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차례 만나고도 대책 ‘無’…택배 포장 규제 결국 연기 [환경은 어쩌고④]

장정욱 2024. 3.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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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수송 포장재 규제 2년 유예
2년 준비기간 거치고도 대책 못 만들어
일회용품·컵보증금제 이어 또 뒤로 미뤄
환경단체 “환경정책 줄줄이 퇴행” 비판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택배직원이 수북하게 쌓인 박스를 옮기고 있다.ⓒ뉴시스

환경부가 수송(택배) 포장재 관련 규제 시행을 2년 늦추기로 했다. 27차례에 걸친 간담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면서도 ‘준비 부족’을 이유로 제도 시행을 미뤘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보류한 데 이어 또다른 환경정책 퇴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일회용 수송포장 방법 기준 시행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환경부는 2022년 4월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택배 포장 규제를 신설한 바 있다.

당시 환경부는 소비자에게 보낼 때 사용하는 택배 포장 횟수를 1회로 제한하고 포장공간비율은 50% 이하로 규제했다. 다만, 가로와 세로, 높이 합이 50㎝ 이하인 포장은 제외다. 과대포장이 적발되면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환경부 추산으로는 규제 적용 대상 유통업체는 132만 개, 제품 종류로는 1000만 개 이상이다.

환경부는 제도 신설 이후 2년간 ▲연구용역 및 현장 표본조사 ▲27차례에 걸친 업계 간담회 ▲전문가·관련 협회 대상 토론회(포럼) ▲주요 업체와의 정책협의체 등을 통해 현장 상황을 살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물품이 오가는 환경에, 일률적으로 규제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업계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수 예외 사례를 두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업체 규모별로 규제 대상을 제한하기로 했다. 연 매출액 500억원 미만 중소 업체는 2년 뒤 제도 시행 때도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 신선 식품 배송에 쓰는 보랭재는 포장 횟수와 공간 비율을 계산할 때 제품의 일부로 판단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계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우선 고려해 다양한 제품을 10종 내외 규격의 포장재로 수송하는 상황”이라며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수송 포장재 종류를 늘리고 적재 장소를 더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특히 인력 추가 고용과 포장·물류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도 유예 사유로 내세웠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로 음식배달과 택배로 인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스티로폼 포장재가 가득 쌓여 있다. ⓒ뉴시스

“세계 최초 포장 규제”…시작만 요란

환경부가 제도 시행을 늦추기로 하자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녹색연합은 7일 ‘일회용 수송 포장재 규제도 포기한 환경부를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환경부는 업체 의견 제출·조율을 핑계로 제도 시행 두 달을 앞두고 수송 포장재 정책을 포기했다”며 “2년간 환경부와 업계가 27차례 간담회를 했음에도 준비를 못 했다면 명백하게 환경부 직무 유기”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환경부가) 수송 포장재 기준에 대해 인력 추가 고용과 시스템 개선에 대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업계를 대변하며 결국 제도 시행을 2년간 계도로 전환했다”며 “실질적으로 일회용 수송 포장에 대한 규제는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환경부가 해야 할 정책은 포기하고 업계와 업무협약을 맺고 개선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환경연합 역시 같은 날 ‘규제 시행 앞두고 계도기간 발표가 환경부 트레이드마크인가’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환경연합은 “2022년 시행 예정이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지자체 자율에 맡기겠다며 역할을 떠넘기고, 일회용품 (사용 제한)은 계도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규제 품목(종이컵)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계도기간 이후에도 무기한 계도기간을 발표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며 “이번 정부의 환경부가 유예하지 않고 제대로 이행한 환경규제가 과연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번 택배 과대포장 규제에 대해 ‘폐기물을 줄인다는 목표를 완수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며 “정부가 폐기물 감축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강제력 또한 발휘하지 않는 상태에서 도대체 어떻게 폐기물 감축 목표를 달성할 계획인지, 언제까지 자율에 맡긴다는 말에 숨어 폐기물에 대한 정부 책임과 역할을 회피할 예정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택배 포장 규제 유예와 관련해 “획일적인 규제보다 업계의 자율과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수송포장재를 줄여나가도록 하겠다”며 “현장 여건을 고려한 합리적인 정책으로 업계와 소통해 동참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홍수·가뭄에 최적”…댐 건설 늘리는 정부, 찬반 ‘팽팽’[환경은 어쩌고⑤]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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