대와 연결돼 있는 산림 생태계와 하천 생태계를 이어주는 생태적으로도 중요한 종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이틀간의 생태조사 중 조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어류상 조사 결과 발표에 나선 채병수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박사는 "팔현습지까지가 금호강에서는 어류상이 가장 다양한 지역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여기에서 멸종위기 1급에 해당하는 얼룩새코미꾸리가 점점 더 개체 수가 많이 확인되고 있다. 이곳 팔현습지에 보도교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도록 해야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 너른 고수부지를 가지고 있는 팔현습지 곳곳을 다니면서 생태조사를 벌인 시민과학자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김종원 전 교수는 이번 공동조사 이후 정리한 '팔현습지에 대한 생태학적 진단'이란 발표문에서 "금호강 하식애를 관통하는 도보교 건설은 '숨은 서식처'를 조각화(파편화, fragmented)하는 결과를 낳게 됨으로써 팔현습지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파괴하는 결정적인 '생태 테러'"라고 주장한다.
▲ 팔현습지 고수부지에서 발견한 고라니 집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팔현습지 고수부지에서 발견된 너구리 화장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 '뉴욕 피난처'로 쉴새없이 밀려드는 사람들... "넌 괜찮니?"
- 조국 "국회 세종 이전? 찬성, 그리고 수도를 옮기자"
- <파묘> 주인공 고영근 지사의 무덤을 찾았습니다
- 김종인 "입씨름만 해온 이준석, 아직 공부 부족...긴 호흡으로 가야"
- 철거 후 암울한 한 달, 현장소장을 의심했다
- 조국혁신당 파죽지세에 조선일보 "답답하다"
- 임종석 "정권 심판 위해 내일부터 낙동강 벨트 상주"
- 파란옷 입고 고향 거제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 변광용 후보 만나
- 통일부 대변인, 대북입장문서 "납북자 문제 무책임 태도 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