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반칙과 인과응보는 상관관계가 있을까

2024. 3. 2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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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는 사람은 누구나 차가 밀리는 시간에 이런 경험을 할 것이다.

엄연히 반칙이지만, 이런 사람들은 대개 능숙한 운전기술로 포장하거나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며 손쉽게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난다.

이런 사회에서 스스로 반칙과 인과응보의 상관관계를 높이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적임자라며 나선 자들을 위한 무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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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는 사람은 누구나 차가 밀리는 시간에 이런 경험을 할 것이다. 좌회전하기 위해 보통 대여섯 번 신호를 기다려야 하는 곳에서 신호 한 번 만에 좌회전에 성공하고 의기양양하게 쏜살같이 달려나가는 차를 보는 경험. 직진 차선을 달리다가 길게 늘어선 좌회전 차선 앞부분에서 순식간에 끼어들어 달려나가는 것이다. 엄연히 반칙이지만, 이런 사람들은 대개 능숙한 운전기술로 포장하거나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며 손쉽게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난다. 문제는 현실에서 인과응보는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런 사람이 더 잘산다.

2000년에 개봉한 영화 중에 ‘반칙왕’이 있다. 주인공 임대호는 소심한 은행원이다. 그는 실적 부진과 이를 핑계로 한 부지점장의 괴롭힘에 괴로워하며 삶에 흥미를 잃어간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방문한 체육관에서 ‘반칙왕’ 울트라 타이거마스크의 사진을 보고 프로레슬링에 흥미를 느껴 무작정 관장에게 레슬링을 배우겠다고 선언한다. 그는 관장 딸의 엄격한 지도하에 매일 고되게 훈련하며 반칙을 통해 승리를 쟁취하는 레슬링 기술을 익힌다. 그렇게 그는 각본에 따라 대결하는 프로레슬링 세계에 타이거마스크를 쓰고 데뷔해서 ‘반칙왕’이라는 별명까지 얻는다.

영화 ‘반칙왕’의 결론은 인과응보에 가깝다. 반칙왕 임대호는 마침내 당대 최강자 유비호와 대결한다. 각본상으로는 반칙왕 임대호가 비참하게 패배하여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도록 되어 있다. 임대호는 유비호의 ‘파워 빔’이라는 필살기를 맞고 쓰러진다. 각본에 의하면 그렇게 끝나야 하는데, 임대호가 각성하고 각본을 무시한 채 진심으로 유비호에 맞선다. 그러나 그는 마스크까지 벗겨져 얼굴이 공개되고, 유비호의 피니쉬 기술을 맞고 패배한다. 그리고 자신을 괴롭힌 부지점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달려가지만,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지며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의 실제 모델은 전 프로레슬러 백종호라고 한다. 백종호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활동했다. 그는 상대방을 괴롭히는 다양한 반칙 기술로 유명해서 별명이 ‘반칙왕’이었다. 그는 실제로 지금은 사라진 한일은행의 은행원이었는데, 당대 최고의 프로레슬러였던 김일의 예금을 예치하기 위해 프로레슬러가 됐고, 결국 김일의 수제자까지 되었다고 한다.

과연 현실에서 반칙과 인과응보는 상관관계가 있을까. 우리는 걸리지만 않는다면, 또는 교묘하게 걸리지 않으면서 반칙을 일삼는 자가 더 잘사는 사회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반칙과 인과응보의 상관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나 드라마에 열광하면서 그 불공정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사회에서 스스로 반칙과 인과응보의 상관관계를 높이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적임자라며 나선 자들을 위한 무대가 열렸다. 각 당내에서 경쟁자에 맞서 승리하기 위해서 무슨 짓인들 했을 그들은 이제 다른 당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또 무슨 짓이라도 할 것이다. 그 무슨 짓이 부디 반칙이 아니길. 이번 무대에서는 반칙과 인과응보의 상관관계가 반드시 증명되기를. 반칙으로 끼어드는 운전자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기를. 그래서 세상이 조금은 더 공정해지기를. 이를 확인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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