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자 이광재의 자신감 "유권자들 멘트가 달라졌다"
[류승연, 이정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분당갑 예비후보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분당갑 예비후보가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 이정민 |
지난 20일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경기 분당갑 후보와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분명 '최신판'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에 뒤지고 있었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2~13일 경기 분당갑 거주자 50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 후보와 안 후보 지지율은 각각 40%, 46%로 6%p 차이가 났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자신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말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이날 오후 이 후보가 안 후보의 지지율을 역전한, 새 여론조사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KBC광주방송·UPI뉴스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16일~17일 분당갑 거주자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 후보의 지지율은 48%를 기록해 안 후보(44.8%)를 따돌렸다. 두 조사 모두 오차범위(±4.4%P) 내였지만 이 후보의 얼굴엔 진한 웃음기가 배어났다.
그는 이날 오후 1시 50분께 분당 서현초등학교 앞에서 유세를 벌이다 다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이 후보는 "지지율 역전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유권자들과 악수를 해보면 안다"고 말했다.
"처음 유세 현장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요. (유권자들의) '멘트'가 바뀌고 있어요. 처음에는 '나와줘서 고맙습니다'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 '꼭 당선되세요, 이겨야 해요'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국회의원) 되시면 잘 해야 돼요'라는 말을 들어요. 전반적으로 확실히 상승세예요."
▲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분당갑 예비후보가 2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초등학교 앞에서 하교하는 초등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 이정민 |
그런데 22대 총선에서는 출마지를 바꿨다. 이렇다 할 연고가 없는 '경기도'에,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계 후보를 배출한 적이 단 한 번뿐인 '분당갑' 지역구를 선택했다. 더구나 지역구인 판교에는 굵직한 IT기업들이 대거 위치해 있는데, 경쟁 상대는 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안철수 후보다. 이 후보가 경기도 분당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 후보를 향한 '민심'은 어떨까?
<오마이뉴스>는 20일 오전 이 후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뒤 오후 유세에 동행했다.
- 지난 4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금배지 쉽게 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떠올라 분당갑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산업화, 민주화 이후에 길을 잃은 것 같아서다. 실은 나조차 '국가주의자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반성도 많이 했다. 내가 진보쪽에 몸담고 있기는 하지만 국가가 잘 살면, 국민들도 잘 살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산업화의 성과마저 무너지고 있다. 한국은 잘 사는 나라가 됐는데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22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삶의 질은 경제협력기구(OECD) 38개국 중 36위이다. 그동안 진보진영에서는 강력한 경제 성장을 얘기하는 게 '터부'시 됐었지만, 이젠 강력한 경제 성장이 없으면 나라에 미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 나라는 잘 살게 됐는데 국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데 문제의식을 느꼈다?
"맞다. 특히 몇 년에 걸쳐 부동산과 저출생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다보니 결국은 국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가 '집'과 '교육'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제 성장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그 핵심은 일자리라고 봤다. 그 모델을 판교에서 만들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일자리, 주거, 교육, 의료, 노후 생활에 대한 새로운 모델 말이다."
- 왜 판교인가?
"분당은 벌써 30년 전 생겨난 도시라 재건축 문제가 화두다. 교육에 대한 열망이 높을 뿐더러 판교도 점점 커지고 있다. 판교의 1년 지역내총생산(GRDP)이 175조 원 가량이다. 부산과 인천이 104조 원쯤 되니 약 1.7배 더 많은 셈이다. 노인들의 주거 문제도 있고, 코로나를 겪으면서 재택근무가 늘어나 '공간 혁명'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일과 주거, 교육과 문화가 하나의 패키지가 되는 미래 도시가 판교에서 나올 때가 됐다."
- '빛(광재)'으로 '철(철수)'를 녹이겠다며 스스로 분당갑 선거를 '광철대전'이라고도 표현하고 있다. 판세를 어떻게 보고 있나? 또 안 후보를 이기기 위한 전략은?
"상승 추세가 틀림없다고 본다. 선거에서 이기는 비결은 '진심'이라고 본다. 가령 분당에서는 재건축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시범적으로 그곳에 들어가 살아보는 것이다. 내가 경조사를 다니지 않고 마을에 전문가들만 데리고 다닐 때 모두가 '그러다 낙선한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국민들은 진심을 알아줬다. 두 번째는 실적이다."
-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판교가 원하는 건 교통과 교육, 재건축 문제를 해결하는 거다. 관련해 기존에 내가 이룬 성과가 많다. 국정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실용주의자가 일을 잘하지 않겠나. 청와대 생활을 하면 국가 전체를, 도지사를 하면 도시와 농촌을 살폈다. 또 국회 사무총장을 하니까 각종 입법 과정과 정치 흐름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문제 해결 능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리라 생각한다."
▲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분당갑 예비후보가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 이정민 |
이 후보를 가리키는 또다른 별명 중 하나는 '노무현의 오른팔'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국정상황실장도 역임했다. 이 후보의 정치 인생 전체가 노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이날 <오마이뉴스>가 찾은 이 후보의 선거 캠프 가장 안쪽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보낸 개소식 축화 화분이 놓여 있었다. 화분에는 '새로운 노무현'이라는 여섯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 후보는 이날 인터뷰 진행 과정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정권심판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노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되새겼다.
-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윤석열 정권 심판 선거'로 규정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정권 심판론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정권이 3년차인데 나는 이 정부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예측 가능성이 없고 즉흥적인 데다 기본적으로 계획이 없다. 그런 모습이 노동개혁과 연금개혁, 교육개혁을 통해 나타나지 않았나."
- 왜 그렇다고 보나.
"일단 주제는 잘 잡았는데, 내용이 없다. 또 전 정권을 때려잡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15주를 빼고 매주 압수수색을 했다고 지적했다. 집권을 했으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과거 문제에만 머무르고 있다.
과거 내가 노무현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이었을 때 전 정권에 대한 수사가 들어왔었다.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를 드렸더니 '과거 정부 이슈만 찾다보면 앞으로 못 나간다. 중대 범죄가 아니고서야 지난 정권 (실책) 뒤지다가는 아무 일도 못 한다'고 말씀하셨다. 맞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자기 계획이 없다 보니 지난 정권의 실정만 캐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념 지향적'이라는 것도 문제다."
- 무슨 뜻인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수준이다. 가령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졸업생을 대통령 경호원들이 행사장 안에서, 졸업생복을 입고 있다가 '입틀막' 해 나가지 않았나. 그건 1980년대나 가능했던 이야기다. 너무 퇴행적이다. 우리 국민들은 전지전능한 대통령을 원하는 게 아니다.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미안하다고 하고 고쳐나가는 대통령을 원한다. 그게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인 건데, 윤 대통령은 그걸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
무엇보다 나는 이 정부가 국민을 피의자 대하듯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책을 만들어도 국민들의 수용도가 높아야 정책이 된다. 피의자 대하듯 압박해서는 정책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교육 개혁, 좋다. 그런데 갑자기 '킬러 문항' 이야기가 나오더니 '수사해서 잡아들여라'는 식 아니었나. 노동개혁도 노조의 '불법행위'가 문제가 되니 이를 잡아들여라, 연구개발(R&D)을 놓고도 '카르텔이 있다'고 잡아들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 줄 아는가. 전 세계 중에 한 세기 만에 4.19혁명과 6월 항쟁을 국민들이 일으킨 나라가 없다. 국민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해야 한다."
- 분당갑은 민주당의 전통적 험지다. 이곳에서도 정권심판론이 느껴지는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많은 것 같다. 윤 대통령이 좀 더 국민들과 소통하고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자)되는 것 같다. 최근에는 정권 심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고 그보다 약한 경우라도 최소 '중간 평가는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의견이 많다. 지지자분들 중에는 내가 노 전 대통령과 함께했기 때문에 애정을 갖는 분들도 정말 많다.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후에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준말)가 여러 갈래로 흩어졌었는데 최근에 분당에서 노사모가 뭉치고 있다. 친문, 친명할 것 없이 싹 모인다."
▲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분당갑 예비후보가 2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초등학교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 이정민 |
친명과 비명. 정권심판 여론에도 최근까지 민주당이 위태로웠던 건 당내 '공천 파동'에 따른 '계파 갈등' 때문이었다. '현역 하위 20%'를 통보받은 중진 의원들이 민주당을 대거 탈당하고,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들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사천' 논란을 제기하면서 계파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잦아들었지만, 여진은 여전하다. 민주당이 '막말 전력'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들이 지역구 후보로 선택됐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과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하 발언을 쏟아낸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도 포함됐다.
- 국민의힘은 최근 '수도권 위기론'에 따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문제를 정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아직 공천파동의 여파가 남아있다.
"이번 경선에서 이긴 사람들이 얼마만큼 겸손하게 처신하느냐, 또 경선에 패배한 사람들이 힘든 마음을 견디고 헌신해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경선에서 이긴 사람들은 좀 더 겸손해지길 바라고, 진 분들은 탈당하지 말고 10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20배 더 당에 노력하고, 20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40배 더 노력했으면 한다. 그러면 반드시 당원들과 국민들은 기억한다. 순간에 살지 말고 역사를 보고 승부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민주당이 이 위기의 파고를 넘길 수 있다고 본다."
-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공천을 민주당 지도부가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양 후보를 가리켜 직접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도 언급했는데.
"(양 후보가) 최근 봉화마을에 가지 않았나. 가서 진심어린 사과를 정말 했기를 바란다. 정치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에 이렇게 상처를 줘서 사람 마음을 어떻게 얻을 수 있나. 보통은 친구에게 심한 말을 하고 나면 그 친구도 상처를 받지만 본인도 마음이 불편하다. 옛날 말에 '세 치 혀가 칼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다. 좀 더 품격 있는 언어를 쓰는 게 결국은 정치로 사람의 마음을 얻을 방법이라는 교훈을 모두가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양문석 후보 사퇴 요구는 과도하다며 '돌아가신 노 대통령말고 살아있는 이재명 대표한테나 잘하라'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노코멘트하겠다."
- 민주당이 '정권심판론'을 내걸고 있지만, 민주당이 그 '적임자'인지를 놓고 의구심을 갖는 유권자들이 많다.
"먼저 알아야 할 부분이 있다. 상대를 비판하면 그 비판은 거울이 돼 나한테 돌아오게 된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영역에서는 비교적 잘하고 있다. 반면 민생 경제에서 유능하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부족하다. 물론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민주당이 영입한 건 잘한 일이다. 미래 지향적인 과학자들을 더 많이 데려와야 한다.
외교 안보 분야 전문가도 필요하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보자 연설을 보면 무지막지하다. 우리나라가 미군 주둔 비용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내는 나라인데도 미국이 손해보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 중심의 외교 정책을 폈다. 바이든을 믿고 100조 원 이상 미국에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미국이 우리 기업과 정부에 무엇을 해줬나. 외교, 안보 불안 속에 나라가 무엇을 해야 할지 민주당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 어떤 대안이 있을까?
"가장 먼저 권력기관의 정치 중립화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감사원이 정치 감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세무조사를 하더라도, 세무서 직원들이 회사로 들이닥치는 건 옛날 방식이다. '배임죄'도 없애야 한다. 회사에 손해를 끼칠 목적이 있었던 사람을 처벌하자는 취지인데, 배임죄가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거의 없다. 배임죄를 없애고 대신 주주 대표 소송 등 대안을 강화해야 한다.
마약과의 전쟁도 필요하다. 마약 문제는 상당한 공력을 투입해 국민 불안을 줄여야 할 문제다. 민주당이 주장해 왔던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에 이것을 더하면 민주당은 훨씬 수권 정당다운 모습을 갖출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기사에 언급된 한국갤럽 조사는 무선전화면접 100%로, (주)리서치뷰 조사는 무선 100% 자동응답 전화조사로 진행됐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및 리서치뷰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