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 등록 안하면 잔금대출도 안나와" 거리 나선 생숙 분양자들
거주중인 분양자들은 이행강제금 걱정
준공 앞둔 분양자들은 잔금 대출 막막
매매도 어려워, 마이너스피 1억 붙은 곳도
오피스텔 용도변경, 지구단위계획에 막히기도
내년부터 이행강제금 부과, 국토부는 원칙 고수
"은행권은 숙박업으로 등록해야 대출을 내줍니다. 그마저도 3금융권까지 가서 20~50%를 받을 수 있습니다. 숙박업으로 등록하면 집주인은 거주를 못 하니, 대출을 받을 수가 없어요."(전국레지던스연합회 관계자)
"올해 말이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고 길거리에 나앉을 상황이라 개탄스럽습니다. 중앙정부는 용도변경하라고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합니다."(별내 생숙 수분양자)
생활형숙박시설 수분양자들이 주거용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입주를 앞둔 단지에서는 잔금 대출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을 처지에 놓여 있다. 국토부는 "준주택으로의 변경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전국레지던스연합회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 파출소 앞에서 생활형숙박시설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30대 청년부터 중장년층까지 생활형숙박시설 수분양자 2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생숙사태 해결하라’ ‘이행강제금 폐지하라’라는 구호가 쓰인 피켓을 흔들었다. 집회가 끝난 후 전레연은 대통령실에 탄원서를 전달했다.
생활형숙박시설은 취사가 가능한 숙박시설을 말한다. 비주택이어서 주택 수에 산정되지 않고 주차장이나 복도 등 건축 기준도 주거용 오피스텔보다 완화돼 있다.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고 주상복합아파트보다 가격이 저렴해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각광을 받았다. 투기 수요가 몰리자 정부는 생활형숙박시설을 숙박업 신고 대상으로 명시하고 주택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2021년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국토부는 시행령 개정과 함께 지난해까지 생활형숙박시설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특례 기간을 부여했지만 용도를 변경한 곳은 9만8000가구 중 1996가구로 전체의 2%에 그쳤다. 오피스텔 건축 기준이 생활형숙박시설보다 까다로워 용도 변경이 쉽지 않았다.
거주 중인 분양자도, 입주 앞둔 분양자도 막막
이미 준공된 생활형숙박시설에서 거주하는 분양자들은 숙박업 등록을 할 수 없어 난감해하고 있다. 남양주 별내에 위치한 생활형숙박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60대 남성은 "분양받을 때는 거주가 가능하다고 해서 분양을 받았는데 이제 주거가 안 된다고 한다. 기존 집은 처분해버렸고 매매도 안 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민호 전레연 이사는 "주민들은 숙박업으로 등록하면 본인이 살 수가 없어 등록할 수도 없고, 정부가 생활형숙박시설을 헤집어놔서 내놔도 팔리지가 않는다"며 "기존 아파트를 받은 사람들은 붕 뜨고, 신혼부부들은 집을 한 채 더 사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려면 계약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주민동의를 받아도 사업지가 위치한 지역의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지자체에서 용도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김경진 전레연 부회장은 "주민 100% 동의를 받아도 지자체별로 (지구단위계획) 권한에 따라 달라지다 보니 변경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생활형숙박시설 잔금대출 한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 분양자들은 잔금 확보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힐스테이트송도스테이에디션 수분양자는 "지구단위계획이 뭔지도 모르고, 쾌적하게 살고 싶어 생활형숙박시설을 샀는데 잔금 대출도 안 나온다"며 "생활형숙박시설이 오피스텔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에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잔금납부 거부도…마이너스피 '1억'
오는 8월 준공을 앞둔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수분양자들은 주거용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잔금 납부를 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계약금을 포기하고 마이너스 피를 붙여 매물을 내놓는 분양자들도 있다. 전용 88㎡ 분양권 가격은 14억원이지만 1억5500만원이 넘는 마이너스피가 붙었다. 49㎡ 분양권은 8억5680만원, 마이너스피는 9500만원이다.
충남 아산역 인근에 70층 높이로 짓고 있는 한화포레나 천안아산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117㎡ 분양권이 8억7600만원이지만 마이너스피가 8500만원까지 붙었다. 99㎡ 분양권은 7억4000만원, 마이너스피는 5700만원이다.
오는 6월 준공되는 힐스테이트송도스테이에디션도 1억원 넘는 마이너스피가 붙었다. 전용 96㎡ 분양권은 6억33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고 마이너스피는 1억원, 전용 83㎡ 분양권은 매매가 5억3700만원, 마이너스피 7000만원이다.
여수 웅천 ‘포레나 디 아일랜드’ 분양자들은 부설 주차장을 짓기 위해 주차장 부지를 추가로 매입해 용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가구당 주차대수 기준이 주거용 오피스텔은 가구당 1대지만 생활형숙박시설은 200㎡당 1대로, 3가구당 1대를 주차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행강제금 유예 올해 만료, 국토부 "추가 유예는 없다"
수분양자들은 내년부터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게 된다. 이행강제금은 건물 시가표준액의 10%다. 국토부는 생활형숙박시설을 숙박시설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내도록 2021년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지난해 이행강제금 부과 시점을 올해 말까지로 유예했지만 추가 유예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용도가 아닌 것을 주택용도로 사용하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기에 숙박업으로 신고하도록 시간을 준 것"이라며 "당장 내년 1월부터 부과하진 않겠지만 추가 유예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주거 여건이나 주택 소유주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일괄적인 용도 변경이나 법 개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용 오피스텔의 기준도 맞추지 못한 상태에서 생활형숙박시설을 준주택으로 불러달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생활형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허용하게 되면 주차 문제, 학교 문제, 법을 준수해 리모델링까지 한 계약자 등 형평성 문제 등 이해관계자가 아주 복잡하다. 다른 피해자를 더 만들 순 없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류상으로 오피스텔로 전환해주더라도 해도 지구단위계획이 있는 곳에서는 주거용 오피스텔이 계획되지 않은 경우 전환해주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오피스텔 형태에서 숙박 영업을 허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 생활형숙박시설이고, 처음부터 오피스의 기준과도 맞지 않다. 용도변경을 두고 특혜 논란이 벌어질 수 있어 시장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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