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사망·실종자 수십 명…늘어나는 선박 사고에 ‘비상’ [요동치는 바다①]

장정욱 2024. 3.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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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피해 해상사고 3월에만 5건 넘어
짙은 해무에 성어기 무리한 조업 원인
관계 부처, 경계 강화·대책본부 가동
“실효성 키우려면 어업인과 머리 맞대야”
해군과 해경 등이 지난 17일 오전 2시 44분께 경상북도 포항시 구룡포 동방 120km 해상에서 전복한 어선을 수색하고 있다. ⓒ뉴시스

봄철 해상 선박 안전사고가 연이으면서 수십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관계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계절적 요인에 안전 불감증, 기후 위기에 따른 해양 환경 변화까지 겹치면서 사고 예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일 일본 후슈 서부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무쓰레섬 앞바다에서 한국 선적 화학제품 운반선이 전복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선원 11명 가운데 1명은 구조했으나, 9명(한국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머지 1명은 실종 상태다.

사고 원인은 강풍 등 악천후로 추정한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사고 장소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22.7m에 달해 폭풍 경보와 파랑 주의보 등이 발효된 상태였다고 한다.

어선 사고는 더 잦다. 지난달 15일 오후 1시께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인근 해상에서 조업하던 6t급 어선이 전복했다. 선원 6명 가운데 2명이 숨졌다. 실종 상태던 70대 여성은 다음날 인근 양식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달 1일 오전 7시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가파도 남서쪽 해상에서는 근해연승어선(33t)이 뒤집혔다. 사고로 승선원 10명 중 8명만 구조됐다.

지난 9일에는 경상남도 통영시 욕지도 남방 68㎞ 해상에서 제주 선적 20t 규모 근해연승어선이 전복됐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12일에도 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8시 16분께 전남 여수시 작도 주변 해상에서 선원 7명이 탄 어선(7t급)이 전복했다. 해경이 선원 6명은 구조했으나 선장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끝내 숨졌다.

‘변화무쌍’ 봄 바다, 특별 주의 필요

14일에는 욕지도에서 사고가 또 일어났다. 욕지도 남방 8.5㎞ 해상에서 부산 선적 139t급 쌍끌이 어선이 침몰해 4명이 숨졌다. 선원 11명 가운데 갑판에 있던 외국인 선원 7명은 구조했으나, 선내 있던 한국인 3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됐던 60대 기관장은 침몰 5일 후인 19일 새벽 선내 기관실에서 발견해 인양했다.

이 밖에 지난 10일 오후 7시 38분께 전남 여수시 삼산면 소거문도 해상 발생한 낚시 어선 좌초 사고도 있다. 당시 배에는 18명 탑승하고 있었는데, 좌초 때 머리를 크게 다친 선원 1명은 헬기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유독 봄철에 해상 사고가 많은 것은 높아진 수온에 의한 안개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접어드는 시기 해상에는 예기치 못한 돌풍이 자주 불고 너울성 파도도 잦다.

따뜻해진 날씨와 성어기가 겹치면서 낚싯배가 늘어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낚싯배와 어선의 무리한 조업이 변화무쌍한 기상과 만나 사고 발생 가능성을 키운다.

통영해양경찰서가 지난 9일 오후 3시 15분께 통영시 욕지도 37해리 해상에서 전복된 제주선적 20t급 근해연승어선 사고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이사장 김준석)이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을 통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분석한 선박 충돌사고 현황을 계절별로 살펴보면 봄철 발생 사고가 전체의 21.3%(269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어선 간 충돌사고는 39.4%(106건)로 가장 많다. 지난 5년간 선박 충돌사고로 인한 사망·실종자(52명) 34.6%(18명)가 봄철에 발생할 정도다.

해수부, 특별위기경보 ‘경계’로 강화

한 달 사이 해상사고가 연달아 발생하자 관계 당국에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해수부는 지난 19일 강도형 장관 주재로 ‘특별경계 강화기간 점검회의’를 열고 ‘어선안전 특별위기경보’ ‘경계’를 발령했다.

내달 1일까지 운영하는 ‘특별경계 강화기간’에는 어선 침몰·전복 사고 예방을 위해 ▲기상 특보 발효 예상 시 출항 제한 ▲기상 특보 시 15~30t 어선의 선단 조업 관련 조건 준수 ▲어구·어획물 과적 적극 단속 ▲위치발신장치 신호 소실 시 초동 대응 철저 및 기상 특보 시 구명조끼 미착용 단속 등을 강화할 예정이다.

KOMSA도 내달까지 ‘해양안전 특별 대책본부’를 가동한다. KOMSA는 20일 전국 지사, 센터 등과 함께 해양안전 특별 대책본부 가동을 위한 긴급 점검 회의를 열었다.

KOMSA는 자체적으로 근해 연승·통발어선 등을 대상으로 복원성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구조설비를 집중 점검한다. 더불어 최고 경영진이 직접 참여하는 권역별 현장 안전 점검 및 선주단체 간담회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어선을 대상으로는 어획물 적재 가이드(지침서) 제공, 구명조끼·소화기 등 안전 물품 보급, 해양사고 예방교육 및 안전 수칙 안내서 등을 배포한다. 또한 기상특보 때 조업 자제 등을 안내하는 안전 수칙 안내서도 새로 제작해 이달까지 전국 조업 현장에 배부한다.

전문가들은 봄철 해양 기상이 나쁠 경우 무리하게 출항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한 어촌계장은 “갈수록 봄철에 안개가 짙어지고 돌풍도 잦은 느낌”이라면서도 “어획량 감소로 생계가 곤란한 어민들이 나쁜 날씨에도 무리해서 출항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획량이 하루가 다르게 줄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니 실질적인 사고 예방책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며 “정부 대책이 실효성을 키우려면 실제 어업인들과 같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독 사고 잦은 봄 바다…기상 악화에 안전 불감증도 한몫 [요동치는 바다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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