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시' 루슈디 "AI는 독창성·유머 부족"

자신처럼 써보라고 주문했더니 수준미달
"스릴러·공상과학 소설가엔 위협 될 수도
진지한 작가에게 도전하기에는 아직..."

소설 ‘악마의 시’로 유명한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가 인공지능(AI)을 사용한 글쓰기 도구들은 문학 작가들에게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AFP통신는 20일(현지시간) 루슈디가 프랑스 문학잡지 라 누벨 르뷔 프랑세즈(NRF)에 기고한 글을 보도했다. 루슈디는 "AI 도구들이 스릴러와 공상과학 소설가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진지한 작가들에게 도전하기에는 유머와 독창성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그러면서 생성형 AI 챗GTP에 자신의 문체로 200자 분량의 글을 써 달라고 요청한 경험을 전했다. 챗GTP가 쓴 글이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같은 결과물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내 책을 한장이라도 읽어 본 독자라면 저자가 나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면서 "좀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정형화된 작가들에게는 생성형 AI 글쓰기 도구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생성형 AI 글쓰기 도구들이 독창성이 덜 중요한 스릴러나 공상과학과 같은 장르의 문학 작가들에게는 걱정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살만 루슈디 [사진출처=AP/연합뉴스]

특히 이러한 위협은 특히 영화나 TV 작가들에게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루슈디는 “할리우드가 계속해서 같은 영화의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AI가 각본을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루슈디는 지난 2022년 무슬림의 암살 시도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작가다. 그는 1988년작 소설 ‘악마의 시’에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수십 년간 살해 위협에 시달려왔다. 출판사와 번역자, 서점 등이 테러를 당했다.

런던에서 고강도 경호를 받던 그는 2000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경호 없이 살았는데, 2022년 8월 뉴욕의 한 문학 강연장 무대에 뛰어든 레바논계 미국인 하디 마타르(24)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과 손, 몸통 등을 15군데 찔리는 중상을 입었다. 그는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왼팔의 신경이 손상돼 재활 치료를 받았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