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우 “연극은 외롭지만 배우로서 살아있는 느낌 줘요”

장지영 2024. 3. 2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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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의 몰리나 역으로 새로운 연기 도전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몰리나 역을 맡은 배우 정일우. (c)스튜디오252

배우 정일우는 2006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해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등을 통해 청춘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동안 다양한 드라마에서 활약한 그도 어느덧 데뷔 20년 차를 바라보는 배우가 됐다. 그가 요즘 대학로에서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3월 31일 예그린씨어터)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그의 연극 출연은 2010년 ‘뷰티풀 선데이, 2019년 ‘엘리펀트 송’에 이어 세 번째다. 공교롭게도 그는 세 작품에서 모두 성소수자 역할을 맡았다.

정일우는 최근 대학로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연극 장르는 배우로서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긴장감, 관객과의 소통이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라면서 “‘엘리펀트 송’ 이후 종종 연극 캐스팅 제안이 들어오지만, 아쉽게도 늘 드라마 일정과 겹쳤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출연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아르헨티나 작가 마누엘 푸익이 1976년 집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현실 도피적인 동성애자 몰리나와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정치범 발렌틴이 감옥에서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2인극이다. 1983년 푸익이 자신의 소설을 직접 연극으로 각색해 초연한 이후 영화와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국내에선 2011년 초연 이후 네 번째 시즌이다. 정일우는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는 몰리나 역으로 출연 중이다.

정일우는 “‘거미여인의 키스’ 몰리나 역을 제안받은 뒤 평소 친하게 지내는 배우 정문성 형과 이야기를 나눴다. 형은 이 작품의 앞선 시즌에서 발렌틴 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형이 ‘너랑 (역할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격려해줬다”면서 “나 역시 이렇게 파격적으로 연기 변신하는 작품은 그동안 없었기 때문에 어려워도 꼭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몰리나 역을 소화하기 위해 정일우는 다양한 노력을 했다. 원작 소설을 읽는가 하면 몰리나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 ‘패왕별희‘와 ‘대니쉬 걸’을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운동으로 6㎏을 감량해 외적으로도 몰리나를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몰리나 역을 맡은 배우 정일우. (c)스튜디오252

그는 “몰리나는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유리알처럼 깨질 것 같은 유약함과 섬세함을 가진 캐릭터”라면서 “목소리를 하이톤으로 내고 걸음걸이나 제스처를 조심스럽게 하는 방식으로 몰리나의 섬세함을 표현하려고 한다. 다만 억지스럽게 여성스러움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나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출연을 결심하도록 만든 ‘거미여인의 키스’의 매력은 접점이 없는 두 인물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그는 “사실 처음엔 두 사람이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가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연습 과정을 계속 거치고 나서야 캐릭터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발렌틴에 대한 몰리나의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을 넘어선 다른 차원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에 헌신적이고 자신을 희생한다는 점에서 모성애 같은 사랑이다”고 강조했다.

다만 드라마와 달리 같은 내용을 두 달 넘게 반복해서 연기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는 “20회 차쯤 됐을 때 고비가 왔다. 내가 지금 가짜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그저 반사적으로 연기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 그럴 땐 연기에도 100% 집중이 잘 안 돼 괴로웠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다시 대본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다잡는 것 외엔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이런 외로운 과정을 거치면서 배우로서 성장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토록 연극에 진심인 것은 그의 연기의 출발점이 연극이기 때문이다. 그는 고등학교 연극부에서 활동하며 배우의 꿈을 꾸게 됐다. 그는 “연극만큼 깊이 있게 캐릭터를 다루는 장르가 드물다고 생각한다. 연극은 너무도 외로운 나와의 싸움이지만 배우로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연극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싶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셰익스피어 등 고전에도 출연하고 싶다. 언젠가 리처드 3세 같은 강렬한 역할을 연기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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