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 알리? 두렵지 않다… 다이소 패딩 5000원의 비밀

문수정 2024. 3. 2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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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품 5000원 이하… 고물가에 더 힘받아
유통업계 침체에도 ‘3조 클럽’ 가입 확실시
생활용품에서 화장품·의류까지 확장 주효
게티이미지뱅크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테다. 그저 1000원, 2000원짜리 물건을 담고 담았을 뿐인데 계산하고 보니 5만원, 10만원이 훌쩍 넘는 일 말이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은 어딜까. 단 두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힌트가 됐을 것이다. 바로 다이소다.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물건을 싸게 살 만한 곳도 많지 않다. 몇몇 전통시장, 일부 온라인쇼핑몰, 그리고 다이소가 남았다. 가장 진입장벽이 낮고 가장 다양한 연령대가 이용하는 곳을 꼽자면 선두 자리는 다이소 차지가 될 것이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디지털 장벽’ 없이 열린 곳이 다이소다. 모든 제품이 5000원 이하 균일가로 판매돼 가격 접근성도 좋다. 바짝 마른 불황에 승승장구할 만한 조건을 갖췄다.


다이소의 고속 성장은 수치로 확인된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유통업계 전반이 부진에 빠졌지만 다이소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일 다이소에 따르면 2022년 다이소는 매출 2조9457억원, 영업이익 239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3.1% 성장했다. 2019년 이후 평균 7~8%의 성장률을 보이다 2022년부터 성장세가 더 뛰었다. 지난해 매출 3조원 돌파는 실적 공시 전인데도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매장 수도 늘었다. 1997년 5개 매장으로 시작해 2009년 500호점, 2015년 1000호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기준 1519개의 다이소가 전국에서 운영 중이다. 직영점 비중이 70%에 육박하지만 가맹점도 증가 추세다. 가맹점 수는 2021년 483개에서 지난해 497개로 늘었다.

이런 외형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이소는 모든 상품을 6가지 가격으로만 판매한다. 가격표에는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만 있다. 가성비 상품들로 구성돼 있다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각인됐다. 다이소에서 싼 물건을 비싸게 살리는 없다는 신뢰가 생긴 셈이다.

다이소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팔 수 있을까. 비결은 거창하지 않다. ‘박리다매’와 ‘규모의 경제’다. 공급가가 어느 정도 정해진 상품들을 판매하기 때문에 균일가 정책을 이어가려면 마진율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 이익을 덜 남기고도 장사가 되려면 많이 팔아야 한다. 규모의 경제가 필수로 따라와야 한다. 다이소가 최근 물류센터와 매장 확장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 알리와 테무의 급부상에도 다이소는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다이소는 올해도 적극적으로 매장을 확장할 예정이다. 최근 2~3년의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50~70개 매장이 신규 오픈할 것으로 보인다.

다이소의 공격적 확장은 미국에서 알리와 테무의 공습에 ‘1달러 숍’이 대거 문을 닫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1달러 숍 달러트리는 최근 자회사인 패밀리달러를 중심으로 북미 지역 매장 약 1000곳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알리에 무너지고 있는 달러트리와 대조적으로 다이소는 규모가 큰 매장 중심으로 매장 수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다이소의 인기는 외국인 관광객에게까지 통하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에 지난해 초 들어선 12층 규모의 다이소 명동점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로 떠올랐다. 다이소 제공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은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상품 판매가격을 낮추기 위해 광고비 등을 포함해 각종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있다. 다이소 관계자는 “유통 과정에서 생기는 거품을 최소화해서 고객들께 균일가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당분간 다이소의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주 소비층 가운데 10대가 포진돼 있다는 점에서다. 10대들이 용돈을 받으면 달려가는 곳이 다이소다. 다이소와 친한 10대들이 성인이 된 뒤에도 다이소를 꾸준히 애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화장품,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용품, 아이돌 포토카드를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꾸미는 ‘폴꾸’(폴라로이드 꾸미기) 용품을 포함해 학용품과 각종 소품이 10대들이 선호하는 제품군이다. 다이소는 지난해 폴꾸 아이템 수를 전년 대비 1.5배 늘렸고, 이 카테고리에서 매출은 2022년보다 약 30% 신장했다.

다이소가 화장품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것도 10대 소비자와 무관하지 않다. 10대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던 다이소의 화장품 카테고리는 여러 ‘품절템’의 등장으로 30~40대까지 소비층을 넓혔다. 지난해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85% 신장했다.

서울 서초구 매봉역점에는 화장품 코너가 널찍하게 자리하고 있다. 다이소 제공


대표적인 사례가 스킨케어 제품인 ‘브이티(VT) 리들샷’이다. 지난해 10월 출시 직후 올리브영보다 다이소에서 ‘품절템’으로 이름값을 올렸다. 일부 다이소 매장에서는 1인당 구매 개수를 제한해야 할 정도였고, 2주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리들샷이 출시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다이소의 기초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2.7배 가까이 상승했다.

에이블씨엔씨의 화장품 브랜드 ‘어퓨’도 다이소에서 흥행하며 품절템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7월 티트리 라인을 출시했고 8개월만에 다이소에서만 누적 판매 33만개를 넘어섰다. ‘더퓨어 티트리 스팟 세럼’의 지난달 매출은 지난해 월 평균 매출보다 199%나 뛰었다.

홈카페용 커피 그라인더. 다이소 제공


지난해 성장세가 두드러졌던 카테고리에는 의류가 있다. 3000원짜리 반바지, 5000원짜리 패딩조끼가 환호를 받았다. 양말이나 기본 티셔츠 정도만 팔다가 2022년부터 스포츠의류, 속옷, 홈웨어 등으로 아이템을 확장했고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

봄맞이 나들이용 보랭백. 다이소 제공


다이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의류 아이템 수는 2022년보다 2.8배 증가했고, 매출은 2.6배가량 늘었다. 다이소에서 의류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연령층을 보면 40대(27%), 30대(23%), 20대(20%) 순으로 나타났다. 트렌드에 민감한 20대들에게까지 통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파티용품 등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다이소 제공


다이소는 IMF 외환위기가 들이닥치기 직전인 1997년 국내 상륙했다. 시작은 흔한 ‘1000원샵’이었다. 2001년 일본 다이소의 투자를 받은 게 이슈가 되면서 2018~2019년 알본 불매운동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 지분을 사들이면서 100% 국내 자본으로 운영되는 기업이 됐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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