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세상과 소통 꿈꾸는 당찬 10대 클래식 영재들

박병희 2024. 3. 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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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차이콥스키 콩쿠르' 대상 수상자 인터뷰
바이올린 최수진 "음악으로 감정 전할수 있어"
피아노 정승호 "나름대로 해석하는 즐거움 커"
첼로 이지언 "무대 홀로 섰을때 짜릿함 느껴"

‘2024 아시아 차이콥스키 영아티스트 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한 영광의 얼굴들을 24일 서울교육대학교 음악관에서 만났다. 이날 음악관에서는 지난 9~17일 진행된 콩쿠르에서 입상한 클래식 영재들의 기념 연주회가 열렸다. 20대 성인들까지 200여명이 참가한 콩쿠르에서 대상의 영예를 거머쥔 이들은 10대 초반의 어린 영재들이었다. 최수진양(12·바이올린), 정승호군(14·피아노), 이지언양(15·첼로)은 낯선 인터뷰에 배시시 하면서도 연주에 대한 생각과 소신을 밝힐 때는 어른 못지않은 당찬 모습을 보였다. 셋 중 가장 어린 수진양은 음악이 담고 있는 감정을 잘 전달하고 싶다며 성숙한 면모를 보였다. 승호군은 개인 연습 시간을 늘리기 위해 올해 초 학교를 자퇴, 현재 홈스쿨링을 하며 하루 10시간씩 피아노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는 열정이 돋보였다. 지언양은 첼로계의 임윤찬(피아니스트)이 돼 세계 무대를 누비며 연주하고 싶다는 패기가 인상적이었다.

"음악 속에 녹아 있는 감정을 잘 전해주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최수진·12·바이올린 부문 대상)

"관객들이 제가 연주하는 곡을 몰라도, 빠져들게 할 수 있는 매혹적인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습니다."(정승호·14·피아노 부문 대상)

"세계 무대에서 연주를 많이 하고, 누구나 제 이름을 알 수 있는 첼로계의 임윤찬(피아니스트) 같은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이지언·15·첼로 부문 우승)

‘2024 아시아 차이콥스키 영아티스트 콩쿠르’의 주인공 최수진양, 정승호군, 이지언양은 20대 형·언니들을 제치고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연주 실력만큼이나 당찬 모습을 보였다.

대상 수상자 세 명 중 가장 어린 최수진양은 현재 언북초 6학년이다. 7세 때부터 취미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다 4학년 말 때부터 본격적으로 피아노에 매진했다. 현재 하루 5시간씩 맹연습하고 있다. 지난해 연습량을 늘리면서 손가락에 피가 났을 때, 밤마다 바셀린을 바르고 잘 정도로 악바리다.

최양은 "음악을 연주하면서 감정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워요"라고 했다.

최양이 좋아하는 작품은 브람스와 생상스의 곡이다. 이번 콩쿠르 본선에서 외젠 이자이가 생상스의 6개의 연습곡 중 6번을 편곡한 ‘왈츠 형식의 연습곡에 의한 카프리스’를 연주해 영예를 안았다.

브람스의 곡은 올해 8월에 연주할 예정이다. 금호 영재 콘서트 무대가 예정돼 있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려줄 예정이다.

최양은 "브람스에 관한 책을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브람스 음악의 흐름이 어떤지는 알고 있다"며 "연주가 거의 다 G선과 D선에서 이뤄져, 음악이 좀 더 우직해야 하는 점이 조금 힘들어요"라고 했다.

피아노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정승호군은 예원학교 1학년을 마치고 올해 초 자퇴했다. 개인 연습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오후 6시쯤 되기 때문에 개인 연습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많이 해봤자 4~5시간 정도였어요."

홈스쿨링을 하는 지금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피아노를 연습한다.

"피아노를 또래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해서 연주할 수 있는 곡의 레퍼토리가 적어요. 그것을 채우려면 연습 시간이 많이 필요해요. 밥 먹는 시간 등을 빼면 지금은 하루 10시간 정도 연습해요."

'2024 아시아 차이콥스키 영아티스트 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한 영광의 얼굴들. 왼쪽부터 정승호(피아노)군, 이지언(첼로)양, 최수진(바이올린)양. [사진 제공= ㈜차이코프스키씨앤씨]

그는 피아노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 연주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의 연주를 제가 원래 생각했던 것과 비교해가면서 점점 고쳐서 더 나은 해석을 만드는 것이 저의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이 재미있어서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해석을 존중하기 때문에 딱히 어떤 작곡가의 곡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건 없어요."

정군은 6학년 때 이화경향 콩쿠르, 한국 쇼팽 콩쿠르 등에서 잇달아 우승했다. 이번에 중학교 입학 이후 처음으로 콩쿠르에 참여했다. "콩쿠르를 안 나가다 보니까 이게 맞나 의심이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이번에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 더 열심히 해야죠."

정군도 올해 11월 금호 영재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리스트가 남긴 유일한 피아노 소나타 곡을 연주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첼로 부문 우승자 이지언양은 예원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5세 때 엄마 친구의 집에서 첼로를 처음 보고 마음을 뺏겼다. 8세 때 콩쿠르 입상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첼로 연주를 시작했다. 2016년 육영콩쿠르, 2017년 성정콩쿠르 등에서 잇달아 우승했다.

"피아노도 배웠지만 첼로가 더 예쁘고 소리도 좋아서 첼로에 더 마음이 갔다. 바이올린 소리도 좋아하지만 첼로의 중저음이 좋아 첼로에 더 끌리는 것 같다."

이양은 예원학교에 입학한 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실내악 콩쿠르에도 많이 참여했다고 했다.

"혼자 큰 무대에 섰을 때는 짜릿함을 느낀다. 실내악을 할 때는 서로 의지도 되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연습하는 게 훨씬 더 재미있어요."

이양은 좋아하는 곡으로 바흐의 첼로 무반주곡과 엘가와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꼽았다. 그는 "첼로의 웅장한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20년 6월에 금호 영재 콘서트 무대에 섰다. 내년에 만 15세부터 자격이 주어지는 금호영아티스트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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