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학원차 말고 '아빠차' 될래"

편은지 2024. 3. 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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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시승기
최초 가솔린 모델에 높은 연비까지 '가성비' 무장
1.6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 부족하지 않은 힘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현대자동차

현대차·기아의 미니밴 스타리아와 카니발. 두 모델의 TV 광고엔 사이좋은 가족이 똑같이 등장하지만, 왜인지 스타리아에서는 도란도란한 가족의 여행길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카니발을 떠올리면 후면 유리에 '아이가 타고있어요'가 붙어있을 것 같지만, 스타리아는 노란색 옷을 입은채 학교 앞에서 어린이들을 태우고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그간 디젤·LPG엔진만 운영하던 스타리아에 돌연 가솔린 엔진이 달렸다. 그것도 그냥 가솔린이 아니라, 없어서 못산다는 '하이브리드'다. 어린이 통학버스, 화물 밴으로 그간 제 몫을 톡톡히 해냈지만, 이번엔 진정한 '아빠차'로 거듭나보겠다는 작심이 느껴진다.

과연 하이브리드로 거듭난 스타리아는 카니발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라운지트림 7인승 풀옵션 모델을 직접 시승해봤다. 가격은 4946만원이다. 2열의 용도가 다양한 만큼 쇼퍼드리븐(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이 먼저 이뤄진 후 시승이 진행됐다.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숨막히는 외모. 기존 현대차의 대형 RV를 담당하던 스타렉스가 단종되고 스타리아가 그 자리를 대체한 지 햇수로 4년 째에 접어들었지만 외모하나 만큼은 볼 때마다 참 새롭다. 당시 충격을 불러왔던 일(一)자 눈썹은 이제 그랜저와 코나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됐지만, 역시 존재감만큼은 원조가 압도적이다.

4년 만에 하이브리드 트림이 추가된 건데도 얼굴의 변화는 전혀 없다. 통상 현대차 여타 모델들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가 신형 출시 이후 3~4년 안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참 먼 미래의 디자인처럼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2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신비로운 얼굴을 뒤로하고 쇼퍼드리븐을 위해 2열 도어를 열어젖혔더니 널찍한 공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카니발의 경우 2열 차량 바닥이 높게 세팅돼 SUV에 올라타는 듯한 느낌이라면, 스타리아는 낮게 세팅된 바닥과 높은 천장 덕에 차량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에 들어서는 듯 했다.

묵직하고 굼떠보이는 퉁퉁한 박스형 옆태는 내부로 들어서니 쾌적함과 안락함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시트 좌측 온열·통풍 버튼 옆 위치한 리클라이닝 버튼을 누르면 의전차량에 탄 회장님의 기분까지 느낄 수 있게 된다. 한껏 젖혀진 의자에도 레그룸은 남아돌 정도로 넉넉하고, 높은 전고 덕에 답답한 느낌마저 없다.

2열에 앉고나니 그간 국민 학원차로 이용된 이유도 내부에 몰아준 편안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가족차로 카니발을 이용하려는 이유 중 내부 공간과 2열의 편안함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면 스타리아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겠다.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2열 시트에서 바라본 내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디젤, LPG 엔진의 스타리아 차량을 타보지 못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뒷좌석에서 느끼는 승차감도 예상보다 준수했다. 하이브리드 엔진 덕인지 엔진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조용한 편에 속했다.

노면의 질감이 아예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과속 방지턱이나 요철을 걸러주지는 못하지만, 승차감을 크게 해치는 수준은 아니었다. 휴대폰을 보거나, 뒷좌석에서 간단한 업무를 본대도 거슬리지 않을 정도다. 가격이 채 5000만원도 되지 않음을 고려하면 충분히 눈감아줄 수 있는 수준이다.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1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만족스러운 2열에서의 쇼퍼드리븐을 마치고 운전석에 앉았을 때는 다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운전석에 오르는 순간부터 태권도 학원을 마친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줘야하는 운전기사가 된 기분이 역력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운전석은 뒷좌석과 달리 시트가 높게 세팅돼있는데, 160cm 여성 기준 발판을 딛지 않고 한번에 시트에 오르기 쉽지 않을 정도다.

카니발과의 차이는 운전석에서 더욱 커졌다. 카니발보다 높아진 시트포지션만큼 스티어링 휠은 마치 트럭처럼 누운 형상을 하고 있다. 디지털 계기판은 내장된 게 아니라 대시보드 위에 떠있는 플로팅 방식으로 탑재됐고, 웬만한 어린이 얼굴 크기만한 사이드미러는 운전기사가 된 기분을 배가시킨다. 카니발 1열에선 대형 SUV의 느낌이 강한 반면, 스타리아에서 1열에서는 트럭의 냄새가 난다.

물론 상용차로 이용할 수 있는 '카고(화물)' 트림을 따로 운영하고 있단 점에서 상용의 용도로 스타리아를 구매한 소비자에게는 문제될 것이 없겠다. 하지만 패밀리카로 스타리아를 구매한 아빠는 다소 투박한 1열에 조금은 서운할 여지가 있다.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중앙 디스플레이.ⓒ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널찍한 공간 대비 옹졸한 중앙 디스플레이 크기도 아쉬움을 더한다. 기본적으로 중형 세단에서마저도 11~12인치는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요즘, 무려 스타리아의 덩치에서 고작 8인치 디스플레이라니. 운전석과 디스플레이 사이 거리가 일반 승용차보다 넓은 만큼 중앙 디스플레이가 운전자 쪽으로 조금만 기울어져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1열 센터콘솔.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하지만 주행감만큼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1.6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은 커다란 냉장고 같은 차체를 조금의 부담도 없이 시원하게 굴려냈다. 하이브리드 엔진 특유의 초반 가속시 굉음은 있지만, 주행 중 급가속이나 오르막길에서 힘이 달리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오히려 카니발 하이브리드보다도 가속감면에서는 우수하게 느껴졌다.

카니발 하이브리드가 부드러운 주행감을 선사한다면, 스타리아 하이브리드는 단단한 느낌이 강하다. 카니발도 기존 모델에 비해 최근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물렁한 느낌을 줄이긴 했지만, 스타리아는 그보다 더 단단하고 절제된 느낌을 낸다.

하이브리드 운전자의 숙명인 회생 제동 시 울컥임은 놀라울 정도로 적은 편이다. 전기 모터와 엔진이 주행 중 자유자재로 오가는데도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느낌은 크지 않다. 주행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속도도 하이브리드차 치고는 천천히 줄어드는 편이다. 스타리아 하이브리드에서는 회생제동시 울컥임으로 가족들의 눈치를 볼 일은 없겠다.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측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뒷좌석에서의 따뜻한 환대를 느낄수 없어 서운했던 마음은 주행을 마치고 연비를 확인하자 깨끗이 가라앉았다. 약 90km를 내키는대로 내달리고 나서 확인한 연비는 12.9km/L. 스타리아 LPG 모델의 연비가 6km/L 수준이었음을 떠올리니 '가성비'라는 단어가 확 체감됐다.

스타리아에 하이브리드 엔진을 달고 나니 '국민 아빠차'가 굳이 카니발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4년째 미래지향적인 외모보다 소중한 가족들을 태울 '패밀리카'로서의 활용이 우선이라면 '흔하지 않은 아빠차'로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외모를 포기한 대가는 기대보다 더 달콤하다.

▲타깃

-얼굴보다 마음을 더 중요시하는 당신

-뒷좌석에 탄 아이들의 편안함이 무엇보다 최우선인 아빠

▲주의할 점

-카니발의 날카로운 얼굴이 가끔은 그리워질수 있다

-벌써 4년, 페이스리프트가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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