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선 2등급도 의대 간다? 학원·부동산 벌써 들썩인다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을 늘리면서 현재 40% 수준인 비수도권 지역인재전형을 6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에 지역 학원가와 부동산이 뜻밖의 호재로 들썩이고 있다.
22일 전국 학원과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대구 송원학원에는 최근 의대 입시를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하는 등 지역 입시 학원가에 화색이 돌고 있다. 송원학원 관계자는 “의대를 준비하는 지역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기회가 늘었다고 기뻐하고 있다”며 “재수 문의도 폭증해서 의대 입시반 정원이 45% 정도 늘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송원학원 측은 그간 학령인구 감소로 수강생이 30% 정도 줄어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중순쯤 계획하고 있는 입시설명회에도 입시생이 몰릴 것으로 기대한다.
의대생 10명 중 6명은 지역에서
지방대 의대 합격선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3학년도 입시에서 비수도권의 고3 학생 수학 1등급 수는 3346명이다. 그런데 비수도권 전체 의대 정원은 기존 2023명에서 3662명이 됐다. 수학 1등급을 받은 전체 고3 학생 수로도 비수도권 의대 총정원을 채우지 못한다. 지역 학원가에 따르면 현재 고등학교만 해당 지역에서 나오면 지역인재전형 지원이 가능한데, 오는 2028학년부터는 중·고교 6년으로 재학 기간 조건이 길어진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학부모들은 지방 유학도 고려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초등학교 자녀 둘을 키우는 학부모 안지윤(42)씨는 “아이 아빠가 대구로 발령이 나면서 주말 부부를 하고 있는데, 그간 자녀 교육 때문에 함께 내려가지 않았다”며 “의대 증원 발표를 보니 서울은 ‘0명’이더라. 수성구가 학군도 좋고 교육환경도 수준급으로 조성돼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이참에 이사를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에서도 관련 문의가 잇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구는 지난해 입주 물량이 3만5000여 가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최근 4년 새 아파트가 과잉 공급되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는 “대구는 경북대·영남대·계명대·대구가톨릭대 등 의대가 4개나 있고, 수성구 지역은 교육열도 높은 편이라서 수혜 지역이 될 수 있다”며 “대구 집값을 견인한다거나 당장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큰 장점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충청·강원도 들썩…2등급도 의대 갈까
강원 지역도 수혜가 가장 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수험생 수가 적은 데다 상위권 학생 비율도 전국과 비교해 적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종로학원에 따르면 강원도에서 2023학년도 수능 수학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97명이고, 2등급까지 합쳐도 341명이다. 지역인재로 60%(259명)를 선발하면 수학 2등급 수험생의 3분의 2가량이 지역 의대 합격권에 드는 셈이다.
지역 상권도 의대 증원을 호재로 받아들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 이후 점차 회복 중인 대학 상권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의대 정원이 76명에서 200명으로 늘어난 경남 진주시 경상국립대 인근에서 10년 가까이 주점을 운영한 조진호(35)씨는 “지금 학기 초라 경상대 앞이 학생들로 북적이는데 힘들었던 코로나19 시기 이후 가장 많은 것 같다”며 “의대 정원까지 늘어나 내년에 더 많은 사람이 찾으면 상권이 부쩍 활력을 되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의사들을 중심으로 비판도 나온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게 세종시 공무원 자식들 의대 쉽게 들어가게 하는 거 말고 무슨 의미가 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청주·대구·진주=최종권·백경서·안대훈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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