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은평중앙교회, 어려운 이웃 위해 ‘나눔 냉장고’ 설치…고물가 시대 인기 ‘짱’

정홍준 2024. 3. 2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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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나눔한마당’ 행사엔 200여 명 북적…교회를 바라보는 시선 달라져 복음전파, 전도효과 톡톡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이웃을 위해 부산 은평중앙교회(강안실 목사)가 설치·운영하고 있는 ‘나눔 냉장고’ 앞에서 이웃 주민들이 줄지어 필요한 양식을 담고 있다.

“쌀은 1인당 1개씩, 어묵은 나눠주는 대로 받아가세요.”
양복차림의 멋쟁이 신사 한 분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힘껏 소리친다. 교회 앞마당을 누비며 골고루 잘 분배되는지 점검하고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며 이웃 어르신께는 안부를 묻는다. 행사장 여기저기를 감독하는 그는 부산기독교총연합회장이며 부산 은평중앙교회 강안실 담임목사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강 목사의 이런 외침에 신바람이나 시장바구니에 쌀과 어묵 등을 받아 넣으며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넨다. 신발과 의류코너는 몸과 발에 잘 맞는지 이리저리 대보고 신어보고 마치 동네 장터에 온 것처럼 시끌벅적했다.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지만 그 만족 속에는 안도의 표정도 역력했다.

지난 20일 부산 은평중앙교회(강안실 목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소득층, 독거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사랑의 쌀, 신발, 마스크, 어묵, 의류 나눔 한마당’ 행사를 열었다. 모든 물품을 무료로 나눠주는 현장에는 200여 명의 이웃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르신들에게는 아직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지만 마음만큼은 후끈 달아올랐다.

부산 은평중앙교회 강안실 목사가 ‘나눔 한마당’ 행사에 앞서 참석한 이웃 어르신과 시온직업재활시설 장애인에게 “교회 잘 오셨습니다. 건강하세요”라며 감사 인사말과 함께 복음을 전하고 있다.

강 목사는 20일 오전 교회 예배당에 모인 이웃들에게 기도와 안부 인사를 드렸다. 강 목사는 “교회 오신 것을 환영한다. 공평하게 나눠 가져가고 건강하시길 바란다”며 간접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했다. 부산 사하구청 이갑준 구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런 좋은 행사를 마련해준 은평중앙교회 성도님들과 강안실 목사님께 감사드리며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갑준 부산 사하구청장이 지난 20일 부산 은평중앙교회에서 열린 ‘나눔 한마당’ 행사에 앞서 참석한 주민들에게 “행사를 마련해준 은평중앙교회에 감사드리며 여기계신 모든 분들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부산 사하구 시온직업재활시설 장애인 21명이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 높였고 이들의 얼굴엔 만족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목승훈(30)군은 “작업하다가 여기오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쌀과 어묵 그리고 좋은 옷과 신발을 무료로 줘 너무 좋다. 가족들에게 나눠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기만(91) 어르신은 “교회가면 공짜로 다 준다고 해 친구들 데리고 왔다”며 은근히 인맥을 자랑했고 김연자(81) 어르신은 카트에 한가득 싣고는 “교회에서 이런 행사를 하니 너무 좋다. 가져가서 친구들이랑 나눌 거다”라고 말해 또 다른 기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볼 수 있었다. 고물가 시대에 장보기가 겁이 나는 어르신들은 “교회에서 이런 나눔 행사를 해 너무 좋고 삶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이웃을 섬기고 나눔을 실천하는 교회가 우리 동네에 있어 너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구청장은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다문화가정, 장애인이 다른 구에 비해 많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은평중앙교회가 앞장서서 섬김의 본을 보여줘 너무 감사하다. 우리 사하구도 이런 교회활동에 대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지원된 어묵은 부산 사하구 어묵사업단 소속 6개 회사에서 소외계층을 위해 매주 3~4박스씩 보내준다. 신발은 경남 양산시 ㈜경풍에서 약 700켤레를 지원했으며 의류는 사랑의 쌀 나눔 재단에서 200여벌 기증했다. 쌀은 대한제강㈜와 자체후원자가 300만 원(5㎏ 300개)을 후원했으며 마스크는 네오메드 회사에서 3000개를 기증했다.

이웃들이 만족할 만큼 쓸어 담아간 현장을 둘러본 강 목사는 “교회를 개척할 때 상상할 수 없는 슬로건을 걸었다. ‘1천 곳에 선교구제하자’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말대로 됐다. 구제의 일은 하나님의 일이다”며 “2009년부터 시작한 반찬 나눔도 너무 어려워 문 닫을 형편이 많았지만 하나님의 일이어서 쉬지 않고 지금까지 해왔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밝혔다.

부산 은평중앙교회(강안실 목사)는 지난 20일 교회 앞마당에서 ‘사랑의 쌀, 신발, 마스크, 어묵, 의류 나눔 한마당’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 중 강안실(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목사와 이갑준(앞줄 오른쪽 네 번째) 부산 사하구청장이 이웃주민과 부산시온직업재활시설 장애인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교회는 경제적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지역 이웃을 위해 ‘나눔 냉장고’도 설치·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반찬과 과일 등 식재료를 가득 채워놓는다. 이렇게 설치해 놓은 초창기에는 밑반찬과 음식재료 등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는 소문에 삼삼오오 찾아와 싹쓸이해가는 바람에 끼니를 걱정하는 계층이 가져가지 못하는 아쉬운 현상이 발생했다. 지금은 교인들이 나눔 냉장고 지킴이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어 이웃들이 공평하게 가겨갈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강 목사는 “고물가 시대에 교회가 이웃과 주민들에게 예수그리스도의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므로 이들이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웃사랑 실천이 곧 복음이고 전도다”라고 자신 있게 밝혔다.

부산=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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