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은 숨기지 않는다

2024. 3. 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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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라미란은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그것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강하기 때문이다.
트렌치코트 페라가모. 이어 커프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카메라 앞에서 힘이 넘치게 액팅해주신 덕에 현장의 모두가 웃으며 일했어요.

A : 내가 이런 말에 다~ 속아가지고, 막 하긴 하는데~ 하하하.

Q : 포즈도 표정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A : 제가 끼가 많아요.(웃음) 프로페셔널하게 들어가면 말도 안 되지만 순발력이 있어 잠깐 흉내 내는 건 곧잘 하거든요.

Q : 어릴 때부터 오락부장을 했을 것 같은데요?

A : 그랬죠. 다른 동네 애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노래해 박수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 뭐지? 우리도 해야겠는데?’ 싶어 “얘들아, 모여봐” 해서 장기 자랑 공연을 기획했어요. 동네 어르신들을 모아놓고 식순별로 선보였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Q : 얼마 전 생일은 잘 보냈어요? SNS에 포스팅한 “귀여운 마흔아홉 살이 되겠다”는 말이 사랑스러웠습니다.

A : 생일에 감흥이 없는 편이에요. 그냥 한 살 더 먹는구나 정도? 집에서는 아무도 제게 관심이 없어 미역국도 못 먹었는데(웃음) 팬분들이 이것저것 챙겨주셨어요. 고마웠죠.

Q : 어떤 사람들이 배우 라미란을 좋아하나요?

A : 의외로 어린 분들이 많아요. 고등학생 때부터 뵌 분들도 있고, 대체로 20대 초중반인 것 같네요. 왜 저를 좋아하는 것 같냐고요? 글쎄요, 제가 팬분들에게 살갑게 하는 편이 아니고, 툭툭 밀어내는 스타일인데…. 선물을 줘도 이런 거 하지 말라고, 본인이나 잘 챙기며 살라고 엄마처럼 잔소리하는데, 그러면 또 꺄르르 웃어요. 참 신기해요. 그 젊은 친구들이 왜 저를 좋아할까요?

Q : 배우 한가인·조보아·류혜영과 출연하는 예능 〈텐트 밖은 유럽 남프랑스 편〉을 보면 왜 젊은 여자들이 라미란을 좋아하는지 알겠던데요? 시원시원하고 부지런한 언니잖아요.

A : 계속 음식을 해서 먹이는 걸 좋아하니까 그런가?(웃음)

슬리브리스 톱 유돈초이. 스커트 마르니. 선글라스 구찌 by 에이 오브 에이, 이어 커프, 반지,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상당한 캠핑 마니아던데, 캠핑의 매력은 뭔가요?

A : 낯선 자연에서 작은 잠자리를 마련하고, 뭔가를 해 먹고, ‘불멍’하고, 아침에 일어날 때 코끝이 쨍한 느낌이 좋아요. 다들 왜 그런 번잡하고 힘든 걸 하냐고 하는데, 그렇게 고생스럽게 꾸리는 것 자체가 제게는 재미예요. 시설이 갖춰진 캠핑장보다 자연 그대로의 캠핑 스폿을 더 선호하죠. 자연인이 부시크래프트하듯이 하는 게 즐거워요.(웃음)

Q : 라미란에게 재미란 어떤 것인가요?

A : 과정이 흥미로운 것. 결과는 초라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뭔가를 하려고 하고, ‘이번엔 뭘 할까?’ 생각하는 시간들이 재미있어요.

Q : 〈코스모폴리탄〉의 슬로건이 ‘FUN FEARLESS FEMALE’이에요. 용감하고 유쾌한 여성으로, 저희 편집부에선 라미란이 딱이라고 생각했죠.

A : 사실 저는 ‘Fun’하지 않은데 많이들 그렇게 생각해주시더라고요. 실제의 저는 에너지가 넘치기보단 누워 있는 걸 좋아해요. 어느 순간엔 ‘내가 어떤 사람을 연기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Q : 그런 이야기가 오히려 용기 있게 들리네요.

A : 대중 앞에 서는 연예인이라면, 사람들이 보는 모습 뒤에 분명히 이면이 있죠. 화려한 모습이 있으면 그 뒤에는 아주 초라한 모습도 있고요. 저는 모든 여성 배우분들이 앞면만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오늘 화보를 찍는데 제 체형에 맞는 옷이 없어서 고생했던 게 현실이에요. 물론 카메라 앞에선 예쁘게 잡아주셨고, 보정도 해주시겠죠? 그런데 보는 사람들이 그 모습만을 진실이라고 생각한다면 전 좀 슬플 것 같아요. 다음엔 뱃살이 나오고 못생긴 모습이 나와도,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드리는 기획을 해보면 어때요? 그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창피해하지 않는 모습으로요.

Q : 멋진 제안이에요. 보정을 최소화할게요. 이미 멋지게 나와서 손볼 데도 별로 없지만 말예요!

A : 아유, 그러다가 잡지 망하면 어떡해. 하하하.

점프슈트 빅팍.

Q : 오늘은 드라마 〈정년이〉 촬영을 마치고 전라도의 한 섬에서 올라오셨다고요. 매란국극단장 ‘강소복’ 역할을 맡았죠?

A : 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배가 떠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웃음) 지금 다들 국극을 연습하느라 아주 열심이에요. ‘강소복’은 자신이 하고 있는 예술에 대한 신념과 애착이 강한 인물입니다. 그것을 부정하거나 무너뜨리려고 하면 참지 않죠.

Q : 라미란도 그런 사람인가요?

A : 하하하. 저는 그냥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어요. 물론 제게도 ‘소복’이 겪은 위기와 갈등 상황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다 지나가고 즐길 수 있는 시기에 접어든 것 같아요. 물론 또 다른 난관이 올 수도 있겠지만 미리 걱정하지 않고, 이 상황을 충분히 즐기고 싶네요.

Q : 22년의 무명 시절을 거쳐, 이제 라미란은 원톱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역량과 인지도를 지닌 배우가 됐으니까요.

A : 지금 제가 이렇게 잘된 것도 오히려 좀 의아해요.(웃음) 뭐, 잘되는 것도 제 인생의 한 지점일 뿐이지 영원한 건 아니죠. 지금의 위치에서 느낄 수 있는 걸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걸 즐기려고요.

Q : 겸손하네요.

A : 겸손이 아니라 진짜 그래요. 그러니까 사실 뭐 대단할 게 없어요.

Q : 거짓말 못 하죠?

A : 네.(웃음) 금방 들통날 걸 알기 때문에…. 애써 포장해봐야 지질한 면을 금방 볼 거란 말이죠. 근데 괜히 그랬다가 나중에 가서 “왜 달라?” 이런 말을 듣는 게 저는 더 싫은 거예요.

Q : 라미란은 한국 드라마·영화 신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한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능청스러운 코미디부터 진한 휴머니즘까지, 여성 원톱 주연으로서 라미란만이 구사할 수 있는 연기 언어가 있죠.

A : 왜냐하면 이전엔 그런 작품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대체로 여자들은 수동적이거나 대상화된 모습으로 등장하곤 했잖아요. 또한 아름다워야 하고, 날씬해야 했고요. 과거의 여성 배우들도 이런 역할은 다 할 수 있었고 극을 이끌어갈 역량도 있었지만 그들의 몫이 주어지지 않은 거예요.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어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지금과 같은 배역도 생긴 거죠.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의 화자가 바뀐 거예요. 그것을 저 개인의 능력이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Q : 왜 지금 사람들은 ‘라미란’ 같은 화자를 원할까요?

A : 그동안 그만큼 많이 억눌려 있었으니까요. 젠더 갈등이 심한 시대잖아요. 종종 제게 어떤 이념을 가진 게 아니냐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어리둥절해요. 저는 그런 문제에 대해 잘 모르거든요.(웃음) 그리고 그런 말들을 신경 쓰는 건 이미 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말로 이러쿵저러쿵할 게 아니라, 그냥 하면 돼요.

Q : 말보단 행동이라는 거죠?

A : 저는 뭔가를 억지로 보여주려고, 말로 표현하려고, 그걸 다 전달하려고 하지 않아요. 이를테면 슬픔을 연기한다고 해요. 엉엉 울면서 “나 슬퍼, 나 슬프다고” 하는 연기보다 가만히 있어도 보는 사람들이 슬픔을 느끼는 연기가 좋은 연기인 거예요. 보는 사람이 느껴야지, 내가 느끼는 게 좋은 연기가 아니라는 거죠. 그건 자위일 뿐이에요. 그래서 저는 자꾸 더 덜어내고, 뺄 수 있는 데까지 빼요. 여백을 줘야 보는 이들이 다르게 생각할 여지도 생기거든요.

재킷, 팬츠 모두 오토링거 by 아데쿠베.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과장된 쇼맨십보다 절제하는 것 속에 미덕이 있다는 거네요.

A : 그렇죠. 저는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많이 봐요. 이를테면 시사 예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과거에 비극적인 일을 겪은 피해자가 나와 인터뷰를 해요. 아무리 가슴 아픈 이야기라도 그들이 처음부터 울지는 않아요. 맑게 웃으면서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의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죠. 그러다가 사건을 묘사하면 그때 그분들은 “아, 죄송합니다”라며 눈물을 쓱 훔치시는 거죠. 그런 걸 보면 훅 오는 거예요. 미치는 거죠. 그런 진짜 감정들을 보면서 늘 생각해요. 연기하려고 하지 말자.

Q : 문득 ‘진짜’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지 오래됐다는 생각이 드네요. 라미란 배우는 여전히 그걸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군요.

A : 맞아요. 그런데 그것조차 연기잖아요. 기술이에요. 내가 덜어내고 덜어내 진짜에 가까워 보이게 하려는 것 또한. 사실 리얼리티는 제 인생밖에 없고, 제가 연기하는 모든 캐릭터는 연기예요. 하지만 보는 사람들이 ‘라미란 연기하네’라고 보이지는 않게끔 하고 싶어요.

Q : 드라마 〈나쁜엄마〉 ‘진영순’, 〈부암동 복수자들〉 ‘홍도희’, 〈응답하라 1988〉 ‘치타 여사’, 영화 〈정직한 후보〉 ‘주상숙’, 〈걸캅스〉 ‘박미영’ 등 매 배역에 얼마나 진심을 다했을지 느껴져요. 아픈 손가락도 있나요?

A : 저는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요. 지나간 인물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편이라 사실은 작품이 끝나면 바로 잊습니다.

Q : 배역과 인간 라미란 사이에 간극을 두고 일하는 편인가요?

A : 간극이 생길 수가 없어요. 어떤 인물을 해도 제가 묻어나올 거예요. 설령 제가 음성 변조를 하고 분장을 한다 해도 라미란이라는 사람의 몸을 빌려 나온 것이란 얘기죠. 저는 다작을 하는 사람이라 결국 그 인물이 그 인물 같은 순간이 와요. 그렇게 본전이 다 드러나는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년이〉처럼 시대적 배경이 다른 작품을 하든지, 국회의원을 하다가 돼지 농장하는 엄마를 하든지 하면서 조금씩 변주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하지만 영화 〈시민덕희〉처럼 몇 년간 미뤘다가 뒤늦게 개봉하는 영화도 있어 그게 제 계획처럼 되지만은 않아요. 단지 대중이 저에게 천천히 질리길 바랄 뿐입니다.

Q : 다니엘 데이 루이스처럼 메소드 연기에 정통한 배우가 있다면, 송강호처럼 뭘 해도 송강호가 묻어나오는 배우도 있는 법이죠. 요즘 시대엔 대중이 배우에게 정말로 원하는 건 후자란 생각도 들어요. 저는 라미란은 후자의 배우라 생각하고요.

A : 송강호 선배님은 뭘 해도 선배님이지만, 동시에 그 작품 안에 너무나 있을 법한 인물처럼 보이니까 그게 대단한 거죠. 그냥 그 사람인 것 같은 거예요. 제가 그렇게 보였다니 좋네요. 요즘 느끼는 건 제가 점점 늙어간다는 것인데, 그것 또한 마음에 듭니다. 제 연기의 범주가 넓어지고 변화 또한 생길 수 있다는 거니까요.

Q : 여태까지 맡은 배역 중 실제 라미란과 가장 닮아 있는 캐릭터는 누구였는지 궁금해지네요.

A : 〈응답하라 1988〉의 ‘치타 여사’. 수다스럽지 않고, 톤도 낮고, 시크하고, 그런 면이 닮았죠. 특히 남편을 쿨하게 대하는 모습이요.(웃음)

Q : 22년의 무명 생활을 보냈고,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죠. 그때는 지금의 라미란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A : 그때의 경험은 지금의 제게 굉장히 큰 힘이에요. 두 살 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강원도 탄광촌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부터, 결혼해서 임신했는데 생계를 이어갈 돈이 없어 벼룩시장에 나가던 때, 아이를 둘러업고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날들… 전부 녹록지 않았죠. 지금이 제일 녹록한 시기고요.(웃음) 그때 제가 보고 겪은 것들, 만난 사람들은 연기할 때의 원천이에요. 특히나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연기할 때는요. 물론 재벌 역할을 할 때는 도움을 못 받긴 합니다. 하하하.

Q : 빨리 어른이 됐겠군요.

A : 애기 때는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애는 애예요.(웃음)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이고, 그랬어?”하는 안타까운 반응이 나오는데, 저는 괜찮아요. 엄마가 혼자 저희 남매들을 키우느라 다른 집만큼 돌보진 못했을지언정, 세간살이 때려 부수는 아빠는 없었던 거잖아요. 하하하.

드레스, 부츠 모두 선우. 팔찌 캄데시벨.

Q : 라미란의 연기는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연기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맞게 본 거 였네요.

A : 그래서 저는 ‘Fun’보다 ‘Fearless’라는 키워드에 더 맞는 사람 같아요. 전 겁나는 게 없어요. 아쉬운 것도 없고. 지금 이렇게 잘 활동하고 있지만 일이라는 건 언제 또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괜찮아요. 어떻게든 팔을 걷어붙이고 살아가면 돼요. 그래서 전 삶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없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눈치도 안 봐요.

Q :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을 땐 어땠어요?

A : 연극을 하던 시기였는데, 무대로 못 돌아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 2년간의 공백이 생겼고, 누구도 날 불러주지 않을 것 같았죠. 그래서 매체 연기에 도전하려고 영화사에 프로필을 돌렸어요.

Q : 그때 만난 게 영화 〈친절한 금자씨〉였죠.

A : 그랬죠. 제 첫 영화입니다. 애 젖 먹이다가 둘러업고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붙은 거예요. 너무너무 좋았죠. 그 후로 영화 조·단역으로 조금씩 출연하다가, 나중엔 드라마도 하게 됐죠. 그래도 전 운이 좋았던 거예요. 친정과 시댁에서 돌아가면서 아이를 봐주셨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연기를 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Q : 그렇게 경제적으로 부침을 겪으면서도 계속 연기를 놓지 않았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나요?

A : 다른 걸 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일단 연기 빼고 할 줄 아는 게 없고요.(웃음) 다른 일을 한다면 그건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지 연기를 놓을 생각은 없었죠.

드레스 손정완. 뱅글, 반지 모두 캄데시벨. 이어 커프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라미란에게 연기란?

A : 잠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는 것. 놀이인 동시에 공부인 것. 수많은 인물이 돼보면서 때론 같이 슬퍼하고, 때론 통쾌해하면서 많이 배워요. 그 과정을 통해 저도 좀 더 단단해졌죠. 겁도 없어지고요.

Q : 라미란이 생각하는 강인함은 어떤 것인가요?

A : 유연함. ‘이게 아니면 안 돼’가 아니라, 어떤 것이라도 포용할 수 있는 것. 달리 보면 비겁하다고 말할 수도 있고 합리화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저는 인정하는 게 강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지질해지는 것이 창피하지 않아요. ‘그래 나 약해, 나 바보 같은 사람이야’라고 인정하면 두려울 게 없거든요.

Q : 라미란은 강한가요?

A :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초강력한 거죠.

Q : 곁엔 어떤 사람들이 있나요?

A : 최근에 나에게 진정한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이 있나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모르겠어요. 물론 친한 사람들은 있죠. 하지만 저는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싫어하거든요. 우리, 서로에게 너무 기대하지 말자고요. 하하하.

Q : 점점 나이 들어가는 라미란 배우를 보며 주디 덴치나 메릴 스트립을 떠올릴 때가 종종 있어요.

A : 제가 주디 씨하고도 잘 모르고, 메릴 씨하고도 잘 모르지만(웃음) 그분들 역시 여성으로서, 배우로서 저와 같은 부침이 있고 한없이 퍼져 있을 때도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일해왔잖아요. 저는 오래 일하는 중년의, 노년의 모든 배우를 존경합니다. 오래오래 일하고 싶어요. 그뿐이에요.

Q : 49세, 세월이 흐를수록 더 빛나고 있는 배우니 앞으로는 더욱 빛나리라 생각해요.

A : 제 전성기가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한 82세 정도에 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웃음)

Q : 그리고 언젠가 영화 〈걸캅스〉처럼 배우 라미란의 액션을 또 보고 싶습니다.

A : 잠시만요. (매니저에게) 지금 액션물이 들어온 게 있나요?

Q : 60세 정도에 리암 니슨의 〈테이큰〉처럼 어때요?

A : 좋은데요? 그때 꼭 보여드리죠.

Q : 라미란은 무엇을 믿나요?

A :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가 일하지 않는데 얻어지는 수익은 없다. 세상엔 믿을 놈도 없다. 그런데 그래도…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

Q : 당신은 어떤 게 멋지다고 생각하나요?

A : 드러내지 않는 것.

Q : 오늘 대화를 관통하는 이야기네요.

A : 그리고 뻐길수록 멋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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