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머뭇’하는 사이… 유럽선 부킹닷컴·X도 DMA 지정 채비

이의재 2024. 3. 26.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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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제] 플랫폼 독과점 규제 법안 현주소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 플랫폼 독과점 규제 입법이 지체되는 사이 유럽은 이달부터 빅테크 기업의 반칙성 영업을 미리 차단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DMA가 의무 이행 단계에 돌입하자 애플·구글 등 대형 플랫폼은 연이어 자진 시정 방안을 내놓고 있다. 유럽은 부킹닷컴과 X(옛 트위터)로 DMA 적용 대상을 넓히고 있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달 초 글로벌 숙박 플랫폼 부킹닷컴과 SNS 서비스 X, 바이트댄스(틱톡)의 게이트키퍼(시장 지배적 사업자) 추정 요건 충족 신고를 접수하고 지정 여부를 검토 중이다.

기존에 틱톡 서비스가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바이트댄스는 이번에 광고 서비스 분야를 추가로 신고했다. DMA는 정량 기준을 만족한 플랫폼 사업자가 이 사실을 집행위에 신고할 경우 업무일 기준 45일 이내에 최종 판단을 내놓도록 규정하고 있다. 늦어도 5월 초에는 이들의 추가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DMA는 사전 지정 방식으로 빅테크의 반칙을 미리 차단하는 EU의 플랫폼 독과점 규제 법안이다. 법안은 2022년 11월 발효, 지난해 5월 시행됐지만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한 것은 게이트키퍼들이 준비를 마친 지난 7일부터다. 지난해 9월 애플·구글·아마존·메타·애플·MS·바이트댄스 등 6개 사업자의 22개 서비스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한 EU 집행위는 이후 반년 동안 해당 사업자에게 준비 기간을 부여했다.

부킹닷컴과 X가 추가 지정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이들이 뒤늦게 ‘정량 요건 충족’을 신고했기 때문이다. DMA는 최근 3년간 유럽 내 연 매출이 매년 75억 유로 이상이거나 최근 1년 평균 시가총액이 750억 유로 이상이고, 최근 1년간 월평균 최종 이용자 수가 4500만명 이상이면서 EU에 등록된 입점업체 수가 연 1만개 이상인 사업자가 이 같은 조건을 3년 이상 만족할 경우 집행위에 자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집행위는 해당 사업자의 시장 영향력과 게이트 역할 수행 여부 등 정성적 요건을 따져 최종적으로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사업자는 자사 상품 우선 노출(자사우대), 타사 서비스 이용 방해(멀티호밍 제한) 등의 반칙성 행위가 엄격히 금지된다. 플랫폼 이용자에게 플랫폼에서 생성된 데이터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하고, 타사 서비스와의 상호 운용성을 보장하는 등의 의무도 주어진다. 위반 시에는 전 세계 매출액의 10%에 이르는 과징금과 기업 분할 등 구조적 조치를 포함한 시정 명령이 부과된다.


현재로서는 X와 부킹닷컴 모두 추가 지정이 유력하다. 특히 비슷한 서비스인 메타의 선례를 고려하면 X의 지정은 확정적이라는 평가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X는 메타와의 유사성을 고려했을 때 (지정을) 피할 수 없을 듯 보인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부킹닷컴의 지정 여부에도 시선이 모인다. 지정 시 DMA가 ‘자국 우대법’이라며 반발하던 미국의 주장이 약해질 수 있다. 미국은 대형 플랫폼이 없는 EU가 미국의 플랫폼을 억누르고 자체 플랫폼을 육성하기 위해 DMA를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현재 게이트키퍼 6곳 중 바이트키퍼(중국)를 제외한 5곳이 전부 미국에 본사를 둔 사업자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킹닷컴이 지정된다면 차별성 논란이 다소 잠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정량 조건을 만족한다고 신고했지만 지정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주력 서비스가 아닌 기본 인터넷 브라우저가 신고 대상이었다.

DMA가 본격적인 의무 이행 기간에 돌입하면서 유럽에서는 게이트키퍼들의 ‘자진 시정’이 줄을 잇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의 폐쇄적인 생태계 운영 정책을 변경하고 나섰다. 자사 앱스토어를 통해야만 가능했던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는 이제 타사 앱마켓에서도 진행할 수 있다. 인앱결제로만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던 결제 방식도 외부 웹사이트 등 대체 결제를 활용할 수 있게 다양화한다.

검색 서비스에서 자사에 유리한 결과를 내놓던 구글은 타사에도 우대 기회를 제공하는 쪽으로 사업을 정비했다. 지금까지는 쇼핑·호텔 등을 검색하면 구글의 가격 비교 서비스를 유리한 위치에 노출했는데 앞으론 타사 서비스에도 유사한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유튜브·구글 지도 등을 이용한 데이터를 토대로 제공하던 맞춤형 광고에도 제동이 걸린다. 앞으로는 이용자가 직접 데이터 공유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다른 게이트키퍼들도 모두 한 가지 이상의 ‘자진 시정안’을 들고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운영체제에 선탑재되는 엣지, 빙 등 자사 앱을 삭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추천 상품 선정 시 자사 상품과 자사 물류서비스 이용 상품만 우대해 논란이 됐던 아마존은 차별 없이 객관적인 기준으로 추천 상품을 선정하기로 했다. 메타는 페이스북 메신저와 텔레그램 등 타사 메신저와의 메시지 전송을 허가한다.

다만 이 같은 개선 작용은 대부분 EU 지역에서만 적용될 전망이다. ‘공룡 플랫폼’들이 눈치를 보는 것은 DMA가 작동하기 시작한 유럽 일대로 한정된다는 뜻이다.

한국의 플랫폼 독과점 규제 법안은 업계의 반발과 통상 우려에 밀려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사전지정 방식을 포함해 플랫폼법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고 발표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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