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가 여행자들로부터 사랑 받는 이유
[김연순 기자]
6박 7일 머물렀던 바르셀로나 에어비앤비 숙소를 떠나는 날이다. 중심가인 카탈루냐 광장에서 도보로 6~7분 걸리는 아파트형 숙소는 깔끔하면서도 가격도 적당했다. 근처에 카페와 식당, 마트와 쇼핑센터까지 생활하기에도 편리했다.
숙소 1층에 카페가 있는데 어쩌다 보니 머무는 내내 가 보지를 못했다. 떠나기 전 한 번은 이용해 보자 싶어 카페로 갔다. 크루아상과 꼬르따도를 주문해 아침으로 먹었다. 아침 햇살 비추는 창가에 앉아 느긋하게 먹는 빵과 커피는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이제 짐을 꾸려 나가야 한다. 방과 거실은 물론 욕실까지 깔끔하게 청소를 마쳤다(청소는 깔끔한 남편이 했다). 주인에게 연락했고 와서 보더니 놀란다. 마치 우리가 입실할 때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단다. 고맙다고 연신 찬사를 보내니 우리도 기분이 좋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에어비앤비 이용자에 대한 평가가 있는데 주인은 우리에게 최고의 평점을 주었다. 서로를 배려하며 이용하는 거 좋은 것 같다.
▲ 지붕 공사 중인 바르셀로나 대성당 |
ⓒ 김연순 |
바르셀로나 대성당은 높이 치솟은 첨탑으로 알 수 있듯이 고딕 양식의 대표적 건축물이다. 며칠 전 고딕지구 야간 투어를 하면서 설명을 들었는데,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라고 한다.
▲ 13세의 어린 나이에 순교한 에우렐리아의 석관. 바르셀로나의 시민들이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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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의 대표적 음식 중 하나인 타파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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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타파스를 먹었다. 스페인의 특별한 메뉴 타파스, 언제 또 먹을까 싶어 아쉬운 마음으로 음미하며 먹었다. 한입에 먹기엔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베어 먹는다. 그러다 보니 접시에 흘릴 수밖에 없다. 먹는 방식은 그다지 깔끔하지 않지만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의 바게트 위에 그 어떤 것을 올려 두어도 혀 끝의 미뢰는 환호를 터뜨리게 된다.
여행을 다녀온 후 가까운 지인들이 집에 오면 한동안 타파스를 들이밀었다. 여러 가지 채소들을 잘게 다지거나 소스를 버무린 참치를 얹거나 혹은 새우 같은 해산물을 바게트에 얹어 예쁜 접시에 담아내었다. 타파스의 화룡점정은 적당히 짠맛의 올리브다. 올리브를 얹은 타파스를 내어주면 사람들은 일단 환호성을 내지른다. 몇 차례 환호가 오가다 보면 먹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그리고 행복한 공기가 주변에 마구 퍼진다.
▲ 카탈루냐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호텔의 창가 |
ⓒ 김연순 |
이제 바르셀로나에서 마지막 밤을 지낼 곳으로 간다. 카탈루냐 광장에 자리 잡은 호텔로 예약했다. 체크인하는데 호텔 직원들이 환영한다며 샴페인 한 잔씩을 내민다. 샴페인 한 잔에 우리는 몽글몽글 기분이 좋아졌다. 방에서 먹어도 되는지 물었더니 가능하단다. 방으로 올라와 창가에 앉았다. 그동안 매일 오가던 카탈루냐 광장을 내려 보며 마시는 샴페인이 너무도 달콤했다. 한숨 돌리고 마지막으로 바르셀로나 시내를 누려 보기로 했다. 누리는 방법은 미술관 투어다.
▲ CCCB 광장에서 K-POP 음악을 틀어 놓고 댄스 연습 중인 소녀들 |
ⓒ 김연순 |
CCCB(Centre de Cultura Contemporània de Barcelona)에 들어서니 흰색 건물과 유리로 된 건물 앞에 작은 광장이 있다. 유리 건물 앞에는 유리를 거울삼아 청소녀들이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고 있다. 어, 그런데 어디선가 들어본 음악이다. 검색해 보니 놀랍게도 K-Pop인 아이브(IVE)의 'I AM'이란 노래다. 바르셀로나에 와서 K-Pop을 듣게 될 줄이야. 뉴스를 통해 그 위력이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고 듣기는 했는데 눈으로 직접 보니 정말 놀라웠다. 한참 동안 지켜보며 마음으로지만 그들과 함께 춤을 추었다.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 CCCB에 전시 중인 카툰 작품 |
ⓒ 김연순 |
전통적 규범을 벗어난 성별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내는 작품도 있고, 폭주하는 인간의 삶으로 인해 지구에 더 이상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미래에 대한 경고를 담은 작품도 있다. 어찌 보면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는 카툰으로 표현하며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것 같다. 강렬한 색감과 세련된 배치, 그리고 미디어를 활용한 작품들이라 그런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은 흰색의 건물로 미국의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를 맡아 1995년 완공되었다. 미술관 앞 광장이 매우 인상적인데 건물 입구까지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경사로 앞에는 한 무리의 청년들이 앉아 있고 그들은 차례대로 스케이트보드를 탄다. 빠르게 질주하며 회전하는 그들을 보며 질주에 대한 동경과 혹시나 다칠까 걱정하는 마음이 동시에 든다. 이거 분명 나이 든 사람의 마음이겠지?
▲ 람블라 거리의 초록색 조명을 입은 리세우 극장. |
ⓒ 김연순 |
밤의 바르셀로나는 갖가지 아름다운 색을 입는다. 오페라가 상영되는 람블라 거리의 리세우 극장은 밤이 되면 초록색 옷을 입는다. 바르셀로나 해변의 람블라 데 마르와 포트 벨은 보랏빛으로, 붉은빛으로 변한다. 낡고 오래된 건물을 그냥 부수는 게 아니라 유지 보수를 통해 그 건물이 가진 서사를 예술적 감각으로 녹여내는 것, 그것이 바르셀로나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바르셀로나가 여행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다.
▲ 비닐 포장 없이 진열된 과일들. |
ⓒ 김연순 |
바르셀로나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수도 없이 많지만 마트의 과일 코너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신선도를 중시하며 낱개로 비닐 포장한 과일을 많이 보아 왔다. 그러나 여기는 아니다. 어쩌다 비닐 포장된 것도 있지만 대체로 비닐 포장 없이 그저 품목별로 쌓아 놓여 있는 곳이 많다. 오히려 더 신선해 보인다. 우리나라도 '알맹상점'처럼 전국 곳곳에 제로웨이스트 상점들이 늘어나고는 있다. 더 많은 소비자들의 이용으로 빠르게 확산되면 좋겠다.
2023년 4월 5일 출국해 5월 18일 입국했다. 6주 동안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의 여러 도시들을 다니며 경험한 이야기들을 공유하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원래 여행기를 쓸 계획은 없었다. 단지 기억해 두고자 매일 밤 약간 메모를 해 두었을 뿐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그래도 뭔가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다. 그간의 메모와 찍어둔 사진을 보며 회상에 의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각 도시의 자료도 다시 찾아보았다. 2주에 한 번씩 쓰면 괜찮겠거니 했는데, 2주는 왜 그리도 빨리 돌아오던지.. 글쓰기가 스트레스일 때도 있었지만 한편을 쓰고 나면 후련하고 뿌듯했다.
그동안 간간이 해외여행을 한 적은 있지만 우리 부부 단둘이서 배낭여행 한 적은 처음이다. 그것도 42일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의 여행은 처음이다. 둘 다 영어도 제대로 못하며 자유여행 떠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비행기를 놓칠 뻔한 적도 있고, 비번이 틀려 카드가 정지되었는데 환전까지 안 된 적도 있다. 길에서 대판 싸우기도 하고, 감기 몸살로 온몸이 아픈 적도 있다. 온갖 난감한 일 많았지만 지금도 여행 이야기를 하면 서로 킥킥 대며 웃는다.
은퇴 후 처음 경험해 보는 '여행하며 24시간 함께 붙어있기'가 어떨까 싶었는데 나는 대략 만족이다. 남편에게 물었더니 '진상 고객'이란다. '심기 경호'까지 해야 했다나? 빵 터졌다. 인정한다. 여행 마친 지 10개월이 되어 가는 요즈음, 다시금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다음 여행지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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