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마저 가격 뛴다"…농장 전멸시키는 '파나마병' 악몽
과일 물가가 치솟으면서 비교적 저렴한 수입 과일인 바나나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바나나의 물가 전망 역시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기후변화의 여파로 바나나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11~14일(현지시각)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4차 ‘세계 바나나 포럼’(WBF)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기후변화였다. FAO는 “바나나 생산자들은 기후 변화라는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점점 더 빈번해지는 가뭄과 홍수,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들은 전 세계 바나나 무역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 생산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바나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생산되고, 거래되고, 소비되는 과일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1000개 이상의 바나나 품종이 생산되며, 수출액은 연간 100억 달러(13조 4600억 원)에 이른다.
바나나 가격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2004년 2월에 t(톤)당 497달러(66만 9000원)였던 세계 바나나 가격은 지난 2월에는 1579달러(212만 5000원)로 20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기후변화로 질병 더 빠르게 전파…가격 오를 것”
호주와 아시아에서 시작된 이 곰팡이 감염병은 현재 아프리카와 남미까지 확산돼 바나나 농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바나나는 파나마병에 취약하기 때문에 한 번 걸리면 농장의 모든 수확량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피해가 크다.
포럼에 참여한 파스칼 리우 FAO 수석 경제학자는 BBC와 인터뷰에서 “이 곰팡이 포자는 매우 저항력이 강하고 홍수나 강한 바람에 의해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날씨 패턴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질병을 전파할 것”이라며 “공급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바나나 가격은 앞으로도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특히 바나나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캐번디시 품종은 이 질병에 취약하다. 한때 파나마병의 확산으로 바나나 멸종설이 돌 정도였다. 쿠 동유 FAO 사무총장도 “품종 다양화가 바나나 무역의 미래를 보장하는 핵심 전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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