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압수 당했는데 삭제한 파일, 카톡도 복원되나요?

2024. 3. 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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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 변호사의 쫄지 마 압수수색(1)]
압수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근거해 진행된다. 수사기관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집행한다. 당사자는 기습적인 압수수색으로 당황하고 위축된다. 형사소송법은 당사자가 영장을 제시받는 단계부터 압수물을 돌려받는 단계까지 당사자의 권리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권리를 잘 알지 못한다. 이 글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압수수색을 피하는 방법에 관한 글이 아니다. 법에 규정된 당사자의 권리를 알려줘 수사기관과 당사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제대로 된 수사와 방어를 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수사기관은 범죄와 관련된 증거물을 찾기 위해 압수·수색을 합니다. 압수·수색은 컴퓨터, USB, 서류 등 모든 물건이 대상이 됩니다. 그 중 핵심은 정보가 많은 휴대전화입니다. 특히 휴대전화에 남아있거나 삭제된 파일 또는 메시지는 범죄 증거의 주요한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기관이나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람 모두 삭제된 휴대전화 파일 등의 복원 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지요.

휴대전화에서 삭제된 파일이나 메시지는 복원이 될까요. 아쉽게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사진 파일 등은 휴대전화에 단일한 파일로 저장되지 않습니다. 조각조각 난 정보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저장됩니다. 이 때문에 삭제된 파일을 복원하게 되면, 이 파일은 현재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정보와 삭제된 정보를 참조하여 재구성한 형태로 나오게 됩니다.

결국 복원한 파일은 원래의 파일이 그대로 복원돼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파일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서는 각 데이터가 저장된 영역들을 개별적으로 확인해 증명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즉 여러 장소에 흩어진 파일 조각을 모아서 복원을 하다 보니, 전체 복원이 안되고 일부만 복원되거나, 복원을 했으나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기 힘든 파일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디지털 기기에 정보가 저장되고 삭제될 때 저장되는 정보의 특성도 파일이나 메시지 복원을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는 모든 정보를 0과 1의 형태로 저장을 합니다. 우리는 특정한 내용을 문자를 사용하여 적지만 컴퓨터 등은 이를 0과 1을 나열한 형태로 기록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기록된 정보는 사용자가 삭제를 한다고 해도 휴대전화 내부에서 곧바로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메시지는 ①메시지가 어떠한 것인지를 나타내는 정보 ②실제 메시지 내용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메시지 정보는 메시지의 제목이나 시간 등 다른 메시지와 구별되는 특징적인 정보라고 할 수 있고, 메시지 내용은 말 그대로 내용입니다.

메시지를 받으면, [정보 : 문자 1] + [내용 : 10101010101010] 등 2가지로 구분돼 저장됩니다. 이렇게 저장이 된 후 메시지 삭제 버튼을 누르게 되면 정보와 내용이 모두 삭제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정보] 부분이 삭제됩니다. 실제 [내용] 인 ‘10101010101010’은 휴대전화 저장장치에 남아있는 것입니다.

즉 삭제버튼을 누르면 [정보]가 삭제되고 [내용]은 남아있는 상태가 되는데, 이 때 휴대전화에서 [내용]을 검색해도 [내용]에 대한 [정보]가 삭제된 상태이므로 확인이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내용]은 남아있지만, 그 내용을 찾아가는 ‘주소’가 사라진 상황이므로 검색이나 확인이 어려운 것입니다. 그런데 디지털포렌식을 하게 되면, [내용]은 남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복원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삭제를 해도 항상 [내용]이 복원되는 것일까요. [내용]이 남아있더라도 다른 [내용]이 저장이 된다면, 결국 기존 [내용] 위에 다른 내용이 덮어씌워집니다. 이 경우 기존 [내용]은 완전하게 지워지고 디지털 포렌직으로도 축출이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휴대전화에서 삭제 버튼을 눌렀다고 파일이나 카카오톡 메시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내용이 덧씌워지기 전까지는 휴대전화에 그대로 남아있고, 이 부분을 다시 살리는 것이 포렌식을 통한 복구(복원) 절차입니다. 범죄와 관련된 내용을 삭제했어도 완전하게 덮어 씌워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포렌식 과정에서 복구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휴대전화의 삭제된 파일이나 메시지가 복원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디지털 포렌식도 한계가 있는 법이지요.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LKB & Patners 형사대응팀/디지털포렌식팀. 이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대법원 국선변호인,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연계 조기조정위원 등으로 활동. 모르면 호구되는 최소한의 법률상식(2020, 원앤원북스), 생활법률 히어로(2017, 넘버나인) 등을 출간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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