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왜 하나님은 가인의 제사를 받지 않으셨나요

2024. 3. 2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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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4장 1~7절


어렸을 때 주일학교에서 가인은 쭉정이를 제물로 드렸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 제물을 받지 않으셨다고 배웠는데, 성경을 직접 읽으면서 본문에 그러한 내용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하나님은 왜 가인의 제사를 받지 않으셨을까요. 이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학자의 질문이었음을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사실 가인과 그의 제물은 아벨의 것보다 하나님께서 더 받을만하신 외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첫째, 가인은 장남 중심의 가부장 사회였던 구약의 관점에서 봤을 때 가족을 대표해 하나님 앞에 나아갈 자격이 충분했습니다. 오히려 히브리어 원문에서는 아벨 또한 제물을 드렸다는 사실을 의외의 놀라운 사건으로 묘사합니다. 둘째, 가인과 아벨이 드린 제물은 히브리어로 ‘민하’인데, 이는 ‘소제’입니다. 원래 소제는 곡식으로 드리는 제사이기 때문에 가인이 땅의 소산으로 제물을 드린 것은 레위기 규정상 더 적절합니다. 민하의 또 다른 뜻은 높은 이에게 바치는 선물, 공물의 의미를 지닙니다. 가축의 처음 난 것은 원래 여호와께 속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따로 선별해 여호와께 예물로 드릴 수 없습니다.(레 27:26) 즉, 선물의 의미로 민하를 이해한다 하더라도 오히려 아벨의 제물이 하나님께 예물로써 적절치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 하나님이 가인의 제물을 받지 않으신 것에 대한 가인의 반응은 몹시 화를 내고, 얼굴을 땅에 떨군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가인의 행동을 심리적으로 본다면 그는 자기 나름대로 정성을 다하고 진심으로 제물을 드렸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종합해 보면, 가인과 그의 제물은 외견상 하나님이 충분히 받을만하신 것이라는 것입니다.

가인에게 더 충격적인 사건은 자신을 찾아오셔서 주신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지금 별 이유 없이 제물을 안 받으신 하나님 때문에 화가 난 상태인데, 정작 하나님은 사과는커녕 오히려 질책하십니다. 가인은 충분히 ‘나름 선을 행했는데도 낯을 들지 못하게 만드신 분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하십니까’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고 여겨집니다. 이런 가인에게 하나님은 명령하십니다. “죄가 엎드려서 너를 삼키려 하고 있다. 죄는 너를 원하지만, 너는 그 죄를 다스려야만 한다.”

가인은 이 하나님의 명령을 불순종하고 그의 아우 아벨을 살해하고 맙니다. 가인의 죄는 제물을 잘못 드린 것이 아니고, 바로 이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한 행위입니다. 왜 불순종했습니까. 하나님이 부당하게 자신의 제물을 받지 않으신 것이 못마땅했고, 궁극적으로 그러한 하나님을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인의 사건은 오늘날 성도들에게도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성도의 삶 속에도 다음과 같은 절규가 일어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왜 내게 이렇게 하시는가? 왜 하나님은 응답하지 않으시는가? 과연 하나님이 살아계시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그때 분명히 기억할 점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창조주이시고 나는 피조물이다. 하나님은 선하시고 온전하신 분이기 때문에, 지금 내가 이해할 수 없더라도 나는 오직 그분을 신뢰하고 순종하겠다.”

이는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 되신 하나님 앞에 행해야 할 당연하고 합당한 행위입니다. 이를 넘어서는 것이 죄입니다. 그것은 나 자신이 하나님의 자리에 앉아서 하나님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 하나님은 가인의 제물을 받지 않으셨나요”란 질문은 그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질문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더 선하고 온전하신 이유가 있음을 믿고, 그 상황 속에서도 죄를 다스리라는 그분의 명령에 순종해야 합니다. 그리면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이 다 합력해 선을 이루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보게 될 것입니다.(롬 8:28)

구승회 울산 예수생명교회 목사

◇예수생명교회는 성도의 숫자적 성장보다는 성도의 내적, 질적인 성장을 추구합니다. 모든 성도가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로서 섬기는 자로 성장하는 것을 핵심가치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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