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알아차리는 능력들… 얼굴 표정, 말, 타이핑 속도

한림대 심리학과 최훈 교수 2024. 3. 2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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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의 이것도 심리학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사랑해.” 남성이 진심을 담은 듯한 눈빛으로 고백한다. 그 순간 머리 속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거짓말이다!’

얼마 전 TV에서 본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 여자 주인공에게는 신기한 능력이 하나 있는데, 거짓말을 알아차리는 능력이다. 밑도 끝도 없이 그냥 타고 난 능력이다. 거짓말을 들으면 머리 속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우리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사실 거짓을 판명하는 능력은 인류가 무척이나 바라는 능력이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인류에게 거짓말을 하며 나에게 해를 끼치는 동료처럼 해악적인 것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거짓을 밝히는 수많은 기법들이 개발돼 왔다. ‘저 놈이 진실을 고할 때까지 매우 쳐라!’로 대변되는 고문도 그 기법 중 하나였고, ‘아이의 절반씩 가져가라’고 판결한 솔로몬의 재판에서처럼 간단한 문답을 통해 거짓을 밝혀내기도 했다.

발전한 과학 기술을 이용한 거짓말 탐지법도 꽤 많다. 대표적인 것이 거짓말 탐지기이다. 거짓말 탐지기를 영어로 ‘폴리그래프(polygraph)’라고 하는데, 굳이 직역을 하자면 ‘여러 개의 그래프’정도가 될 것이다. 말 그대로 심박 수, 발한율 등 여러 가지 생리적 측정치를 사용해 거짓말을 판별하는 기계다. 거짓말을 하게 되면 심적인 부담감이 생겨서 그 결과 심장이 뛰고 땀도 나는 생리적인 변화가 생기는데 이를 토대로 거짓을 탐지해 내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이 거짓말 탐지기의 중요 개발자 중 한 명이 꽤 유명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윌리엄 몰턴 마스턴이라는 심리학자인데, 이 사람은 본업 외에 부업으로 더 유명하다. 이 사람의 부캐는 ‘찰스 몰턴’이라는 필명의 만화 작가였는데, 그 대표작이 ‘원더우먼’이다. 원더우먼이 가진 올가미를 기억하는가? 그 올가미는 진실의 올가미인데, 그 올가미로 묶인 사람은 진실만을 말하게 된다. 자신의 연구 주제인 거짓말 탐지를 자신의 작품에 온전히 담은 것이다. 이정도면 최고 수준의 성덕이라고 할 만하다.

그 외에도 폴 에크만이라는 심리학자는 얼굴 표정만으로도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고개를 갸웃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거짓말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어색한 경우도 많지만, 포커 페이스처럼 표정으로 속마음을 속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에크만의 주장에 따르면 거짓된 표정을 짓기 전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속마음이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얼굴에 나타나는데, 이를 ‘미표정(micro facial expression)’이라고 한다. 미표정을 보면 현재 마음 상태를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거짓도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조금의 훈련을 하면 누구라도 미표정을 사용해 거짓을 판독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주장은 ‘라이 투 미(Lie to me)’라는 미국 드라마의 모델로도 사용됐다.

언어 분석이나 행동 분석을 통해 거짓말을 탐지하기도 한다. 거짓말을 할 때 사람들이 더 많은 부사를 사용하거나 이야기를 복잡하게 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눈 마주치기를 피하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인지적 능력에 근거해 거짓말을 탐지하기도 한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뻔뻔하고 비윤리적인 마음? 물론 그것도 맞을 것이다. 하지만 뻔뻔하고 못되기만 한다고 거짓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거짓말을 능숙하게 하기 위해서는 인지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창조해내야 하고, 개연성을 높이기 위해 사건들 간 연관성도 만들어야 하고, 일단 만들어 낸 거짓말은 계속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의 인지적 부하에 초점을 맞춰 fMRI를 사용해 뇌를 검사해서 거짓말을 탐지하는 방법도 있다. 거짓말을 하는 경우와 진실을 말하는 경우를 비교했더니 여러 뇌 영역에서 차이가 발생했는데, 대표적인 영역 중 하나는 계획, 의사결정, 문제 해결 등과 같은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키보드를 타이핑하는 속도로도 거짓말을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역시 거짓말의 인지 부하 때문에 결과적으로 타이핑 속도가 느려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거짓을 탐지해내려는 우리의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완벽한 방법은 없다. 오랫동안 널리 사용해온 거짓말 탐지기의 경우에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법적 증거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러니 섣부르게 상대가 거짓말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래도 거짓을 쉽게 판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얀 거짓말은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좋은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나의 경험상 결국 하얀 거짓말도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거짓말을 즐겨하고, 심지어 사랑하는 것 같다. 얼마나 사랑하면 합법적으로 거짓을 말할 수 있는 ‘만우절’이라는 것까지 만들겠는가? 올해에는 만우절이 지나면 총선이라는 큰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의 장에서도 많은 거짓말이 오갈 것이다. 누가 어떤 말을 해도 속지 않을 신비한 안경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얄팍한 거짓으로 작은 성공을 맛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명한 우리들은 결국 거짓말을 찾아낼 것이다. 거짓은 오래 유지될 수 없으니. 소용없어,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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