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약 변비약은 내성 생긴다던데… ‘한방 변비약’은 덜 독할까? [이게뭐약]

이해림 기자 2024. 3. 2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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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뭐약]일반의약품 한방 변비약
한방 변비약도 오래 복용하면 내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4.5~6일 복용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사진=한풍제약, 아리나민 제약
변비약을 먹는 사람들은 ‘내성’ 생기는 것이 가장 두렵다. 양약 변비약을 오래 먹으면 내성이 생긴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한방 변비약은 어쩐지 덜 독할 것 같다는 인식이 있지만, 장기 복용하면 마찬가지로 좋지 않다.

◇한방 변비약, 대황·감초 성분으로 배변 촉진
국내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한방 변비약으로는 한풍제약의 ‘굿모닝에스과립’과 일본 아리나민제약의 ‘다케다변비약’이 있다. 다케다변비약은 일본 일반의약품 중에서도 ‘2류의약품’에 속한다. 약사가 아닌 등록판매자도 유통할 수 있어, 일본 여행 때 드럭스토어에서 사오거나 해외 직구하는 방식으로 국내 소비자도 이용하고 있다. 굿모닝에스과립은 ▲감초 ▲작약 ▲지실 ▲육계 ▲대황 ▲차전자피 ▲생강 ▲센나열매 등이 들어간다. 다케다변비약은 대황과 감초가 4:1로 배합돼있다.

대황은 변비 치료를 위한 의약품 성분인 센노사이드가 함유돼있어 한방 변비약에 자주 사용된다.감초는 복부 경련을 완화하는 진경작용을 하면서 대황의 작용을 도와 온화한 배변을 촉진한다. 작약과 지실은 각각 복통을 완화하고 위장활동을 원활하게 하며, 육계는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차전자피는 식이섬유의 일종으로 대변의 부피를 늘려 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한다. 생강은 소화기능을 개선하고, 센나는 장을 자극해 장운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장기 복용하면 대장흑색증, 내성 발생 위험
한방 변비약은 양약 변비약보다 덜 독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양약 변비약과 마찬가지로 장기 복용은 위험하다. 대한한의사협회 전 홍보이사인 김지호 한의사(청연한방병원 원외탕전실)는 “대황이 포함된 한방변비약 역시 자극성 사하(瀉下, 인위적으로 변을 보게 하는 것)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내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김예지 학술위원(약사)은 “장기 복용하면 대장의 기능이 저하돼 효과를 보기 위해 더 많은 양의 약을 복용하게 된다”며 “4.5~6일 복용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복용을 중단하고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황은 안트라퀴논(Anthraquinone)이란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안트라퀴논이 포함된 변비약을 장기 복용하면 대장 내부에 색소가 검게 침착되는 대장흑색증이 발생할 수 있다. 안트라퀴논에 의해 손상된 대장 조직들이 변성되면 지방갈색소가 되는데, 이 색소를 잡아먹은 대식세포(면역세포의 일종)가 대장 안에 축적되는 게 원인이다. 변비약 복용을 중단하면 장의 색은 다시 되돌아오지만, 어쨌거나 안트라퀴논제제를 장기 복용하면 대장 신경이 손상돼 기능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한약사회 김예지 학술위원(약사)은 “대황이 함유된 한방 변비약을 다량 복용하면 사하 작용이 크게 일어날 수 있으므로 허약체질인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며 “대황이 자궁 등 하부장기의 충혈을 일으킬 수 있어 월경 전후, 산전 산후 여성 역시 복용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고혈압, 심장장애, 콩팥장애, 부종 등이 있거나 인슐린 주사제를 투여 중인 환자는 감초가 든 한방 변비약을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기저질환이 있다면 전문가와 복용 전에 상의해야 한다.

◇항문 찢어지는 통증엔 ‘도큐세이트’ 든 한·양약 복합제 도움
변을 볼 때 항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있다면 ‘도큐세이트(Docusate)’ 성분이 든 한약·양약 복합 변비약을 사용해볼 수 있다. 비사코딜, 도큐세이트, 감초엑스산, 작약, 센나열매가 든 한풍제약 ‘굿모닝에이스’와 도큐세이트, 센나잎, 센나열매, 비사코딜이 든 한국신텍스제약 ‘듀오그린정’이 대표적이다. 김예지 학술위원은 “도큐세이트는 계면활성제로 표면 장력을 저하해 변이 매끄럽게 항문을 빠져나오게 하고, 굳은 변을 무르게 하는 대변 연화 작용도 한다”고 말했다. 비사코딜은 직장과 결장을 직접 자극해 배변을 유도하는 성분이다.

물론, 전문가와 상담하고 자신의 증상에 알맞은 약을 처방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김지호 한의사는 “이완성 변비인지, 경련성 변비인지, 노인환자인지 젊은 환자인지, 허약한 상태인지 비교적 체력이 좋은 상태인지에 따라서 한방 변비약 처방이 달라진다”며 “변비 유형을 구분하지 않은 채 일반의약품 한방 변비약을 무분별하게 장기 복용하면 오히려 변비가 더 심해지거나 다른 소화기관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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