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P·최대 주주 “방경만 반대”…국민연금은 “찬성”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4. 3. 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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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치닫는 KT&G 주총

차기 대표이사 사장이 결정될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KT&G가 큰 암초를 만났다. 그간 내부 출신 대표 선임에 반발해오던 행동주의펀드는 물론,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까지 KT&G 후보에 ‘공개 반대’를 천명하면서다.

KT&G 측은 반대 입장에 대해 “사실과 다른 데이터와 주장이 반영됐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례적으로 기업은행과 ISS 의견에 즉각 반박 입장문을 보낼 정도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주총 결과에 따라 초유의 경영 공백 우려도 제기된다.

‘KT&G 반대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다른 여러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가 잇따라 신임 대표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3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KT&G에 우호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가올 주총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전망되는 이유다.

KT&G 차기 사장이 최종 결정되는 3월 정기 주총 향방이 오리무중이다. 행동주의펀드 FCP에 이어 최대주주인 기업은행,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까지 이른바 ‘KT&G 반대파’ 세력이 커지면서다. 사진은 KT&G 본사 사옥과 최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결정된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KT&G 제공)
‘공개 반대’ 의사 밝힌 기업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도 ‘NO’

올해 2월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을 신임 사장 후보로 확정했다. 3월 28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동의를 얻으면 대표이사 사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사내이사인 대표뿐 아니라 KT&G 사외이사 역시 이날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KT&G 이사회는 임민규 엘엠케이컨설팅 대표를,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은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후보로 제안한 상황이다.

주총이 임박한 가운데 KT&G가 제안한 사내·사외이사 선임에 반대를 권고하는 세력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KT&G 입장에선 고민이다. 그간 꾸준히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던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반발은 예견된 일이었다. FCP는 ‘반복되는 내부 출신 인사가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올해 초부터 방경만 후보 대표 선임을 놓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FCP의 극렬 반대에도 불구하고 3월 초까지는 ‘대세에는 지장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FCP가 보유한 KT&G 지분이 0.4% 정도에 불과해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최근 KT&G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이 방 후보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은행은 지난 3월 12일 공시를 통해 기업은행이 주주제안한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찬성을, KT&G 이사회가 제안한 방경만 차기 사장과 임민규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는 모두 반대해달라고 요청했다. 방경만 후보 경영진 합류 이후 KT&G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고 최근 논란이 된 KT&G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에도 방 후보가 관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이사회 독립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반대 의사 표명에 FCP 영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FCP는 앞서 3월 5일, 기존 제안했던 이상현 FCP 대표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철회했다. 기업은행이 후보 제안한 손동환 후보에 지지표를 몰아주겠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던 기업은행이, FCP 후보 철회에 화답해 반대 의사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까지 ‘KT&G 반대파’에 합류했다. ISS는 최근 발표한 KT&G 관련 보고서에서 회사가 추천한 후보 선임 안건에 모두 반대 권고를 했다. ISS는 글로벌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 주총 안건을 분석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자문 기관이다. 외국인 지분율(44.7%)이 높은 KT&G 입장에선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ISS는 보고서에서 “KT&G가 회사 경영 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 임원을 최종 사장 후보로 선택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방경만 후보 선임에 반대할 것을 권했다. 반대로 기업은행과 FCP가 지지하는 손동환 후보에는 찬성했다.

즉각 반박 나선 KT&G

“ISS와 FCP, 공모 가능성” 반발

KT&G는 기업은행과 ISS에 즉각 반박 입장문을 보냈다. 그간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던 KT&G의 이례적인 강력 대응이다. KT&G는 입장문을 통해 “상당 부분이 잘못된 사실에 기초하고 있거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예를 들어 해외 출장은 회사 내규에 따라 정해진 횟수와 액수 내에서 진행됐고, 논란이 된 해당 출장은 내규 마련 이전인 2012년과 2014년 이슈라고 밝혔다. 사외이사 후보 결정도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회사나 이사회와 어떤 이해관계가 없는 복수 외부 전문가 의견을 반영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ISS 보고서를 놓고는 “ISS와 FCP 사이 공모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할 정도로 강도 높은 반박에 나섰다. ISS가 근거로 내세운 수치와 주장은 FCP에 일방적으로 동조한 것으로 사실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KT&G는 FCP가 최근 웨비나를 통해 밝힌 잘못된 실적이 ISS 보고서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을 들어 의문을 제기했다. FCP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KT&G가 궐련담배 수출에서 680억원 적자, 전자담배 수출은 570억원 적자를 봤다고 발표했다. 실상은 두 부문 합산 영업이익이 약 5500억원에 달했다. KT&G 관계자는 “ISS와 미팅 당시, ISS가 FCP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통지했다. 하지만 ISS는 이에 대한 어떤 고려나 응답 없이 FCP 웨비나가 종료되자마자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토로했다.

이번 ISS 권고가 그들의 기존 가이드라인에 정면 배치된다는 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KT&G 측은 “기존 ISS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은 일반적으로 대표이사 선임 건에는 반대를 권고하지 않는다. 또 회사에 반대 입장을 가진 보유 지분 5% 초과 주주가 이사 후보를 추천할 경우에는 이를 독립성 있는 후보자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대표 선임에 반대 권고를, 회사 지분 7.1%를 보유한 기업은행 추천 후보 선임에는 찬성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KT&G 주총, 어떻게 흘러갈까

반대파 몰표 나와도 방 후보 유리

물론 KT&G 반대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글래스루이스, 한국ESG연구소, 한국ESG기준원(KCGS) 등 방 후보 대표 선임 안건에 찬성을 권고하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도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21일에는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방 후보에 찬성표를 던졌다. 지분 6.6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KT&G에 힘을 실어주며 방 후보 대표 선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ISS와 양대 글로벌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루이스는 최근 자문 보고서를 통해 “KT&G 사장 후보는 약 2달에 걸쳐 선임 절차가 진행됐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선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방경만 사장 후보 공로와 전문성을 인정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국 대표 브랜드 에쎄 체인지를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회사 주주환원 정책을 주도적으로 수립하는 등 성과가 뚜렷하다는 내용이다.

대표 선임에 대한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결국 3월 28일 주총 표 대결에서 모든 것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변이 없는 한 방경만 후보가 신임 대표로 선임될 것’이고 경영 공백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FCP가 제안한 ‘통합 집중투표제’가 방경만 후보에게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집중투표제는 이사진 선임 시 주주에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주총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번 주총에서는 사내·사외이사 구분 없이 총 2명을 선임하기로 돼 있다. 현재 총 3명 후보 중 2명에게 각각 한 표씩 행사할 수도, 아니면 1명에게 몰표를 줄 수도 있다.

현재는 KT&G 이사회에서 추천한 후보가 2명(방경만, 임민규), 기업은행이 1명(손동환)이다. 반대파 몰표로 손동환 후보가 최다 득표를 하더라도, 방경만 후보자는 2위를 차지할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방 수석부사장을 비롯해 KT&G 이사회 추천 후보 2명이 모두 선임될 가능성도 없잖다”며 “최근 국내에서 교수·법조인 출신 사외이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만큼, 전문경영인 출신 사외이사로 표심이 쏠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2호 (2024.03.27~2024.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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