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 인생 허비 말고 빨리 치료를"

이금숙 기자 2024. 3. 25. 0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고도비만 명의'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 안수민 교수
비만은 질병이다. 199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단순히 몸매나 체형의 문제가 아니라,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키고 나아가 사망률을 높이는 ‘질병’으로 규정했다.

비만 중에서도 BMI(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것) 35 이상인 고도비만 상태면 위를 잘라내는 비만대사수술을 통해 ‘치료’를 해야 한다. 고도비만은 당뇨병 위험을 43배나 증가시키고 치명적인 뇌졸중과 심근경색도 4배 이상 증가시킨다. BMI 5씩 증가할 때마다 모든 원인을 포함한 사망 위험이 29%나 증가한다. 고도비만 상태라면 제대로된 치료가 시급하다. 고도비만 명의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 안수민 교수(외과 전문의)는 국내 손꼽히는 비만대사수술 명의로, 비만대사수술의 중요성을 알리고 수술의 건강보험 급여화에 앞장선 바 있다. 그는 “잘못된 방법으로 체중을 감량하면서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빨리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라”고 강조한다. 그에게 고도비만과 비만대사수술에 대해 물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 안수민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BMI 35 이상의 고도비만이 급증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3단계 비만에 해당하는 BMI 35 이상의 고도비만은 증가율이 가장 가파르다. 2012년~2021년 고도비만 유병률은 2.9배 증가했다(0.38%->1.09%). 무엇보다 유병률이 1% 를 넘어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미 100명 중 1명은 고도비만 상태다. 특히 남성과 청년층에서 급속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의 고도비만율은 3.5배(0.35%->1.21%)로 대폭 증가했고, 젊은 연령대(20~40대)의 고도비만 인구도 급격히 늘었다.(20대 3.1배, 30대 3.6배, 40대 3.4배). 소아청소년 비만이 급증하면서 고도비만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80~9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오랫동안 비만 상태로 지내게 되는 만큼 동반질환도 심하게 진행한다. 

-고도비만 역시 잘못된 생활습관때문인가?
그렇다. 비만의 원인은 혼합돼 있다. 열가지도 넘는다. 낮은 경제적 수준과 교육 성취도, 스트레스나 기분장애(우울증, 행동장애, 섭식장애 등), 약물, 수면장애, 불균형한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카테콜아민, 히스타민 등), 저렴한 고열량 인스턴트 음식, 비만을 유발하는 환경, 유전적 소인 등이 비만을 만든다. 

-유전적 영향은 없나?
비만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이 상호작용해 발생한다. 특정 유전자 손상이나 유전자 수용체 문제만으로 비만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멘델 법칙에 따라 대대로 비만 유전자가 대물림되는 것도 아니다. 비만은 여러 가지 유전적 소인과 환경이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부모가 모두 비만이라면 아이의 비만 확률은 70~80%이고, 한 명만 비만이라면 비만 확률은 40%다. 부모가 비만이 아니라면 비만 확률은 7%에 불과하다.

-비만은 정신질환과도 관련이 있나?
전후관계가 애매하다. 틱 같은 행동장애가 있을 때 먹는 약이 비만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또 우울증 등 정서장애가 있다면 비만이 될 수 있다. 폭식을 하는 식이장애를 갖고 있다면 역시 비만의 원인이 된다. 비만 환자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는 15~60%까지 보고되고 있을 만큼 둘은 관련이 있다. 고도비만으로 수술 받는 환자의 경우에는 30%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 ‘위고비’ ‘젭바운드’ 등 비만 신약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들 약은 GLP-1호르몬 유사체 성분인데, 이를 투약하면 체중 감량 효과를 낸다. GLP-1 호르몬은 소장 끝부분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 소장 끝에 음식이 도달하면 쏟아져 나와 식후 혈당을 감소시키고 포만 호르몬이 나오게 해 음식을 그만 먹게 한다. 그렇지만 약은 어디까지나 보조요법이다. 약을 끊으면 체중이 다시 증가한다. 위고비의 경우 임상시험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20주까지 체중의 10.6%까지 감량했으나, 이후 68주까지 치료를 지속한 그룹은 추가로 7.9% 감량됐고, 위약으로 전환한 그룹은 6.9% 증량됐다. 개선되고 있던 고혈압 또한 체중 증가와 함께 다시 악화됐다. 약을 끊으면 요요가 오는 경향을 확인한 것이다. 위고비 투약 종결 1년 후를 추적한 연구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감량되었던 체중의 2/3가 다시 증가했다. 연구팀은 지속적인 주사 치료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치료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은 데다가 구역, 구토, 위장운동 장애 같은 부작용이 흔히 따라다닌다. 췌장염, 갑상선수질암 등 위험도 있다. 비수술적 체중 감량의 기본은 ‘식이조절과 운동’이며, 약물 치료는 이를 바탕으로 한 체중 감량 ‘보조 요법’이며, ‘치료제’가 아니다. 

-비만대사수술은 2019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수술 대상자와 효과에 대해 설명해달라? 
수술 대상 환자는 ▲BMI 35 이상 고도비만 환자이고 ▲BMI 30 이상이면서 당뇨병·고혈압·수면무호흡증·지방간·위식도역류질환 같은 합병증이 있는 사람이다. 비만대사수술은 2019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술 비의 20%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효과는 한국에서 주로 시행되는 위소매절제술과 루와이위우회술 기준으로, 수술 후 3개월에 체중의 20% 감량, 1년 후에 30% 감량 효과를 보이고 있다. 장기적으로도 감량된 체중을 유지한다. 고도비만으로 인해 동반됐던 당뇨병, 위식도역류질환, 지방간 등도 모두 좋아진다. 실제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술 후 삶의 질 개선이 95%에서 이뤄졌으며 5년 내 사망률 감소도 89%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오해 때문에 수술 장벽이 높아 2019년 기준 국내 비만대사수술 환자의 0.17%(2500 여 건)만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거의 안 받는 건 다른나라도 마찬가지다. 2018년 기준 국제적으로 수술 대상자의 1.5% 가량이 수술을 받았고, 비만대사수술이 활발하다고 알려진 미국의 경우에도 대상자의 2%만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왜 안 받을까?  
비만에 대한 오해가 심하다. 아직도 비만을 게을러서, 의지가 약해서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비만은 질병 코드가 부여된 ‘질병’이며, 본인이 의지로 해결하거나 생활습관 바꿔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몸에는 체중 조절 항상성이 작동을 한다. 사람마다 ‘세트포인트’ 값이 다르다. 어렵게 체중을 감소시켜 놓아도 시간 지나면 거의 대부분이 원래 체중으로 돌아간다. 체중 감량을 하면 우리 몸은 손상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방어기전으로 호르몬 등 내분비 기능이 달라진다. 원래 체중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뇌하고 장에서 호르몬들이 한마디로 '난리'다. 비만은 의지나 생각과 관련 있는 전두엽의 영역이 아니라, 본능과 관련있는 뇌하수체의 영역인 것이다. 심장을 잠깐 빨리 뛰게 할 수 없는 것처럼 호르몬에도 의지와 의식이 관여할 수 없다. 
비만대사수술 방법/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비만대사수술에 대해 소개해 달라?
현재 국내에서는 위소매절제술과 루와이위우회술을 주로 한다. 신해철 사망으로 유명해진 위밴드 수술은 합병증이 너무 심해 시장에서 거의 퇴출당했다. 비만대사수술은 위소매절제술이 68% 를 차지하고, 루아이위우회술이 9.5%를 차지하고 있다.

위소매절제술은 위장의 볼록하게 나온 부분인 대만부를 절제해서 남은 위장 용적을 80~100cc로 만드는 수술이다. 위 대만부를 잘라내면서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 그렐린의 분비가 안된다. 장기적인 영양소 결핍 빈도가 낮고 수술 관련 합병증 발생 빈도가 낮은 장점이 있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체중 감량 효과는 루아이위우회술과 비교해 약간 떨어진다. 

루아이위우회술은 위장의 상부를 30cc 정도의 주머니 모양으로 만들고, 이 주머니 부분을 소장과 연결한다. 남은 위와 십이지장에는 음식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음식물을 적게 먹을 수 밖에 없고 흡수가 제한된다. 이 수술은 당뇨병 '관해(증상이 없어진 상태)' 효과까지 있다. 고도비만 환자의 대다수는 당뇨병도 함께 가지고 있는데, 수술로 고도비만과 당뇨병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비타민 B12, 비타민 D 흡수 부족으로 빈혈, 골다공증 위험이 있다. 

두 가지 수술 선택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2형 당뇨병 치료에 1차 목적이 있을 때에는 루아이위우회술을 선택한다. 다만 루아이위우회술은 평소 담배를 피는 사람은 위장 출혈이 잘되는 경향이 있어 금연이 어려운 경우에는 위소매절제술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수술은 둘다 주로 복강경을 통해 이뤄진다. 수술 시간은 위소매절제술이 1시간에서 1시간 반 이내로 걸리고 루아이위우회술은 2시간 이내로 걸린다. 평균 재원 일수는 5.9일이다.

수술 목표는 체중의 30%를 감량하고 이를 평생 유지하는 것이다. 3개월까지 급격히 빠지고(-20%) 서서히 1년까지 빠진다(-10%). 그 이후로는 체중이 추가로 빠지지 않는다. 5~10년 장기데이터를 보면 루아이위우회술을 받은 경우 감량된 체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위소매절제술은 체중이 5% 내외로 약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신해철 사망 사건 이후 안전성에 우려가 있다? 
지금은 위밴드 수술은 거의 안하고 시장에서 퇴출 과정을 밟고 있다. 밴드로 위를 조이는 수술인데, 밴드가 위장에 손상을 주기 시작하면서 궤양이 나타난다. 위를 먹어들어간다고 표현한다. 수술이 간단해서 작은 병원에서 많이 해왔지만 합병증 때문에 최근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시행 빈도가 극히 낮다.

비만대사수술의 안전성은 입증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2019~2022년)를 이용, 비만대사수술 7360건의 안전성을 살펴본 결과, 수술 후30일 이내 주요 합병증 발생률은 2.6% 였고, 사망률은 0.01% 였다. 이는 국제적 학술지에 발표됐던 무작위 배정 임상연구 결과(주요 합병증 비율 0.9~9.4%, 사망률 0.03~0.9%)보다 우수한 안전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수술 전후 어떤 생활을 해야 할까? 
비만대사수술은 수술만 하고 끝이 아니라 수술 전후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외과·내분비내과·정신건강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 협진과 함께, 전담 코디네이터, 영양사가 병원에 있어야 한다. 수술 후 효과 분석을 위한 수술 결과 데이터 분석 연구원도 필요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에는 비만대사수술 인증의, 내분비내과의사, 비수술적 치료 전문의 등 약 13개 과의 협진 지원 체계가 마련돼있으며, 전담 코디네이터, 전담 영양사, 수술 결과 데이터 분석 연구원 등으로 팀이 구성돼 환자를 케어하고 있다. 수술 전 환자의 체중 뿐만 아니라, 동반된 대사질환의 종류를 파악하고 식습관이나 생활패턴을 참고해 적합한 수술 방법을 선정해서 적용한다. 수술 후에는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서, 전담 영양사와 코디네이터가 단계적으로 식이요법을 알려주고 교육도 해준다. 보통 수술 후 3개월 시점의 감량된 체중이 1년 후 체중 감량 정도를 결정하는 척도가 된다. 매우 민감한 기간이기 때문에, 부족하거나 과한 체중 감량에 대해 주기적으로 면밀히 추적하고 원인을 제거하고 교정하는 조치를 시행한다. 적당한 칼로리와 영양 섭취, 운동 등이 포함된다. 체중 변화가 적정한 평균 감량 곡선을 따라가는지, 제2형 당뇨병 등의 대사질환이 잘 개선되고 있는지 등의 여부를 모니터하고, 주기적인 혈액 검사와 영상의학 검사를 일정 기간 동안 병행하게 된다. 목표치에 도달하는지 평가하는 종착역은 수술 후 1년 이다. 식사는 처음에는 미음을 먹다 죽, 일반 식사를 하는데 일반 식사를 하기까지 6주에서 8주가 걸린다.

-현재 고도비만인 환자들에게 한 말씀 
빨리 용기 내서 수술을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고도비만은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라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 2019년 비만대사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됐을 때 당시 학회에서 낸 의견이 거의 다 받아들여졌고, 정부에서는 고도비만의 심각성을 인지한 바, 비만대사수술의 건강보험 적용도 빨리 이뤄졌다. 그런데 안전한 수술임에도 유명 연예인의 위밴드 수술 후 사망에 따라 아주 위험한 수술이란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이런 두려움이 수술 장벽을 높이고 있다. 또한 ‘비만은 의지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다. 아직도 고도비만을 수술로 해결한다고 하면 모자란 인간 취급을 한다. 고도비만은 치료가 필요한 병이고, 제 때 치료를 안하면 건강은 물론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진다. 최근에는 비만 신약이 마치 비만 치료의 '게임체인저'가 된 것처럼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데, 보조적 요법일 뿐이다.

고도비만 환자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진료실에서 가족 전체가 대성통곡을 한다. 환자는 죽을 결심으로 수술을 받는다. 그런데 나는 이들이 5~10년 전에 수술을 받았더라면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라는 생각에 안타깝다. 고도비만은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 안수민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안수민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연세의대 외과학교실 교수이자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장이다. 2006년까지 소아외과 수술을 해오다가, 수술로 고도비만과 당뇨병이 동시에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구논문을 보고 무작정 휴직을 하고 미국에 갔다. 미국 코넬대에서 미국 비만대사수술 권위자에게 수련을 받았다. 당시에는 비만대사수술이 국내에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미국에 남을까도 생각했지만, 한국에도 2009년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가 발족하는 등 고도비만 환자를 위한 수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와서 강남세브란스병원에 고도비만 치료 시스템을 만들고 팀도 구성했다. 이후 비만대사수술의 건강보험 급여화 작업에 참여했다. 2020년에는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회장을 역임했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대사수술 효과 연구, 청소년 고도비만의 수술적 치료 효과 연구 등을 했다. 고도비만 수술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환자들과 소통하고자 유튜브 '강남세브란스 비만대사수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